"트랜스포머"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지금 젊은 분들은 어렸을 적에 <다간>이나 <슈퍼캅>등 만화를 보고 자랐다면,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트랜스포머즈>가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국민학교 2학년에서 6학년까지를 미국에서 보냈는데, 요즘에는 만화를 카툰넷웍 등의 케이블에서 독점하여 방영하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토요일이면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정도를 공중파 방송에서 줄창 만화를 방영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두근두근하면서 본 것이 '오토봇'들의 옵티머스 프라임과, '디셉티콘'의 메가트론이 혈투를 벌이던 오리지널 (이후에 다른 세계관을 지닌 '트랜스포머즈' 계열 만화 시리즈가 많이 나왔으니까요) '트랜스포머즈'였습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Transformers: Robots in disguise (트랜스포머즈: 위장한 로봇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히 주제가도 아직까지도 일부 생각이 날 정도죠.
그 '트랜스포머즈'가 영화화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났더랬죠.
우선, 트랜스포머즈는 일본 아니메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아동용 만화였습니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등의 코믹 만화작품도 원래는 아이들, 청소년 상대로 시작했지만 80년대 이후에 만화시장이 확장되면서 보다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점점 만화의 내용이 복잡해지고 세련되게 변해왔죠. 특히, <배트맨>의 경우에는 '영웅'이라는 것의 이중성에 착안하여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전개된 만화 시리즈는 상당히 어두운 분위기의 그것이었습니다. 정의의 편과 악당이 단순하게 투쟁하는 그런 만화는 절대 아니었고요. 하지만, 오리지널 <트랜스포머>는 지극히 단순한 선과 악을 그리는 전형적인 아동용 만화였거든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또, 약간 실망스러운 생각도 들었죠. 왜냐? 감독이 마이클 베이였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베이 - <진주만>의 감독입니다. 다이나믹한 공중전 장면과 멋진 전투씬을 제외하고는 스토리텔링 과정이 정말 허접했다는 악평을 들었죠. 뭐, 말 그대로 "CG로 떡칠했을 뿐인 사이비 2차대전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니까요. 오죽하면, 사우스파크의 제작진이 만들어낸 사회비판 냉소주의 울트라 비아냥 컬트 인형극 영화 <팀 아메리카>에 나오는 노래에서 "네가 정말 그리워... <진주만>이 허접한 정도 보다 조금 더.." 라는 가사가 나왔을까요..
그 마이클 베이가 <트랜스포머>를 영화화한다니.. 꺄악... 이라는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억의 힘은 막강합니다. 특히, 맛배기 트레일러 클립은 기대감을 높이기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볼까말까 하다가 결국에는 봤습니다.
결론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왔노라, 봤노라, 열혈했노라!
<트랜스포머>는 영화팬, 특히 SF 팬들에게는 뭔가 영화사상 한 획을 그을만한 영화라는 최대의 찬사를 보냅니다.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습니다.
1. SF에 있어서 고전적 '로봇물' 쟝르의 가능성
최근 영화에서 SF물은 대체로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었습니다. SF라기 보다는 일종의 '미국만세 외계인 다구리 재난영화'였던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로는 그다지 주목할만한 작품이 없었죠. <반지의 제왕> 걸작 3부작으로 판타지 쟝르의 영화화는 크게 주목받았지만, <I, Robot>, <A.I.>, <War of the Worlds> 등 작품들의 참패는 SF 쟝르에 암담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유일한 성공작은, 워낙 지명도가 높아서 엉망진창 졸작이라고 해도 흥행성공이 보장되어 있던 스타워즈 프리퀄 마지막 작품, <스타워즈: 시스의 복수> 뿐이었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A.I.>나 <I, Robot>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넘나드는 섬세한 로봇들이 죽을 쑤고 망해갔는데, 원래는 단순한 권선징악적 만화에 불과한, <트랜스포머>의 변신로봇이 어떻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성공 했습니다. 사람들은, 섬세하고 세련되며, 미래적인 것을 즐기는 것 만큼이나,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투박하고, 거칠고, 간단한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본 아니메의 로봇들을 보세요 - 날이 갈 수록 메카닉 설정이 복잡해집니다. 에반게리온의 에바 시리즈를 보세요 - 로봇이라고 해야 할지, 생체구조물이라고 해야 할지도 헷갈립니다.
트랜스포머 - 단순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자동차니 라디오니 하는게 차락차락차락~ 하더니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근데, 그 과정이 CG 실사로 너무나 멋지게 묘사되다보니까 진짜 '멋지다'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더군요. 근미래의 섬세하고 현실적인 SF적 로봇에 사람들이 질린걸까요. 일종의 '거대로봇물'에 더 가깝다고 밖에 볼 수 없는 <트랜스포머>에서 뭔가 대단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 열혈의 코드!
<트랜스포머>를 직접 보셔야 이해가 될겁니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내내 느낀 것은, 액션과 맞물려 벌어지는 지극히 단순한 스토리의 전개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전에 어디서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바로 일본 아니메의 열혈 거대로봇물에서였더군요.
