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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사의 현장 >
참불선원장 각산스님 초청 |
본지 발행인 인사말
아래는 첫날인 22일 행사 시작할 때 한 본지 김형근 발행인의 인사말이다.
"안녕하십니까? 이 행사를 위해 한국에서 오신 각산스님과 이용태 변호사 BBS 선상신 사장님과 기자 여러분, 불교신문 이성수 기자. 감사합니다. 각산스님은 연초에 연말까지 대략적인 일정이 정해지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위해 고려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고려사 주지 스님과 신도회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 행사를 위해 올 1월부터 오늘까지 이 지역의 이원익 준비위원장을 비롯하여, 김소연약사, 카니 정 보살님, 송정섭 거사님 등 10여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치단결하여 불철주야 노력을 하였습니다.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미국에서 한국불교는 50여년이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행을, 명상을 내세워서, 3일 동안 1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하는 행사는 미주한국불교 역사상 처음입니다.
오늘 이 행사는 미국에서 30년 동안 발행되고 있는 미주현대불교 창간 로스 엔젤레스 기념행사입니다.
창간 30주년 기념을 좀 의미있게 하려고 2017년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미국에 다녀가신 한국에서 명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각산스님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명상’을 내세워서 하는 행사입니다. 불교잡지 창간 30년 기념행사 이지만 이 행사는 불교포교를 위한 행사는 아닙니다. 불교포교가 목적이 아니고 불교가 가진, 좋은 장점인 명상 행사를 통해 한인사회에 명상을 널리 알리면서, 이 행사에 참가한 분들에게 명상을 통한 휴식을 주기 위해, 명상법을 소개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명상에 관련해서는 미국사회에서는 지금 태풍처럼 온 미국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마음집중 이라고 할 수 있는 ‘mindfulness’ 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어가 되었으면 명상은 이제 병원에서도 응용되고 있고, 구글 등 대기업에서도 명상실을 운영한 지는 오래되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오늘 행사는 미주한국불교사에 기록될 행사입니다. 에머슨은 성공의 척도를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 오늘 보다 너 나은 내일을 위해 얼마나 기여하는가?”로 보았습니다. 저는 오늘 이 행사가 끝난 후 더 나은 한인사회, 더 나은 미국사회에 기여한 행사로 기록되도록 여러분들게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산스님과 함께 한 힐링 명상 대회 |
글 | 스텔라 박
각산스님
미주현대불교 발행인의원
집안 얘기를 하자니 적잖게 쑥스럽기는 하지만, 지난 30년간 본보(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겸 대표 김형근)는 미주 지역에 붓다와 그의 가르침을 전파하고자 참 많은 일을 해왔었다.
1989년 격월간으로 시작한 미주현대불교는 이후 월간으로 전환했었다가 현재는 연 10회 발행을 이어가며 미국 불교 전반, 그리고 한국 불교 소개에 앞장서고 있다.
수년 전부터 김형근 대표는 내게 미국 불교와 명상에 대한 글을 요청해왔다. 사실 난, 별 관심 없었지만 원고를 청탁받았기에 글을 쓰느라 미국 불교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혜월스님의 제자들이 땅값 비싼 산타모니카의 공간을 스승에게 제공하면서 함께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UCLA MARC(Mindful Awareness Center)를 찾아간 것도, 그곳의 디렉터인 다이애나 윈스틴과 인터뷰를 한 것도 모두 김형근 대표의 요청에서였다.
