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 속에 숙소의 부산스러움이 느껴진다.
정말 오래간만에 압박과 강요에서 벗어난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기분좋은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눈을 뜨니 바로 앞에 익숙지 않은 숙소의 천장이 다가온다. 비로소 내가 낮선 곳에 홀로 있음을 다시금 실감한다.
묘한 기분이 든다. 부지런한 누군가는 벌써부터 가방을 챙겨들고 숙소를 나선다.
나도 슬슬 몸을 움직거려 본다. 어색한 인기척에 방안의 여행객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신기하게도 나는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흡수되어 마치 오랜동안 알아 온 양 오늘의 일정을 함께 의논한다.
여행자들은 참으로 신비한 재주를 가졌다.
목적과 의식이 분명하고 그것이 모두와 같음을 알기 때문일까?
사람과 사람의 첫대면에 의례적으로 오가는 겉도는 인사치례없이 마치 오랬동안 알아 왔던 양 그렇게 서로를 알아본다.
짜뚜짝! 짝짝짝! 쩍쩍쩍!
태국의 방콕에선 주말마다 '짜뚜짝'이라는 장이 선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동양 최대의 시장이 들어선다는데 이곳을 노칠리 없는 것은 여행객의 당연한 집착이리라.
우리는 서둘러 숙소를 나섰고 잘 알지도 못하는 방콕의 대중교통을 잡아타곤 지금의 한국에선 추억의 언니가 되어버린 앳된 버스안내양의 몸짓으로 무사히 '딸랏 짜뚜짝'에 도착한다.
그 규모를 짐작 할 수 없을만큼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미로처럼 얽혀 나름의 분류체계 내에서 저마다의 가치를 무한히 뽐내고 있는 셀 수 없이 다양한 물건들, 그 앞에서 나는 그저 다물어 지지 않는 입에 먼지만을 통과시킬 뿐이다.
-짜뚜짝의 다양한 먹거리들, 특히나 저 망고스틴의 달콤함이 아직도 입가에 맴돈다-
-짜뚜짝에서 파는 다양한 물건들-
패션, 인테리어, 뷰티...각종 중고 용품들 심지어 살아있는 동물들까지 팔 수 있는 물건들은 죄다 끄집어 내놓은 듯한 짜뚜짝의 풍경이다.
시계를 파는 저 아이는 '동방신기'를 무지 좋아한다.
한국에서 왔다니 대번에 반가움을 표시하며 동방신기의 맴버 이름을 하나씩 말해준다.
비록 그녀가 말하는 이름들이 낫설고 어색하여 그녀가 바랬을 적극적인 호응을 해주진 못했지만 나보다 더 한국의 연예계소식에 정통한 그 아이를 보고있자니 평소 매스컴에서 주구장장 떠들어 대던 한류의 파워를 직접 실감할 수 있어 한편으론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그 후에도 우리는 비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를 외쳐대는 동남아의 소녀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생각지도 않은 자부심을 느낀다. 한류! 그것이 진정 존제하긴 하더라...
-짜뚜짝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거리 공연-
팔 수있는건 뭐든지 다 팔고 있다는 짜뚜짝! 그 곳에선 사람의 '재주'도 돈이 된다.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 틈으로 흥겨운 비트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호기심에 눈길을 준 그 곳에는 어린 꼬마 숙녀 둘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같은 음악을 상반된 컨셉으로 표현하는 어린 숙녀들...
살짝 수줍은듯 멈칫거리는 아이와 물만난 고기 처럼 제대로 끼를 발산하고 있는 아이, 그 둘의 조합에 살짝 웃음이 나온다.
몇걸음 더 가니 이번에는 너 뎃명의 사내들이 생전 처음보는 악기를 연주하며 흥겨운 리듬을 선사한다.
딱히 그 어떤 무대적 장치 없이 우리가 서있는 그 곳 길바닥위에 주저 앉아 혼신을 다해 악기를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
그들의 공연은 그 리듬의 소리뿐 아니라 그들이 흘리는 그 땀방울 하나까지도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에 한동안 나의 발길을 묶어두었다.
그들은 제주를 판다.
사람들은 그들의 제주를 즐기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한다.
그러나 그것엔 그 어떤 강요도 개입되지 않는다.
그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행위였다.
- 피곤에 지친 발의 피로를 달레주는 노상 마사지샵-
한국이라면 어림도 없을 사치였다.
이런 것도 여행이기에 이 곳이 태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짜뚜작의 곳곳엔 이렇게 천막을 치고 몇개의 의자를 가져다 놓고는 지친 관광객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간이 마사지 샵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 쌓인 피로의 무게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가격에 선뜻 내 발을 맞겨본다.
가만히 누워 내 발을 만져주는 마사지사의 손길을 느끼고 있자니 이거 웬 팔자에도 없는 호강인가 싶어 살짝 어색하기만하다.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이런 호황을 누릴 수 있는 태국, 아직 태국의 물가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이때만 해도 살짝 건방져 있었다. 부끄럽게도...^^
-짜뚜짝 외곽 한적한 호수가-
처음부터 다 봐야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어차피 다 못 보리라 예상하고 왔었기에...
대신 서둘지 않고 천천히 즐기며 둘러본 짜뚜짝의 풍경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생생히 기억된다.
그렇기에 미련은 없다.
짜뚜짝 외각 한적한 호수가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망고스틴을 까 먹는다.
비록 절반의 망고스틴이 무르고 상해 버릴 수 밖에 없었지만 나머지 망고스틴의 새콤 달콤함, 나의 혀는 아직도 이 맛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루종일 같이 돌아다닌 오늘 처음만난 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눈다.
신기하게도 조금의 어색함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았던양, 그렇게 자연스러웠다.
그 시간 그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은 어울린다는 행위에 대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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