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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바람에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저기 보이는 것이 바람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나뭇잎이 움직이는 것입니까?'
스승이 대답한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그것을 보는 너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바로 영화의 핵심을 품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김지운감독의 느와르 <달콤한 인생>은 절간에서나 나옴직한 주인공 선우(이병헌)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리세대에게 느와르라함은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의 핏빛액션으로 대변된다. 그 양대 산맥의 중심에는 주윤발이라는 우상이 우뚝 서있었고 그 후 우리는 두작품의 액션만 흉내낸 아류작을 어거지로 보아야만 했으며 제대로된 느와르영화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어져만가고 그저 추억속에서 그때의 희열을 곱씹어야만 했다.
특히나 한국영화에서 느와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김지운감독이 신작으로 느와르를 들먹거리는게 영 음과양이 맞아 보이지 않았으나 그는 느와르를 장르화에서 영화적 스타일로 승화시키면서 꽤나 때깔좋은 비주얼과 핏빛액션을 조화롭게 그려내며 전작<장화,홍련>에서부터 보여주었던 '스타일리스트'로써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느와르특유의 비장미를 극대화시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병헌은 그동안 배우로써 시행착오를 거치며 선한 미소의 다소 나약한 이미지에서 탈피, 그의 배우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작품이라도 되는듯 표정연기에서부터 격한 액션씬까지 예상외로 시간이 흐를수록 비장함으로 폭발하게되는 선우의 캐릭터에 훔뻑 빠져있었다.
누가봐도 남부러울게 없는 조직의 넘버2, 선우...
삐까뻔쩍하는 럭셔리한 호텔을 관리하며 강사장(김영철)의 신임을 듬뿍받으며 그의 오른팔이었던 선우가 설마 저 어둡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꺼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백번 잘해도 단한번의 실수는 용서받기 힘든 조직의 쓴맛이 바로 이런것이었던가...
그 발단 또한 어처구니없기 짝이없다.
하지만 감독은 '왜?'라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주지 않는다.
강사장도 선우도... 도대체 무엇때문에 서로가 원수가 되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될 운명이 되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듯 하다.
신민아의 미스케스팅을 제외하면 - 사실 신민아와 같은 캐릭터가 어울릴만한 여배우가 없기도하지만 - 김뢰하를 비롯한 황정민, 김해곤, 오달수 등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특히 황정민이 분한 야비하고 무식한 생양아치 백사장 캐릭터는 김지운감독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최근 <말아톤>으로 유명세를 타게된 이기영은 다시 전공인 악역으로 돌아와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에서 보여주었던 그 눈빛이 참으로 반가웠다.
이제<달콤한 인생>으로 김지운감독은
과거 이만희감독이후 한국영화사에서 맥이 끊어졌던 장르영화감독으로 군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과연 인생이 달콤해질수 있는것은 꿈인가 생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