다이애나 윈스틴과 인터뷰를 하다가 UCLA MARC를 다니게 됐고, UCLA MARC에서 진행하는 TMF(Training of Mindfulness Facilitator) 과정도 하게 됐다. 김형근 대표는 람다스 등 초기 미국 불교와 영성계 운동을 주도한 영적 스승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열려 있어 이런 주제의 글들을 잡지에 싣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LA 내 타이 절인 왓타이LA(Wat Thai of Los Angeles), LA 리틀토쿄의 조동 사찰인 젠슈지(Zenshuji 禪宗寺) 등 이웃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그는 2004년부터 미국의 연방 주도인 워싱턴 DC에서 연방수생식물원과 공동으로 연꽃축제를 시작했다. 그후 무려 14년을 지속해왔지만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안타깝게도 2017년을 마지막 행사로 이를 접어야만 했다. 그간 수많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불교와 한국문화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연꽃 축제를 이어갔다는 것은 붓다와 인연 있는 이들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업적이라 생각된다.
30년을 이끌어 오면서 당장이라도 폐간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일의 특성 상 하늘 길과 땅 길 위에도 되돌아올 방법 없는 돈을 엄청나게 뿌렸을 터이다. 여기 저기서 자금을 끌어다 모자란 부분을 메꾸는 것도 몇 번 하고 나면 지치는 법이다. “에고.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짓을 하냐..” 이런 생각을 했을 법도 한데 김형근 대표는 그때마다 오똑이처럼 일어났다. 지난 30년 내내 돈으로 인한 그의 마음 고생은 엄청났을 게다. 담마를 접하기에 척박하기 그지 없는 미국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가 미주현대불교의 발행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삼배를 올릴 만큼 감사한 일로 느껴진다.
미주현대불교 30주년 기념 행사, 각산스님 초청 힐링명상대회
그는 ‘미주현대불교’의 발행인으로서 미국과 한국 불교의 가교 역할을 톡톡이 해냈다. 그는 역사를 읽고 현재의 트렌드를 파악하며 미래를 점치는데도 기막힌 감각을 지녔다.
미국 불교의 특성 가운데 가장 도드라지는 것은 ‘명상 수행’이라고 말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불교 신자들의 경우에는 절을 다니고, 불상 앞에 절을 하지만 그분들이 모두 명상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불교 신자들은 거의 100퍼센트 명상 수행을 한다. 사실 그들은 스스로를 불교 신자라고 여기기 보다는 명상수행자(Meditation Practitioner)라고 여기는 것 같다. 불교 수행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명상 수행을 매일 매일 지속할 때, 그들은 스스로를 불교신자라 부르지 않을지라도 이미 진정한 의미의 불교신자로 변신한다. 그들은 삶과 싸우려 하지 않고 현재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며 늘 변하는 것을, 그래서 고통임을, 자성이 없음을 철견한다. 그리고 이렇게 깨달은 지혜는 그대로 그들의 가슴을 적셔 세상 모두를 향해 연민의 마음을 갖게 한다.
절에 와서 부처님 앞에 열심히 절하고 보시를 후하게 하면서도 입만 떼면 자기 자랑이요, 남 흉보기라면 어찌 이를 불자라 할 수 있을까. 이는 모두 한국 불교의 수행 부재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다행히도 최근 일부 출가자들이 동남아시아로 가서 명상 수행을 직접 체험해보고 돌아와 재가자들을 지도하고,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공부도 열심히 해, 니까야들을 원문에서부터 번역하는 작업을 하니 감사할 뿐이다.
김형근 대표는 미국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명상 수행을 소개하기를 원했다. 미주현대불교 30주년 기념 행사로 자신이 단상에 나와 연설을 하고 꽃다발도 받는, 속된 말로 남들 보기에 폼 나는 기념식을 할 만도 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에서 명상 멘토로 추앙받고 있는 각산스님(참불선원 선원장)을 초청한 ‘치유와 행복의 명상대회’를 기획한 것이다.
“미국에는 불교의 마인드풀니스가 일상 생활에서도 쓰이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가히 명상 태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데 미주 한인 사회는 이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실정이죠. 이번 각산 스님 초청 명상 대회는 미주현대불교 30주년 기념행사이지만 불교 행사이고 명상 수행 행사입니다.
이를 통해 미주 한국 불교계에 수행하는 풍토가 확산되기를 희망합니다.” 김형근 대표의 말이다.
