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 ]야유회 제 3화
증기기관차 타기
청심 고병균
오후에는 증기기관차를 타러 간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 점심을 마치면 아무리 늦어도 13시쯤 된다. 기관차를 타는 시각은 15시 15분이다. 2시간의 여유가 있다.
식당에서 가정역까지 이동하는 시간 20분, 가정역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는 시간 20분, 그래도 남는 시간 1시간 20분이나 된다.
중간에 들를만한 명소도 없다. 이런 이유로 식당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려 했었다. 야유회 일정에 대하여 소개하고 회장이 마련한 유인물을 이용하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버스는 출발했다. 그래도 시간을 끌기 위해 우회했다. 섬진강 출렁다리를 걸어가다가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끌었다. 그런데 누군가의 인도로 많은 시간을 남긴 채 가정역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문제가 하나 터졌다. 식당에서 출발하려는데 회장이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그 종이에는 깨알처럼 작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른 채 가방에 넣어두었다.
출렁다리를 건널 때 그 종이를 찾는다. 그 종이는 증기기관차의 탑승권이었고, 장미공원 입장권이었다. 그 종이는 어디에 있는가? 내 가방에 넣어 두었고, 그 가방은 버스에 실려 기차마을에 가 있다. 이를 어쩌란 말인가? 융통성 없는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는 중에 ’자세한 일정을 안내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회원이 있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고, 달래 수도 없었다.
그런데 증기기관차 탑승권 문제가 해결되었다. 염려하며 기정역에 도착했을 때, 총무의 사모님이 역무원과 무아라고 대화하더니 좌석표를 받아들었다. 그 좌석표에는 1호차 48석, 2호차에 8석 등 우리의 좌석 56석이 노란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회원들은 기관차에 오르기까지 무료한 시간을 참아주었다. 그네를 타기도 하고, 계단에 앉아 쉬기도 하면서 기다려 주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가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었던 것은 총무의 딸 덕분이다.
사전 답사를 갔을 때 기차마을의 역무원이 ’미리 예약하라.‘고 안내했다. 나는 즉시 인터넷을 검색하여 예약 작업을 진행했다.
예약 날짜는 2024년 5월 17일, 가정역에서 기차마을로 가는 편도 상행선, 예약 인원은 할인이 적용되는 소아 노인 56명, 이렇게 입력했다. 검색하면 기관차 승차 요금과 장미공원 입장료가 자동으로 계산된다.
열차 시각표가 나온다. 우리는 가정역에서 15시 15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선택했다. 예약 인원 175명이 남아 있다. 다음으로 진행했다. 좌석 배치도가 나온다. 1호차와 3호차는 4명씩 마주 보고 앉는 좌석이고, 2호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는 좌석이다. 회원이 56명이니까 2호차가 좋을 듯하다.
좌석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10개까지는 그런대로 알 수 있었다. 그 이상 넘어가니 몇 개를 체크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세고 체크하고 또 다시 세고 체크하기를 반복하여 56개를 체크했다. 참 힘든 작업이었다.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가정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없고, 기차마을에서 출발하는 열차만 보인다. 무엇을 잘못했나? 뒤로 돌아갔다. 아무런 실수가 없다. 다시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청 인원 56명, 체크 인원 0명‘ 이런 메세지가 나온다. 되돌아가보았다. 분명 체크 되어 있다. 다음으로 진행하면 똑같은 메세지가 나온다. 뒤로 돌아가서 56명을 다시 체크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진행했다. 또 가정역 출발 시각표는 나오지 않는다. 기차마을 역에 전화를 걸어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도와줄 수 없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안내한다.
“죄석 체크하는 화면 아래 ’편도‘와 ’왕복‘이 있으니, ’편도‘를 선택하세요.”
되돌아가서 또 좌석을 체크하려 하니 슬슬 짜증이 나려 한다.
그래도 참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제 결재하는 단계까지 왔다. 우리는 광주은행 카드로 결재해야 한다. 광주은행 카드를 찾을 수 없다. 또 사무실에 물어 보았다.
“젊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세요.”
나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소지자다 엑셀 같은 경우 젊은이 못지않게 잘 다룬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한다. 그렇다고 따질 수도 없다.
내가 다니는 교회로 가서 젊은 목사에게 부탁했다. 정 목사가 컴퓨터를 켜서 작업을 진행했다. 결재 과정에서 걸린다. 다시 김 목사를 불렀다. 그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어 포기했던 작업을 총무의 딸이 해결했다. 그 결과 우리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관광을 즐겼다. 고맙다는 말 외에 다른 할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