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재점화된 원격화상 투약기 설치 약국 방문
'노출된 장소' 주위 시선 신경 쓰이지만 직접 상담은 가능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8월 10일 오후 9시 23분, 일반약 원격화상 투약기가 시범 설치된 경기도 용인의 약국을 찾았다. 9일부터 이 약국에서 화상투약기를 정식 시범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화상 투약기는 투약기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환자와 원격으로 상담한 뒤 증상에 맞는 의약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대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이 약국은 규모가 비교적 큰 약국은 아니었다. 산책을 나온 주민들 사이로 약국 앞에 커다란 자판기 하나가 불빛을 내고 있었다.
▲ 일반약 원격화상 투약기 '365약통' 홍보 영상 등이 재생된다.
이 자판기에는 '화상투약기'라고 명시돼 있었으며, 화면에는 '365일 비대면 의약품 판매시스템'이라는 안내와 동시에 '365약통은 약사가 직접 친절하게 상담해 투약해 주는 서비스'라는 홍보 메시지가 자동으로 플레이 됐다.
투약기 오른쪽에는 '사용방법'이 명시돼 있었다. 지시에 따라 통화호출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약품을 구입하시려면 다시 버튼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15초간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자동 이전 화면으로 넘어 갑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한 차례 더 버튼을 누르자 투약기 좌측 상단 화면에 약사가 나왔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약사 면허증이 함께 제시됐다.
투약기 윗쪽에는 화상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헤드셋을 낀 약사가 등장해 증상을 물었다.
'급체를 한 것 같다'고 하자 육류를 먹고 그런 것인지, 과식을 해서 그런 것인지 물었고, 소화제인 '스피자임정'을 선택했다. 이어 위장관 운동기능 조절제인 '위메부틴정'도 함께 추천했다.
▲ 기기 상단 모니터를 통해 약사와 상담을 해 약이 추천되고 각각의 약값, 결제 금액 등이 표기된다.
약사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1정씩 복용하라'고 얘기했다. 화면에는 약사가 추천한 약과 가격, 총 결제금액이 제시됐고 약사는 'IC칩이 위로 향하게 카드를 삽입해 결제하라'고 얘기했다. 나오는 곳으로 약 2개가 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약사는 '약이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에 2가지 약을 비춰달라'고 얘기했다.
9시 23분 상담을 시작해 카드 결제가 완료된 시각은 9시 24분이었다. 통화 호출 버튼을 누르고 약사와 상담을 통해 결제를 마치고 약을 받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1~2분 남짓이었다.
약사와의 대화내용은 자동녹화되며, 녹화된 내용은 6개월 후 자동 파기된다.
키오스크 등에 익숙한 세대다 보니 생각보다 약을 받는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투약기에서 나온 약 역시 찌그러짐 없이 약국에서 사는 완통 형태 그대로 구입이 가능했다.
다만 노출된 장소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위시선이 신경 쓰였다. 마치 '핸드폰 전화 스피커폰'을 기능을 사용한 것처럼 주변에 까지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몇몇 산책을 나왔던 동네 주민들은 약을 사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다.
증세에 따른 약 선택은 약사 몫이었다. 자판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등 20여개 효능군 67품목이었다. 기기 운영 시간은 오후 7시부터 새벽 2시까지 7시간이었다.
이 약국에 시범 설치된 이유는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화상투약기가 필요하다'는 개발자 박인술 대표와 해당 약국 약사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첫날인 9일에는 2건의 구매가 이뤄졌으며 쓰리알코리아 박인술 대표는 점차 이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8년 만에 등장한 원격화상 투약기…논란 재점화 되나
원격화상 투약기가 논란이 됐던 건 2013년 해당 기기가 인천의 한 약국에 설치되면서부터였다. 원격화상 투약기 등장 소식에 약사회와 약사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보건소 등의 요청으로 박 대표는 기기를 자진 철거했었다.
약사법 등으로 인해 화상 투약기 국내 상용화에 어려움이 따르자 박인술 대표는 '일정 기간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해 검증되지 않은 제품 및 서비스를 시험하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했고, 실제 쓰리알코리아와 대한약사회,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의 사전검토위원회 회의도 이뤄지며 세부 안까지 확정이 됐던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해당사자인 우리와 약사회, 복지부, 과기부가 사전검토위원회를 거쳐 세부안을 확정하고 심의위 상정을 앞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복지부 등이 차일피일 시간을 지체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 9년 전에는 약사회와 보건소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철거를 했었다면 이유없는 반대와 지연 전술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법의 판단을 받고자 시범운영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로 인해 2019년에는 약사회 임원이 국회 국정감사 참고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10년 가까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끌어오고 있는 화상투약기지만, 약사이기도 한 박 대표는 화상투약기가 심야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안전상비약 확대 저지, 일반약 시장 및 약사 일자리 확대 등 순기능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화상투약기는 약국과 약사사회에 꼭 필요하다. 여전히 국민들이 약국 폐문 시간 이후 의약품 구입에 있어 상당부분 불편을 겪고 있다. 9년 전 지역약사회 등과 논의 과정에서도 도입을 찬성하는 약사들이 적지 않았고, 규제샌드박스 과정 중에서도 신청 약국들이 있었다"며 "시대가 변화한 만큼 나쁘게만 바라보지 말고 약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 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혜경 기자 (khk@dailyphar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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