준비위원들 회의 모습
이승우 변호사, 이원익 준비위원장, 각산스님, 김소연 준비위원
명상대회 준비 과정…
미주현대불교는 지난 30년간 미주 지역의 불교인들을 하나로 엮어온 구심점이었다. 그 덕에 LA 지역의 뜻있는 이들은 ‘미주현대불교’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목적을 위해 불려졌을 때, 모두 기꺼이 “네.”하며 모일 수 있었다.
행사가 실제 열린 것은 2019년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이었지만 10명의 준비위원들은 지난 해 11월 말부터 단체 카톡방을 열고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이원익, 김소연, 송정섭, 최무식(Mark Choi), 한경수, 김진모, 카니 정(Connie Chung), 수 신(Sue Shin), 강안서, 이금선, 채정연, 그리고 나(Stella Park) 등 준비위원들은 하루에 12번도 더 울리는 ‘카톡’ 소리와 함께 긴밀하게 소통하며 행사의 윤곽을 잡아 나갔다.
이원익 위원장을 중심으로 카니 정 부위원장은 안내를, 김소연 법사는 화주를, 김진모씨는 회계와 안전 및 보험을, 공양 협조는 채정연씨와 강안서씨와 이금선씨, 의전은 송정섭씨, 홍보는 한경수씨와 스텔라 박 등으로 분담해서 진행했다.
문자 교환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사항들은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총 5회를 만나 식사도 함께 하며 회의를 했다. 그동안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수많은 행사를 치룬 다양한 경험들이 함께 모여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며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서명이 들어간 신청서를 받는다는 것, 당일 행사에 대한 보험을 든 것 등은 한인 타운의 다른 행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접근이요 시도였다.
주차도 문제였다. 고려사의 주차 공간은 한정돼 있었고 참가 인원은 100명 이상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준비위원 중 김소연 법사는 바로 옆의 동양선교교회를 찾아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행사 직전에 주차장에서 누군가 사고가 났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중에 전해들은 바로는, 목사님들은 괜찮다고 했는데 원로 장로님들이 정서상 안 맞는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준비위원들은 주차장이 비교적 넓은 달마사를 제 2 주차장으로 하고 미니밴 등의 차량으로 참가자들을 이동시키자는 결론을 냈다. 이를 위해 젊은 불자 모임인 타라(TARA)의 채재현씨가 애써주었고 손춘근씨와 조진연씨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행사를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나서, 준비위원들이 수십장씩 들고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LA 지역의 각 지역 사찰을 찾았다. 나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직후라 이 일로부터 제외되었다.
명상 대회는 3일간이었다. 이 바쁜 미국 생활에서 3일씩 시간을 낼 수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에 불자들에게만 알음알음으로 이 행사를 알린다는 건 기독교 신자들이나 타 종교를 갖고 있는 이들을 배제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준비위원들은 자발적으로 조성한 보시금으로 신문과 라디오, TV 광고를 하기로 했다.
내가 각 매체에 연락을 해 광고비를 알아봤더니 “끼약” 소리가 나왔다. “이걸 해? 말아?”를 고민하게 만드는 후덜덜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준비위원 중 보리선우회 회장이자 하이디 가구 사장인 한경수씨가 알고 보니 LA의 여러 매체에 수십년간 꾸준히 광고를 해온 수퍼 울트라 갑 광고주였다. 한경수씨는 자신이 계약을 함으로써 보통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광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라디오 광고는 내가 멘트를 쓰고 라디오코리아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 후, 직접 편집까지 했다. 가능하면 처음 부분은 라디오 듣는 이들이 귀를 쫑긋할 수 있도록 티베트 싱잉 보울(Tibetan Singing Bowl)의 소리만 영롱하게 퍼져나가게 했다. 그리고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다.”면서 3일간의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동료 진행자에게 부탁해 1시간을 통째로 각산스님과 인터뷰 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모두가 은혜이다. 신문 광고 디자인은 중앙일보의 이호진씨가 해줬다. 불교신자로 예전에 불교대학에도 나왔던 이였는데 한 눈에 딱 들어오는 멋진 디자인을 해줘 고마운 마음이다.
