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노동하며 밝게 사는 수사님 모습 닮고 싶어요”
하루 5번 기도·대침묵·노동 등 수도자와 똑같은 하루생활 체험
『주여 주의 말씀대로 나를 받으소서. 그러면 나는 살겠나이다. 주는 나의 희망을 어긋나게 하지 마소서』 8월 13일 오후 경북 칠곡군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성당에는 수도자의 길을 걷겠다며 하느님께 서원하는 「수시뻬(Suscipe)」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성베네딕도 왜관수도원이 13~15일 2박3일 일정으로 연 「수도생활 체험학교」가 시작된 것. 체험학교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60여명의 남녀 젊은이들의 모습은 벌써 수도자가 된 듯 사뭇 진지했다. 이들은 3일 동안 아침 6시 기상, 하루 5번의 기도와 노동체험, 대침묵 등 수도자들과 똑같은 일과를 보내며 수도생활을 직접 몸으로 체험했다. 왜관수도원 박안셀모 신부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수도원 생활은 많이 불편하겠지만 수도자의 삶을 체험하면서 진정 각자의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날 입회식. 이들은 사회의 온갖 더러운 때를 벗어버리고 수도자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마음으로 수도복을 대신해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들은 또 수도자다운 삶을 배우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삶을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하는 서원장을 직접 작성해 하느님 제단에 봉헌하기도 했다. 군복무중 외박을 이용해 체험학교에 참석하게 됐다는 양용석(바오로.22.제주교구 화북본당) 상병은 『군 입대 후 수도자의 꿈을 가지게 됐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수도자들의 모습을 배우고 하느님께 나의 성소에 대해 묻고 싶다』고 말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친 이날 오후, 수도원 아름드리 나무에선 매미소리가 요란했지만 체험학교에 참석한 젊은이들은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침묵속에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였다. 또 50년간 수도생활을 해온 현바르톨로메오 신부의 하느님 체험담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전은영(엘리사벳.27.서울 개포동본당)씨는 『50년동안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삶을 사신 수사신부님의 삶이 참으로 위대하고 고귀하게 느껴진다』며 『수사님들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모습을 본받아 저 또한 베네딕토 성인이 알려주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기도 후 가진 식사시간. 침묵 속에 참가자들은 수도원에서 가꾼 야채와 계란찜 등 소박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저녁 8시 끝기도 시간. 시편과 찬미가를 노래하며 하루동안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며 대침묵에 들어갔다. 고해성사를 보기 위해 어두원진 성당에 고요히 앉아 묵상하는 이들의 모습은 진정 수도자가 된 듯한 모습이었다. 둘째날, 수도원의 아침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인근 마을에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릴 뿐이다. 평소 같으면 늦잠을 잤을 이들도 아침기도를 하기 위해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루만에 어느덧 수도자의 모습을 닮아간 이들은 오전에 수도원을 견학하고 그레고리오 성가로 바치는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오후에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성베네딕도수도회의 표어처럼 노동체험 시간을 가졌다. 난생 처음 타본 쓰레기차에 몸을 싣고 떠난 곳은 끝없이 펼쳐진 논.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주섬주섬 나온 피를 뽑고, 고추를 따고, 가지치기를 하며 땀을 흘렸다. 서현준(사도요한.23.부산교구 거제동본당)씨는 『수사님들이 노동을 한다기에 단순한 취미생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뙤약볕에서 온 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고된 일을 하다 보니 무척 힘이 들었다』며 『대신 흘린 땀방울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엔 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와의 만남을 갖고, 수도자에 대한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중에는 「하느님께 드리는 나의 다짐」 글을 봉헌하며 이곳에서 배운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눌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2박3일간의 수도원 체험을 마친 젊은이들. 조금 힘들긴 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이들의 밝은 모습 속엔 이미 주님께서 주신 기쁨과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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