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
밥을 먹고 잠깐 걸었다
다들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요즘 위가 안 좋아요 저는 허리요 사람들이 모여서 건강을 묻고 있었는데 다들 건강을 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 먼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점심에는 모두가 묶여 있죠 잠시 어딘가로 떠났다가 또 금방 돌아오죠 식당과 공원은 너무 가깝고 공원은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공원은 열려 있지만 출입구가 구분되어 있고 모든 곳을 향해 있지만 어딜 향하지는 않는다
이런 날에 회사에 있는 것이 참 답답하네요
공원을 걸으며 누가 말했고
공원 부지 밑에는 출토되지 못한 유물과 유해가 잠들어 있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군요
그래도 이렇게 잠깐 걷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몸에도 마음에도 정말 좋아요
침묵하던 누군가가 진지하게 말했고
모두가 정말 맞는 말이라고 했다
대추나무에는 사람이 걸려 있는데
나무에 참새가 열렸네
네가 말해서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마른 가지에 참새들이 떼로 모여 있었다
겨울이라 토실해진 모양이 참 귀여웠는데
빨리 선생님 모셔 와
어떡해 연락을 안 받아
이제는 새를 찾아보기 어렵고
요즘 너는 빈 가지를 자주 올려다본다
사람도 새도 다 사라진 오후 주택가 근처 공원에서
우리는 기억하는 새 이름을 늘어놓는다
참새, 비둘기, 홍학, 오리, 매, 닭, 잉꼬.......
너는 지금 웃음이 나오니?
나는 웃음밖에 안 나와
우리의 빈약한 조류 지식으로는 구관조나 대머리독수리쯤에서 목록이 끝나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이미 현존하는 새보다 많은 것이다
공원 한 귀퉁이에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건 새가 아니었고
일단 가자
여기 있으면 안 돼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네가 이리로 오는 것을 내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