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벌써 오래 지난 이야기이지만 우리 나라 농구계에 큰
영향을 끼친 만화 슬램덩크가 있었습니다. 이 만화를 농구
의 바이블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슬램덩크를 본 후에 농
구계에 입문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두리안도 슬램덩크의 덕
을 톡톡히 봤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리안이 슬램덩크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는 것은 우
리의 미래인 정훈과 김동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정
훈과 김동우에 대해서 말하려고 합니다. 이 글이 올라갈
때 쯤이면 MBC배가 한참 진행되고 있겠군요 이 두 선수는
앞글자를 2로(200) 시작하는 가드 혹은 포드이기 때문에 더
욱더 맘에 들고 애착이 가는 선수들입니다.
이 선수들이 좋아하는 슬램덩크의 캐릭터가 있는데 정훈은
윤대협을, 김동우는 서태웅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래
서 이 선수들의 등 번호도 7번과 11번이고...
하여간 이렇게 재미있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사실 우리 나라 농구의 미래는 이 친구들에게 달
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가지 먼저 이야기하
겠습니다. 이번에 이 친구들을 이야기 하는 것은 누가 좋
다 나쁘다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훌륭한 선
수들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1. 농구를 시작하다
정훈과 김동우가 농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약간 다릅니
다. 김동우는 원래 농구를 좋아했던 농구광이었고 정훈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농구를 한번도 안 했었죠.
나이는 거의 1년이 차이가 납니다 정훈은 79년 2월 생이고
김동우는 80년 2월생이죠.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농구
를 시작합니다. 정훈은 고1 겨울 방학때 김동우는 중3 그
즈음에 시작을 하죠! 그리고 함께 1년을 휴학합니다. 지금
도 그렇지만 농구를 늦게 시작하는 경우는 1년 정도는 기본
기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휴학을 결정하게 되죠. 하여간 그
렇게 어려운 시기에 함께 생활하고 동변상련 했기에 이 녀
석들이 서로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선수들이야말로 천재라고 생각하는데 이렇
게 늦게 농구를 시작하고도 탑클래스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는 것은 각고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개인적인 타고난 능력
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말하자
면 이 친구들은 아직도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입니
다.
자 그럼 정훈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
를 해 보겠습니다.
정훈의 경우에는 농구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운동을 했
었죠. 일단 지금도 보면 알겠지만 동양인으론 생각하기 어
려운 상당히 긴 롱다리라는 것인데,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육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그런 이유로 지금 가지고 있는
운동능력을 습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부득
이한 사정으로 육상을 그만두고는 충암초등학교로 전학 가
서 야구를 하게 됩니다 당시 같은 팀에 있던 선수가 장성호
죠!!! 그리고 리틀야구 대표로 대만도 갔다 왔었고...
하여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운동을 그만두고 공부만 하게
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결정된 길을 따라간 건지
는 알 수 없지만 명지고등학교로 진학하죠. 당시 192였던
정훈을 체육선생님이 추천하고 박성근 감독의 테스트를 거
치게 됩니다. 그리고 박성근 감독은 키워 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키우게 됩니다.
그에 비해서 김동우는 약간 다릅니다. 농구선수가 되기 전
에 이미 농구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죠. 김동우가 스타는
스타인 모양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떠도는 것을
보면...
두리안도 그 풍문을 믿고 전파까지 했었으니까요. 김동우
가 농구를 시작한 동기라는 틀린 정보 중 가장 그럴듯한 것
은 중학교 때 길거리 농구대회를 나가서 우승하고 그리고
거기에서 김동우를 본 농구 관계자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
어와서 농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확
인을 해 본 결과 절대 그렇지 않았고 농구를 시작할 당시
농구 붐이 일었기 때문에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
때 이미 190이 넘었던 중학생인 김동우는 어머니에게 농구
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래서 명지로 가게 되었답니다. 김
동우는 정훈과 달라서 어려서부터 특별히 다른 운동을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군요(그런데 그런 김동우의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하여간 대단합니다.
2. 김동우와 정훈에 대한 비교
이번엔 김동우와 정훈에 대한 플레이스타일에 대해서 비교
해보죠.
물론 이건 두리안 개인적으로 관찰해서 만든 데이터니 공신
력은 별로 없겠지만 혹시 농구장가서 이들의 게임을 볼일
이 있으시면 주안점을 두고 보십시오 말하자면 정훈은 일대
일 공격과 블락샷, 드리블 그리고 엘리웁 김동우는 풀업, 3
점, 공격시 순간동작 그리고 덩크 이런 것을 머리 속에 넣
어두고 관전을 하면 그만큼 더 재미있습니다. 주식투자 할
때 아는 만큼 더 번다고 했던가요! 농구 역시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습니다.
. 성장하려면 떠나라
정훈과 김동우 이 두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아쉬움입
니다. 과거 서장훈 고3때 미국 동부의 명문인 씨라큐스에
서 4년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을 때 가지 않은 것 만큼이나
큰 아쉬움인데. 정훈과 김동우는 이미 우리 나라에선 더 이
상 배울 것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죠..