광고를 접하고 참석을 결정한 이는 전체 참가자의 30퍼센트로 나타났다. 그래도 만족할 만한 성과이다. 광고를 듣고 마음이 움직여 전화를 걸고 바쁜 스케줄을 조정하고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올인한다는 것은 그동안 얼마나 명상과 영적 수행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는지를 헤아리게 하는 대목이다.
70퍼센트의 참가자는 준비위원들이 가능성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설득해서 참가한 이들이다. 특히 김소연 법사는 참석자를 리크루트하는 것, 보시금을 거둬들이는 것 모두 뛰어나, 평소 얼마나 많은 이들을 챙기고 관리했는지를 헤아리게 했다.
대회 준비이원장을 맡았던 이원익 법사도 만만찮게 참여시켰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를 일일히 답해주고 정보를 받아적는 등, 공덕 드러나지 않고 귀찮은 일들을 참 많이 하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후원은 고려사, Meditation Center for Zen Community, 우담바라회, 달마법우회, 무심산행, LA 포교사단, 심마니 장석훈의 천종산삼, Bakerything.com, 하이디 가구, 두드림보험, 이승우 변호사 그룹, 불교방송(BBS) 등에서 해줬다.
준비위원들은 이왕 불법을 펴는 것, 참가비를 받지 않거나 아주 작은 비용만 받자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럴 필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마음’이다. 사람들은 꼭 원하는 것이라면 돈을 지불하고라도 한다. 희한하게도 많은 이들은 무료 행사라고 하면 귀한 줄을 모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적절한 참가비를 명시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비용이 150달러. 하지만 거의 남기는 것 없이 거의 다 참가자들을 위해 퍼주었다. 식사도 삼시세끼, 최고급으로 준비했고 음료와 간식까지 마련했다. 심마니 장석훈의 천종산삼에서 준비해준 산삼 추출액 한 봉지도 참가자들에게 나눠줬고 한국에서 준비해온 각산스님의 책과 기념품, 그리고 준비위원들이 직접 디자인한 최고 품질의 티셔츠까지 맞춰 선물로 드렸다. 결국 거둬들인 돈을 모두 돌려드린 셈이다. 참가자들도 디테일한 준비에 적잖이 감동한 것처럼 보였다. (아전인수 격 해석이 아니길….)
김소연 법사는 이번 명상대회의 히어로우(Hero)인 각산스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각산스님은 교학과 함께 남방과 북방 양쪽의 수행을 모두 갖추신 스님입니다. 카리스마가 엄청나고 법문도 아주 잘 하시죠. 각산 스님의 강의를 많이 들었는데, 미래 한국불교를 이끌어갈 분이라 사려되더라고요. 불교의 핵심인 수행 없이 불교의 미래는 없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들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어요. 젊은 스님들이 일어서야 하고 그분들을 적극 밀어드려야 하겠죠.”
각산스님 설법에 경청하는 참가자들
좌선 후 걷기명상 하는 모습
각산스님과 함께 보낸 사흘..
나는 명상 대회 3일 동안 온전히 침묵 가운데 앉아 수행하기를 원했었지만 한국에서 불교방송 TV팀이 오는 바람에 그들을 안내해야 해서 이틀간 반나절밖에 앉아 있질 못했다. 상(산냐)은 모두에게 있다. 행사 전 일정표를 보니, 묵언 가운데 실참 수행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법문은 하루 한두 번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방식을 기대했었다.
