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6일 왓슨, 드디어 인간을 이기다!
이제 그는 인간의 조력자가 될 것인가,
인간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과학자의 영원한 꿈, 생각하는 컴퓨터
수백 년에 걸쳐 인간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기계를 꿈꿔왔다. 그리고 과학은 이런 면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이제 컴퓨터는 암산과 체스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 기억력과 이해력에 비상한 능력을 갖춘 만물박사들만이 출전하는 퀴즈 쇼에서도 인간들과 나란히 겨룰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2011년 2월 16일, IBM의 컴퓨터 ‘왓슨’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역사 깊은 퀴즈 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챔피언들에게 승리했다.
왓슨, 인간의 말을 이해하다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는 왓슨이 IBM 연구소에서 태어난 날로부터 <제퍼디>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 날까지 그 궤적을 담은 책이다. 1997년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대결을 통해 슈퍼컴퓨터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바 있는 IBM은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뒤를 이을 대결로 <제퍼디>를 선택한다. <제퍼디>는 질문의 영역이 역사․문학․예술․대중문화․과학․스포츠․비즈니스를 망라할 뿐 아니라, 질문 자체가 다소 복잡하며 유머와 위트, 그리고 은유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인간 출연자조차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제퍼디>에 출전한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이제까지의 슈퍼컴퓨터와는 다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똑똑한 컴퓨터를 개발해야 함을 뜻한다.
IBM의 과학자들은 3년여에 걸친 훈련 끝에 왓슨이 말장난과 비꼬기 등을 비롯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게 만들었으며, 각종 분야에 해박한 지식은 물론 게임 전략까지 통달하도록 했다. 왓슨은 ‘미국과 외교 관계가 없는 4개국 중 제일 북쪽에 있는 이것’의 정답이 ‘북한’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능력, 그리고 ‘<킬 빌>의 주연으로 11년간 뉴욕 양키스의 포수를 맡았던 사람’이라는 난센스 문제의 정답이 ‘우마 서먼 먼슨’이라는 것을 맞힐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 각 문제의 후보 답에 얼마만큼 신뢰도를 부여하여 돈을 어느 정도 걸어야 하는지, 또한 언제 버저를 눌러야 좋은지 결정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왓슨이 보여주는 인공지능의 현주소
기존 슈퍼컴퓨터와 왓슨의 차이점은 왓슨이 인간의 소통 방식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거에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호로 분해해주어야 했지만, 오늘날의 컴퓨터는 이렇게 해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몇 초 내로 답을 찾아내는 왓슨 같은 컴퓨터는 모든 분야에서 쓸모가 있다. 왓슨의 후예들은 콜센터에서 세금 문의에 답하고, 비행 스케줄을 조정해주며, 고장난 노트북의 증상을 설명하거나 우리에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의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상장 기업은 이메일에 의한 내부자 정보 유출에서부터 규제 당국이나 투자자에게 깜짝 실적이나 어떤 제품의 실패 보고를 적시에 알리는 일에 이르기까지, 어지러울 정도의 법률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왓슨과 같은 기계는 이 모든 문제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어떤 법을 위반할 가능성을 지적함과 동시에 질문에 대한 답까지 내놓을 수 있다. 로펌에서는 모든 범죄와 소송, 상표권 등에 관한 판례를 빠짐없이 찾아냄으로써 사건의 해결을 도울 것이다. 또한 제아무리 성실한 의사라도 해낼 수 없는 의학적 지식을 축적하여, 수만 건에 이르는 의학논문을 한순간에 훑고 의사도 모르는 병명을 진단해내기도 할 것이다.
렌셀러 공과대학교의 컴퓨터 및 인지과학 전문가 제임스 핸들러 교수는 “인간이 잘 하는 부분과 왓슨의 유리한 점을 결합하면 어느 쪽이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풀어낼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고하는 컴퓨터와 우리의 미래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 앞에서 우리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산업혁명기에 방직기가 직공을 대신했듯이 결국 슈퍼컴퓨터는 우리의 일자리를 꿰차고 우리를 길바닥으로 밀어내지는 않을 것인가? 컴퓨터가 이토록 똑똑해진다면, 우리는 머릿속에 무엇을 담고 다녀야 하는가? 그리고 어린이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열쇠는 역설적으로 왓슨의 성장 과정에 담겨 있다. IBM에서 왓슨 프로젝트를 주도한 과학자 페루치는 언어를 해독하는 일이든, 추상적인 개념과 씨름하는 일이든 컴퓨터가 애를 먹는 분야는 인간이 우위를 유지하는 분야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책 속의 수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뇌의 모든 것을 파헤쳐 뇌 지도를 그릴 수 없는 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컴퓨터는 분명 나날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훑어서 정답을 도출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바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능력에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 없이 하루도 살 수 없게 된 지금, 우리는 우리가 이에 대해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나누는 정보나 의사소통이 얕고 가벼운 것들로 대체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개념, 사상, 이론과 같은 사고하는 법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에 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똑똑한 컴퓨터에게 한 가지 효용이 있다면 노래하기, 수영하기, 사랑에 빠지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수한 일을 마음껏 즐기도록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점점 똑똑해지면서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에 속해 있다는 사실로 인해 인간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다.” 이 말은 진실이다. 우리가 호모사피엔스, 즉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 저자 ․ 역자 소개
스티븐 베이커 Stephen Baker
『비즈니스 위크』의 테크놀로지 부문 수석 편집자로, 20년 이상 『비즈니스 위크』에서 일했다. 그의 기사는 「월스트리트 저널」,「LA 타임스」,「보스턴 글로브」,「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등 유수의 매체에 실렸으며, 부상하는 멕시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취재로 ‘오버시즈 프레스 클럽 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8년 데이터 마이닝에 관한 책 『뉴머러티』를 발표하여 수많은 평론가와 언론사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오바마 대통령을 위해 추천하는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 아내와 세 아들과 함께 뉴저지의 몬트클레어에서 살고 있다.