만약 고 3이던 정훈을 NCAA의 비명문으로라도 유학을 보냈
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동우는 신입생이
던 시절 그의 화려함을 지금은 잃어버렸습니다. 당시 김동
우의 플레이를 담은 테이프를 미국으로 보냈다면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
로 이들이 미국을 갔더라도 이들의 천재성이면 최소한 비명
문 팀의 식스맨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을 합니다.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
지만 우린 이들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전혀 모르고 있습
니다. 박찬호가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의 박찬호는 없다라
고 말들 하는데 이건 정훈과 김동우에도 통용될 수 있는 논
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두리안이 아쉬워 하는 것은 현재 이들의 실력 때문
이죠. 지금 김동우도 정훈도 과거의 기대만큼 부응하고 있
진 못합니다. 200 가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과거에 비
해 정훈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홀대받고 있죠. 김동
우 역시 1학년 때 실력보다 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젠
연대의 에이스는 방성윤이란 이야기 까지 돌고 있으니까
요.
두 선수 모두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
만 아직도 잠재력을 뽑아내지 못하고 몸 속에 지니고 있을
뿐이죠. 대한민국의 농구 풍토는 이들에겐 형무소 같은 곳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3~4년 전 이미 자신들보다
더 잘하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던 이 나라에서 이 어린 천재
들은 깃발을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천재성을 조금
씩 잃고 있는지도 모르구요...
과거에 두리안이 한참 농구에 맛을 들이던 시절 좋은 친구
를 하나 만났었는데 그 친구는 학교 내에서도 랭킹에 드는
농구 잘하기로 이름난 친구였죠. 그 친구 덕분에 두리안의
농구실력은 나날이 늘었고 그리고 가을 체육대회 때는 반대
표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노는 물이 중요하다는 말을 두리안은 하고 싶
은 것인데, 허재도, 서장훈도, 현주엽도 그렇게 그렇게 자
신들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그렇게 화석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허재는 말할 것도 없고 서장훈 역시 목표
를 이미 잃어버렸죠. 연세대학교 2학년의 서장훈은 지금의
김주성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정통센터였고 블루워커였다는
거 아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또 현주엽은 고3때 김수환,
박도경 이 버티고 있는 부산중앙을 맞이해서 전반전에만 30
득점을 올리는데, 포스트에는 단 한번도 들어가지 않고 3점
슛 9방을 성공시키면서 부산 중앙을 크래쉬해 버렸던 괴물
이었죠. 방성윤은 자신의 팀을 장악했지만 현주엽은 상대편
까지 장악하면서 코트에서 맹위를 떨쳤던 천재 중에 천재였
거든요. 이들은 그 후론 특별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가 없
고 퇴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만약 이들에게 목
표가 있었다면, 노는 물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업그레이
드 해놓았다면 허재, 서장훈, 현주엽이 지금처럼 퇴화되지
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죠.
하여간 이들은 이미 지나간 세대고 그렇다면 이제 기성무대
에 나올 정훈과 김동우에게 두리안이 하고 싶은 부탁은
“더 잘하고 싶다면 떠나라”는 것입니다. 이 좁은 나라에
연연하지 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죠! 정훈과 김동우에게
개척자 정신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 큰물에
나가서 자신들의 한계를 확인하고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 두리안 생각
두리안이 정훈과 김동우를 좋아하는 것은 농구 실력 외에
또 다른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이 친구들은 농구
를 겁나게 좋아한다는 점이죠!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좋
아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또 농구를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고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상대편 선수가 다치면 가
서 일으켜 세워주려고도 하고 미안해 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승부를 위해선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야차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들이 농구를
늦게 시작해서 가지고 있는, 일반인 같은 인격이 있기 때문
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과거 김동우의 창조적인 농구와 정훈의 예술농구에 매료됬
었죠. 200 신장에 허리를 거의 90도 가까이 숙이고 돌파하
는 동양인 정훈의 예술농구를, 한국인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때 드라이브인 덩크를 했던 김동우의 창조농구를 두리
안은 높이 평가합니다. 두리안이 이렇게 이들을 아끼는 것
은 유언이 될지도 모를 중국 한번 이겨보는 것을 이루어
줄 수 있는 가장 근접한 선수들이라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인
지도 모릅니다.
추신 : 지금 엠비씨가 한창입니다. 과거에 두리안이 언급했
었던 최승태가 비상하고 있습니다. 이 선수 기량을 이미 알
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 할 지는 몰랐습니다. 중대는
예상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던데 모르겠군요, 결승전에 어
떤 모습을 보여줄지...
다음에 틈이 나면 최승태에 대한이야기도 한번 적어 보려
구 합니다. 혹시 최승태에게 직접 알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
면 두리안에게 이메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최승태에
게 직접 물어보죠. 최승태는 빤짝이 스타는 아닐 것 같습니
다. 정훈이나 김동우처럼 생각하면서 농구를 하는 선수이
니 만큼 대단히 롱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회 신인상은 이미 최승태가 꽝하고 점찍어 놓은 것
같더군요... 연대의 전성시대는 방성윤이 아니라 이미 최승
태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방성윤이 나온다
면 정말 대단하겠지만...
doori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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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에서 퍼왔어여..
두리안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