대부분의 명상 안거(Silent Retreat)에 가면 철저히 묵언을 해야 한다. 그렇게 철저히 묵언을 하고 고요히 앉아 있어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정신 없이 살았는지, 얼마나 생각이 많은지, 그 생각이 얼마나 일관성 없이 그냥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많은 상을 갖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속으로 원숭이 마음을 자주 일으키는지, 지키려 하는 상이 많아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내 안에 얼마나 비판하는 마음이 많은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또 알게 된다. 생각은 내가 아님을, 감정도 내가 아님을…
하지만 각산스님은 나의 그런 기대와 상을 철저히 깨부셨다.
아마도 스님은 대중들을 한 번 쫙 둘러보고 파악하신 것 같다.
아직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침묵을 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아니구나.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졸려 하는 이들이 많구나…
그래서 스님은 법문의 양을 확 늘리셨다. 덕분에 명상 실참 수행은 하루 당 약 2시간 정도밖에 없었다고들 한다. 결국 3일간의 묵언 안거라기 보다는 명상에 대한 집중 강좌, 그리고 실
제 연습의 형태가 되었다.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것이 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님은 젊고 힘이 넘친다. 대중들의 졸음을 확 깨려고 던진 스님의 농담이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나사(NASA)에서 개를 한 마리 우주선에 태워 다른 행성으로 보냈답니다. 그 행성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실험해보려한 것이죠. 그런데 원숭이는 살아 돌아왔는데 개들은 하나 같이 모두 죽어 왔다고 합니다. 원인을 살펴보니 모두 방광염에 걸려 죽었데요. 왜일까요? 그 행성에 전봇대가 없어서랍니다.”
방석 위에 앉은 이들이 깔깔깔 웃어재꼈다. 나도 배가 들썩일 정도로 웃었다. 웃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이 농담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유연하지 못한, 상에 집착하는 우리들의 인식에 내려친 죽비였다.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건 선지식의 알쏭달쏭한 화두만이 아니다. 각산스님의 아재개그는 살아서 날카롭게 굳어 있는 머리를 깨는 화두였다.
준비한 모두에게 감사를…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합니다. 명상 대회 준비위원 여러분들께서 많은 이들에게 우유와 행복을 폭넓게 배달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김형근 대표가 마음을 모아 준비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랬다. 준비위원들은 미국 생활에서 가장 큰 자산인 시간을 투자했고 재물과 재능을 아낌 없이 내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가 잘 마쳐질 수 있도록 마음을 일으켰다. 행사가 모두 마쳐진 후, 준비위원들은 서로의 노고를 도닥이며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30년을 향한 미주현대불교의 화두
김형근 대표의 새로운 화두는 여성 불교이다. 요즘 미주현대불교에는 여성 불교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그는 미국불교와 명상 수행에 이은 새로운 키워드(Key Word)를 발견한 것 같다. 내게도 <가부장제 이후의 불교 – 불교에 있어 패미니스트의 역사와 분석 그리고 재구성>이라는 리타 그로스(Rita Gross)의 책에 대한 서평을 청탁했다. 뿐만 아니라 주디스 시머 브라(Judith Simmer-Brown) 등 미국 불교를 이끌어가는 여성 리더들에 대한 글도 함께 기획 중이다.
붓다 시대에는 세존을 키웠던 양모(이모), 마하 파자파티를 비롯해 ‘설법제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제자, 담마딘나를 비롯, 많은 여성들이 깨달음에 이르렀었다. 남성이 있어 여성이 있다. 그동안 종교를 포함한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들은 억압되고 짓밝히고 억눌려져 왔다. 그들의 성취도 과소평가되거나 그냥 묻혔었다. 여성들은 세존의 표현대로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품듯…”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내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존재들이다. 이제까지의 불교 역사가 지나치게 남성 위주로 쓰여졌었던 것을 기억해 볼 때, 21세기 불교의 중흥은 어쩌면 여성 불교에 그 열쇠가 있는지도 모른다.
