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구동화읽는어른모임에 바랍니다.
한 일년쯤 모임생활을 하면서 시민운동이 과연 무엇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무얼까? 라고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임이 구체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문화운동이 무엇이고 어린이 책 문화운동은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며 보낸 한해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임이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린 것은 없는지.
자기 폐쇄에 빠져 조직운영이나 활동에 오류가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하고 반성해 봅니다.
반성과 생각 끝에 몇 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첫째, 독서인증제 반대 운동-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가 몇몇 초등학교를 알아본 결과 시범학교로 선정된 곳에서는 정말 열심히 독서인증제를 실시하고 있고 교사들도 별로 내키지 않는데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약간 강제적인 분위기에서 대충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서인증제를 안하는 학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책을 읽기만 하면 객관식 퀴즈 답을 맞혀야 하고 무슨 책을 읽었는지 낱낱이 자기 독서 목록에 적으면 그것이 바로 아이들 독서수준 등급이 매겨집니다.
이런 아이들이 책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선생님조차도 지금 아이들이 읽는 책을 잘 알지 못합니다. 모르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요.
그런 교육과정 없이 교사가 되었고 교사 또한 직업인이자 생활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그 많은 책을 읽고 준비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방대한 책과 자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단체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그럴듯하게 쓸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정책은 곧 <독서인증제>라는 이름으로 탄생된 것입니다. 이런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교사도 아닌 교육직공무원도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사교육회사들 뿐입니다.
무슨 독서지도본부니.. 무슨 논술... 그런 것들이 몽땅 상당한 사교육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이제 공공학교까지 퍼진 겁니다.
“정책은 일반 국민들 삶을 관통한다.”
이 정책은 현재 아이들 책읽기 즐거움을 빼앗는 일이고 쓸데없는 사교육시장만 부풀려서 불안한 어머니들 돈을 가져가는 합법적인 도둑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정책이 전국 곳곳 뿌리가 박히도록 우리 모임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우리가 표방하는 우리 모임 정의가 ‘어린이 책 문화운동’인데도 현실의 아이들을 이렇게 왜곡된 독서환경에 놔두는 것은 시민단체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런 반대운동에 나설 단체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온 우리 시민운동 영역이니깐요.
우리가 나서서 반대운동을 하지 않으면 어떤 누구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진실을 알 수 없으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지요.
시민운동을 하면서 최고로 경계해야 되는 것이 ‘허무주의’입니다.
‘내가 아무리 악을 쓰고 소리 질러봤자 이미 짜놓은 판대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가 이상을 쫓아봤자 이상은 이상일 뿐...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이런 생각들입니다.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비록 생활운동이고 점진적 시민운동이긴하나 모두들 이상주의자 아닙니까?
지금 아이들 세대 독서환경의 문제는 우리가 풀어 나갈 중요한 문제입니다.
교육청 앞에서 집회도 하고 시범학교 앞에서는 1인 시위도 하고 관련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도 올리고 다른 시민단체에게도 이런 상황들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합니다.
분명 말하면 들리고 들리다 보면 모두들 생각할 것입니다.
자기들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우리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내년에는 이 반대운동이 우리 모임 최고 중요한 활동이 되길 바랍니다.
둘째, 다른 조직과 연대가 정말 필요합니다.
제가 유기농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인간적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렇다면 나 스스로 유기농농산물 직거래 모임-비영리단체-을 만들어봐야 겠다 생각하고 인터넷을 뒤지다가 ‘생협’ ‘한살림’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글쎄 내가 고민하면서 풀고자 했던 문제들을 이미 10년 넘는 세월동안 실천해오고 있었습니다. 첨에는 ‘내가 선구적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힘들게 싸우는 동안 나는 너무 편안히 살아왔구나.......’라고 생각했죠.
며칠동안 거의 밤잠을 설쳐가며 감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가 풀고자 하는 문제들을 10년 넘는 시간동안 고민하고 좌절하고 투쟁한 그 분들에게 말이죠.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모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 책 문화운동을 하고 있는 우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단체들이나 조직이 이미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단체들도 많구요.
예를 들어 <동화읽는교사모임>이나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과 같은 책 문화운동을 직접 하는 단체들입니다. 이런 조직과 연대를 가져 우리 모임에서 하는 일과 어린이 책 정보를 알려주고 그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연대활동을 하다보면 비록 대립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서로의 좋은 정보를 공유하여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연대라는 것이 자주 만나고 활동을 같이 하자는 개념이 아니라 단체간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행사 같은 것을 초청한다거나 정보를 요구하면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집회나 주력운동이 있을 경우 그 뜻에 협조요청이나 찬성의 뜻을 표방한다거나 하는 그런 활동들입니다.
그 외 <좋은 교사 운동>,<참교육 학부모회>,<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도 소통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학교도서관 살리기,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어린이 음악교육이나 미술교육에 있어서도 비주류로 불려지며 참된 어린이문화운동을 하는 단체가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소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빈번하고 규칙적으로 말이죠.
힘을 키우려면......그리고 힘을 보여주려면..
하나의 조직이 자기 반성을 가지지 않고 관행과 타성에 젖는다면 그 조직은 항상 부패할 수 밖에 없고 폐쇄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우리 모임도 다른 조직에 의해 평가도 받고 자극도 받으면서 발전해 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국연수가 없고 지부연수만 있는데다 지부연수마저 지회별로 회원들이 모인다면 아마 새로운 자극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득 지부연수때 구미지회 강사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 모임의 강사는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피와 같다’라고 한 말이요.
강사 분들이 다른 지역과 소통해서 우리 대구지회에 새로운 윤활유같은 역할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많은 것들을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척척 해결해 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깐요..
정말 많은 말을 적었네요.
하고 싶은 말 이렇게 맘대로 내뱉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전 시끄러운거 정말 좋아합니다.
시끄럽다는 것은 그만큼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큰 힘에 눌리지 않고 맘껏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민주적인 분위기라는 거겠죠.
제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 듣고 싶습니다.
첫댓글 굳~~! 놀랍습니다.그리고 신입인데도 그대의 생각과 고민이 대견스럽습니다. 든든합니다.함께 고민하고 치열하게 살아봅시다...
세화씨의 고민에 깊은 강동을 전합니다. 모두모두 너무 옳은말이고 이미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우리회에서 실천하고 잇는 일들입니다. 저도 좀 더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답글을 달겠습니다. 우리 회원모두가 돌아볼때지요.
세화씨만의 고민은 아닐겁니다. 저 역시 동화 모임에 대한 많은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들어왔죠... 그래서 열심도 내보기도 했다가 실망감비슷한것도 느껴보고... 나름의 결론도 내려보고... 저 역시 고민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함께 더 좋은 방향과 방법들을 찾아가 봅시다. 안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 이상이어야 겠죠!!!
저번에 답글을 올리다 날아가버려 다시 간단히 궁금해하시는 연대부분만 올립니다. 우리회가 올해 관련을 맺고 지원하고 도움받고 있는 곳은 '성서학부모회', '좋은도서관만들기 엄마모임', '초등전교조 남부지회', '환경과 생명을 사랑하는 교사모임' 입니다. 이사오기전에는 강북도서관만들기를 위해 모였던 많은 강북시민단체들과 주로 교류한 것으로 압니다. 우리 사무실이 이 곳에 정착하여 활동을 튼튼하게 하기위해서 꼭 필요한 얘기들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모임이 개방적이여야 한다는 것과 실천하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뜻을 같이 하긴 쉬워도 직접 현장에서 뛰는 사람은 소수일 때가 많습니다. 우리 함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