그렇습니다. 열혈물은 논리나 복잡성으로 보는게 아닙니다. 스토리도 단순합니다. 아니, 유치뽕짝입니다. 그러나, 그 단순한 스토리의 전개를 마치 확성기에 넣고 돌리듯 점점 감정이입을 뻥튀기해나가는 것이 바로 열혈물의 진수! 마음 속 한 구석으로는, "우와, 진짜 유치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쿵쾅쿵쾅 거리는 심장박동과 살갗에 돋는 소름을 느끼게 되는 바로 그것이 열혈의 매력입니다.
그것이 <트랜스포머>에 보입니다 !! 그야말로 미국인들이, 만화 로봇을 갖고, 실사로 너무나도 멋지고 격렬하게 옮겼기에 살갗에는 소름이 돋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눈은 스크린에서 뗄 수 없을 정도의 흥분을 느끼는 그런 경지라고나 할까요. 아아, 열혈물이란 이런 것입니다. 사랑과 우정,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영웅적 로봇. 그리고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나 생생해서 일종의 로봇 용자물을 생각나게 하는 구도...
뭔가 있어 보이는 듯한 스토리 텔링을 하려다가 <진주만>에서 죽을 쑨 마이클 베이와 같은 감독이, 논리와 드라마를 따지기 보다는 가슴 쿵쾅거리는 열혈물에는 이토록 적합한 인물이었을 줄이야..! 역시 사람은 한번 봐서는 모른다더니..
3. 추억
만화를 직접 영화화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곳곳에 숨겨진 요소로써 만화 <트랜스포머즈>를 보던 옛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패러디들이 많이 숨어있습니다. 아마 이 만화의 올드팬들이 아니라면 모를 것이죠.
예컨데, 여주인공 미카엘라가 "나를 어떻게 생각해?"라는 작업성 질문을 던졌을 때, 우리의 순진한(그러나, 열혈물의 코드에 따라 순진하고 어벙한 청년은 영웅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사실!!) 윗위키군은 "으응.. 눈에 보이는 다가 아니라고 생각해 (more than meets the eye..)"라고 말을 해줍니다. 그리고 나서 곧 후회하죠.. 별 바보같은 얘기를 했다고. 그런데, "more than meets the eye"는 바로 만화 <트랜스포머>가 방영할 때 그 만화의 표어였습니다. *(아하하)*
그러나, 추억을 한 층 깊게 해주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옵티머스 프라임!
만화에서 지장이자 용장, 그리고 덕장인 오토봇의 리더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가 영화에서도 맡았다니!! 아아, 이건 정말로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그 인자하지만 엄한 목소리를, 그토록 멋지게 실사화된 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니! 게다가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는 말입니다..!!
4. 액션과 CG
영화산업에 있어서 CG의 발전수준을 이토록 멋지게 나타낸 영화는 없었을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극장 내 분위기가 그랬습니다. 애초에 <트랜스포머>라는 만화에 익숙하지 않은 듯한 관객들도, 영화 내용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부웅~ 지나가던 자동차가 차라락 착착.. 마치 마법처럼 정교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숨을 죽이고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액션씬은 정말 죽여줍니다. 설사 스토리가 없다고 해도, 너무나 저질이라서 스토리를 봐줄 가치가 없다고 할지라도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액션씬만으로도 명작이라고 생각날 정도의 기념비적 액션을 보여줍니다. 만화에서만 보던 바로 그 로봇들이, 정말 놀라울정도로 현실적인 모습으로, 도로를 달리던 도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변신하면서 바로 전투에 들어가는 모습이란.. 정말, 그 장면들 본 것 만으로도 영화비 6,000원 쓴거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트랜스포머> 강력추천합니다.
영화가 유치할 것이라고, 재미 없을 것이라고,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보는 부들이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올 때 쯤이면 뭔가 가슴 쿵쾅쿵쾅 거리는 액션의 여운에 더 큰 감동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토리가 좋아서 감동하는 영화도 있지만, 정말 이토록 눈이 즐거워서 감동하는 영화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에서 스토리를 비중있게 보진 않죠 ㅎㅎ
하지만 추억의 힘은 막강합니다. 왔노라, 봤노라, 열혈했노라! /// ㄲㄲ 저도 봤습니다. 이 시원시원한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 제맛입죠 ~.~
음-ㅅ- 자동차도 사이언스픽션도 로봇물도 별로 관심없어서;; 보진 않았습니다만. 주변에서는 모두 격찬이군요...
트랜스포머를 한번 보고 나면 주변의 모든 차량이 변신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가끔 사로잡힙니다. ^ ^;;
제가 아는 분들중 몇분은 스토리를 계속 따지시면서 돈이 아깝다고 하더군요, 이퀼리브리엄과 울트라바이올렛 볼때도 그러시던 분들인데, 액션영화는 '액션'영화답게 보셨으면 좋겠네요;(그중 트랜스포머는 재미없다고 하시면서, 눈물이주륵주륵은 재밌다고 하시던분은 이해가 안가더군요.<더구나 그분은 액션물을 좋아하신다고 말하셨습니다.>)
ㅋㅋ 많이 재밌으셨나 보내요... 괜찮아요 저도 재밌게 봤음
어제 봤는데 정말 CG가 자연스럽긴 하던데.. 하지만 한번 더 보고싶다는 생각은 안들더군요;
전 두번이나 봤습니다. 하하하!
왜 건담은 없는겁니까??? 잉??? 왜 건담이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