미주현대불교는 사실 인쇄 퀄리티도, 그래픽 디자인도 독자에게 친절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30년째 매우 충성스러운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미주현대불교를 꾸미는 수많은 필진들의 좋은 글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 글들을 엮어내는 발행인의 세상 보는 눈이야말로 30년 세월을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미주현대불교가 또 다른 30년을 이어가며 미주지역에서 수행하고 공부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내가 바라지 않더라도 이미 미주현대불교는 이 세상에 태어나 모든 풍파를 이겨내고 늠름한 청년으로 잘 자라난 정기간행물이다. 오직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뿐, 그 바램마저도 내려놓으며 삶이 이끄는 대로 미주현대불교가 펼칠 꽃봉오리들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번 행사에 사용한) 보험서류
4. 본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해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함을 알고 있으며, 본 대회에 참가하고 완료할 수 있는 건강 상태임을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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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소감문 |
글 | 엄경옥
불교에 귀의하게 된 지 이제 십년이 조금 지난 것 같다. 우연치않게 카톨릭 교리를 보던 중 반야심경에 관한 글이 눈에 띄었고, 신부님들도 불교 공부를 하시는 가보다 하는 간단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불교를 공부하고 불교수행을 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불교와 관한 이런 저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불교의 가르침에 감탄을 하고 가르침을 펴신 부처님의 은혜가 참으로 깊다 여기면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아직 시작도 못해보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이, 책이나 강의를 통한 교리 공부는 어떤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체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이 자꾸만 커져 갔다. 안와 색이 만나 안식을 이루고 이 셋이 만나 촉이 되고 수가 되고 하는 과정와 무명을 인하여 행이, 행을 인하여 식이, 식을 인하여 명색이 일어나는 과정등은 모두 어떤 수행 내지 체험을 통한 것이 아니면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수행 내지 체험의 부족함을 항상 느끼면서 인연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각산스님의 명상대회를 만나게 되고 주5일 근무를 하는 생활인으로 하루의 휴가를 기꺼이 내서 금,토,일 삼일 모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각산스님의 수행 공부 일정은 3일간이었는데, 많은 부분이 강의로 이루어져 있고 하루 2-3시간의 실참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의 내용은 8정도, 4성제, 4념처, 7각지, 5온, 5개 등의 기본 교리 등과 호흡명상, 간화선등에 관한 것, 그리고 수행의 단계, 성자의 단계 등 수행과 연결된 교리를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었는데, 반복되는 부분도 많았고, 일정한 교리체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교리만 공부한 학자가 아닌, 실참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취가 있어서 자유자재로 주제를 넘나드는 면모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느껴졌고, 스님의 중생을 위한 간절함도 함께 전해졌다. 조금이라도 대중의 주의가 흐트러지듯하면 언제 그렇게 많은 재담을 다 익히셨는지 경우 경우에 맞는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시며 끝도 없이 대중들을 즐겁게 해 주셨다.
수행의 방법적인 면에서는 호흠명상과 간화선 두가지를 설명하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호흡수행은 여섯 단계가 있다고 꼭 알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매일 강조하시듯 판서를 해두셨는데, 1. 마음관찰, 2. 호흡관찰, 3. 호흡전체보기, 4, 감미로운 호흡, 5. Nimitta, 그리고 6. 선정 이 그것이다. 호흡명상을 통해 Nimitta 의 단계에 머물러 선정에 들지 못하면 현자는 되어도 성자는 되지 못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선정은 제1선부터 제4선까지 있는데, 각 단계에 이루는 성취의 요소들로서 5가지를 말씀하셨으며 본인은 실지로 해보니 6가지가 맞는 것 같다고 하셨지만, 수행에 초보자로서는 교리에서 익숙해진 용어가 아닌, 생소함이 느껴져서, 실참을 통한 경험자의 강의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했다.
수행은 사마타 먼저 닦고 위빠사나를 닦는 방법, 위빠사나를 먼저 닦고 사마타를 닦는 방법 등이 있으나 간화선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아주 수승한 수행법이라 하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실참은 한번에 한 시간 정도를 했었는데, 대중이 많은 관계로 3조로 나누어 자리를 정리한 후에 스님께서는 자세를 하나 하나 봐 주셨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신지 두 조 만 봐주시고 본인이 속한 조는 그냥 지나치셔서 좀 아쉽기는 했다.
