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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상가’ 실패 안하려면 이 ‘3계명’ 기억하세요
[한화생명 은퇴백서] ①시공사 확인 ②주변 임대료 체크 ③과대광고 주의
조선일보
이덕수 한화생명 T&D팀 부동산전문가
입력 2024.02.14. 03:00업데이트 2024.02.14. 06:28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4/02/14/RWQH7HHPU5CMDHN7AXDSAELA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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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현국
은퇴 후 생활비를 고민하던 김모(58)씨는 강남에 있는 한 아파트의 상가 청약에 당첨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지하층 일부 호실은 최고 경쟁률이 66대1로 마감될 만큼 인기였지만, 나머지 호실은 전체의 절반 수준만 계약된 것이다. 입지가 워낙 좋아 완판(완전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공실 우려가 낮고 ‘대박’은 아니어도 최소 ‘중박’은 가능한 상품으로 분류되던 대단지 아파트 상가가 미분양으로 적체되기 시작했다. 상가 투자를 하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 때도 지속됐던 상가 투자 인기
불과 2년 전, 코로나 시기에도 상가를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인기는 높았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중에 자금이 풍부했고,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가 같은 비주택 부동산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이에 핵심 투자처인 아파트에서 대체재인 상가 시설 등으로 자금이 흘러가게 된 것이다.
코로나 때도 아파트 단지·주택가 내 상가 매출은 양호했다. 코로나 여파로 사람들이 유동 인구가 많거나 불특정 다수가 붐비는 장소를 꺼리는 대신,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우리 동네’에서 소비하려 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주택가의 유동 인구와 체류 시간도 늘어났다. 그 결과,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을 고정 수요층으로 확보한 상가는 외부 요인에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졌다.
◇금리 부담, 경기 침체로 인기 뚝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도 빈자리가 늘고 있다. 부동산R114 에 따르면, 전국 상가 분양 물량은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4만2699개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줄어 2023년 1만1511개로 떨어졌다. 전체 공급의 70%에 달하는 수도권 물량도 크게 줄었고, 아파트 상가와 주상 복합 상가는 2022년 대비 물량이 30% 정도 떨어졌다. 상가 투자 심리 회복에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하락세다. 신규 상가들은 분양가가 높고 대출 이자 부담이 큰 탓에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이는 매매와 임대 가격 하락세로 이어졌다. 2022년 상반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며 반짝 올랐던 가격은 실물경기 위축, 자영업자 폐업 등으로 공실이 증가하며 빠르게 하락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3년 3분기(7~9월) 전국 상가 3.3㎡당 매매 가격은 3391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4974만원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래픽=김현국
◇올해 상가 투자 전망은
고금리, 고물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 경색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올해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축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상가 시장도 악영향을 받는다.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월 상환액이 늘어나며 이자 부담도 커진다. 가처분소득의 감소에 따라 소비는 위축되고, 경기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무엇보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부동산 투자 수요와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 지금처럼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외식비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식자재·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은 가중됐다. 최근 전국 외식업종 폐업률이 1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외식업종 폐업률이 10%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주요 사업장 수익성까지 악화하면서 개발 사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현실화했다. 이런 분위기에 상가 투자 시장도 같이 움츠러들고 있다.
◇투자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
은퇴 후 노후 준비 방법으로 상가 투자를 고려했다면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분양 상가 투자를 고려한다면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과 분양 신고필증, 분양 보증 여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최근 시공사의 부도로 상가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둘째, 상가 투자 시 적정 수익률을 파악하고 분양가를 역산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주변 상가의 보증금과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자. 투자할 상가와 가까운 곳의 임대료를 알아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내가 투자할 상가의 예상 임대 수익을 산정해볼 수 있다. 이때 근린상가 수익률이 6% 이상이라면 안정적 투자처로 고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익률 보장을 내세우는 상가 분양 과대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가 임대료를 보조 지급해서 수익률을 맞춰 주더라도, 분양가는 이미 높게 책정된 것이며 일정 기간 임대료를 보조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대료 보조 기간이 끝나면 임대 수익은 감소하고 상가 가치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라는 투자 격언이 있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는 뜻이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에 근시안적 투자를 할 것이 아니라, 투자 리스크를 세밀히 살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