이창희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한 후 파리 소르본 대학교 통역대학원에서 한-영-불 통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 『뉴머러티』,『엔트로피』,『피자의 열역학』,『다음 50년』,『21세기의 신과 과학 그리고 인간』,『진화-시간의 강을 건너온 생명들』,『지구의 삶과 죽음』,『말리와 나』,『태양의 아이들』등이 있다.
■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
인공지능과 우리의 미래에 관한 작가의 냉철한 통찰이 돋보이는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인공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시애틀 타임스」
■ 차례
들어가기 - 9
1 컴퓨터, 인간과의 대결을 꿈꾸다 - 31
2 퀴즈 쇼의 인간 챔피언 - 59
3 왓슨의 탄생 - 85
4 컴퓨터를 가르치다 - 109
5 왓슨, 얼굴을 가지다 - 137
6 왓슨과 인간의 대결 - 161
7 인간의 뇌를 넘보는 컴퓨터 - 191
8 인간과 기계 - 217
9 왓슨의 자리 - 241
10 한판 승부를 준비하다 - 267
11 결전의 날 - 293
주 - 323
참고 문헌 - 326
감사의 말 - 328
옮긴이의 말 - 331
■ 책 속으로
왓슨에게는 나름의 한계가 있다. 한 번은 어떤 과학자가 왓슨을 “백치 만물박사죠” 하고 깎아내렸다는 말을 들은 페루치는 “백치 만물박사? 괜찮구먼!” 하고 응답했다. 페루치는 왓슨을 얕보는 이 표현 자체는 거부한다. 하지만 그는 왓슨이 킴 픽 같은 질의응답의 귀재에 가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킴 픽은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만물박사이다. 2009년에 사망한 픽은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었다. 픽은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고, 모든 디테일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그럼에도 픽은 심각한 신체적 및 발달상의 문제가 있었다. 그의 뇌는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인 뇌량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를 제외한 어떤 사람과도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고, 그 많은 지식으로부터 수준 높은 결론을 끌어내지도 못했다. 그러니 이론을 세우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는 불완전한 천재였다. _ 194쪽
‘올림픽에 관한 특이한 것들’ 카테고리에서 “1904년 올림픽 평행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체조 선수 조지 아이저의 신체적 특이점”을 묻는 문제가 나오자 제닝스가 먼저 버저를 누르더니 잠시 숨을 고른 후 “손이……없었나요?”라고 말했다. 오답이었다. 왓슨이 버저를 눌러 ‘다리’라고 답했다.
“정답입니다.” 트레벡이 말했다.
그러나 그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 전에 심판관 한 명이 게임을 중단시켰다. 아이저의 ‘다리’ 자체는 신체적 특이성이 아니다. ‘다리가 없다는 사실’이 특이성이다. 무대 위에서 5분간 심판진은 트레벡 및 왓슨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셰플러와 협의를 벌인 끝에 왓슨의 답을 오답으로 선언했다. “제 실수였습니다.” 트레벡이 청중에게 말했다. 이어서 트레벡은 아까 왓슨에게 정답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도 수정했다. “아닙니다. 그 답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리가 없었다’고 답했어야 합니다.” _ 306쪽
그러나 왓슨을 프로그래밍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인간 정신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수천 년에 걸쳐 인간은 이 프로그래밍 작업을 해왔다. 지식과 기술을 환경에 적응시킨 것이다. 이 과정의 어느 시점에선가 많은 사람들이 덫으로 곰을 잡는 일, 밭을 가는 일, 나눗셈을 끝없이 하는 일, 지도를 보는 일 등을 할 줄 몰라도 상관없는 삶의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제닝스가 지적한 바처럼 지식 자체의 가치가 끝없이 변화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 하나하나는 IBM의 <제퍼디> 연구진이 왓슨에게 기가바이트 단위의 정보와 운영 프로그램을 업로드하면서 끊임없이 씨름한 문제와 맞닥뜨려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머릿속에 뭔가를 넣어 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지 작업과 관련하여 컴퓨터에게 떼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_ 320쪽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서평단 모집간 : 5월 12~ 5월 18일
◆ 모집인원 : 15명
◆ 발표일 : 5월 19 (→이벤트 당첨자 발표)
◆ 서평 작성 마감일 : 책수령 후 2주 이내 ( → 책수령과 서평완료 댓글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