실참 동안은, 당시 방석이 집에서 사용하던 것보다 딱딱해서 그랬는지, 간혹 반가부좌나 편한 다리를 하고 2-30분간 대다라니를 자주 해왔던 경험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 듯, 한 시간이 가는 동안 다리가 아파서 자주 자세를 고쳐야 했다. 다리가 아픈 중에도 첫째날에는 호흡명상이 잘 되어서 100 까지 세고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 세번 반복할 수 있었는데, 둘째날에는 평소 목디스크 증상이 자주 있었던 차라 그런지 목이 한쪽으로 자꾸 뭉치고 불편해서 호흡을 셀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흡을 할 때마다 내쉬는 숨에 뭉치는 부분의 힘빼기를 계속했다. 하루 종일 목 때문에 실참시 호흡 세기 내지 호흡 관찰을 하지 못하고 목 아픈 것을 달래는 호흡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몸이 건강해야 수행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하루였다. 세번째 날에는 아침 실참시 호흡으로 힘빼기를 하던 가운데 목이 많이 편해졌다. 관찰이나 수식은 하지 못했지만 긴시간 집중해서 아픈 곳을 달래니 호흡을 통해 이 정도의 불편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것 같다 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 힘빼기는 각산스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아니고, 다른 스님과의 공부방에서 배운 것인데, 몸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호흡관찰 자체가 되지 않아서 부득이 그때 배운 것을 활용한 것이다.
문답시간에는 각산스님께서 질문에 시원하게 답변하시는 것이 좋았고, 특이하게도 두분의 보살님이 수행을 해오시던 중 Nimitta 의 경험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Nimitta 는 마음이 청정한 가운데 나타나는 빛으로, 꼭 빛이 아니더라도 수행 중 나타나는 어떤 형상 같은 것인데, 실제 경험을 이렇게 눈앞에서 들으니 수행을 하면 진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가까운 주변의 다른 보살님이 수행 중 경험을 여러번 들려주셨는데 그것도 저런 현상 중의 하나였던 것이 이해되었다.
한시간 실참 후에는 행선을 했는데, 대중이 많아 삼분의 이만 참여하고 다음 번에는 다른 삼분의 이가 참여하는 식으로 돌아가면서 했었다. 행선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앞의 사람과 거리를 맞추는 일에 신경이 쓰여서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원래 어떤 효과를 얻도록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서 했다.
첫째날이 끝나면서 스님께서는 자신의 책(제목 - 멈춤의 여행)을 나누어 주시면서 일일히 사인을 해주셨고, 셋째날 명상대회가 끝날 때는 부처님 형상 펜던트를 선물로 나누어 주셨다. 하나는 금색으로 중국과 한국의 전통적인 표정의 부처님 표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은색으로 이국적인 남방불교의 부처님 느낌이 드는 형상이었는데, 스님께서는 여러분들 중 한명도 두번씩 나와서 받아가시는 분이 없다고 신기하다며 대중을 마지막까지 웃게 해주셨다.
아침 일찍 출석해서 저녁때까지 3일간의 휴일을 다 쓰고 나니 월요일 출근이 다시 시작되어서 피곤하기는 했지만, 이번의 경험치가 지속되어서 습이 생겼는지 20-30분 간이라도 매일 좌선, 호흡, 힘빼기 등을 하고 있고, 대승 경전을 볼때도 약간 시각이 달라지고 눈에 띄는 부분이 달라지는 등, 불교를 보는 또 하나의 새로운 눈이 열린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번 명상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열매를 각자 가져가셨길 바래보며, 각산스님께 삼배 올린다.
이런 행사를 마련하시고 준비하시고 진행하시는데 수고하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자세를 지도하는 각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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