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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태평양여자복서협회(OPFBA) 미니멈급 챔피언결정전 초대 챔피언 김단비.
사진 김수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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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김기수, 일발필도의 유제두, 4전5기의 홍수환, ‘짱구’ 장정구, 두뇌복싱의 대명사 유명우, ‘돌주먹’ 문성길 등. 한국의 중년 이상 남성이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복싱에 대한 추억의 한 자락씩은 지니고 있다. 1960-80년대 복싱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은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 복싱 12개 전체급 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도 올렸다. 세계타이틀매치가 열리는 날이면 TV중계하는 다방은 만원사례였고 경기장은 관중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타이틀 매치를 해도 중계방송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방송국이 없을 정도가 됐다. 복싱의 인기는 썰물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종격투기가 복싱의 인기를 대신하고 있으며 복싱은 변형된 형태로 스포츠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본격적인 스포츠라기보다는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한 보조운동으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다이어트 복싱’은 여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여자 프로복서들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6일 충남 당진군 당진초등학교체육관에서 열린 동양태평양여자복서협회(OPFBA) 미니멈급 챔피언결정전에서 중국의 동샤오주안을 3-0 판정으로 누르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김단비도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7살 때부터 바둑을 배워 아마추어 5단의 실력을 지닌 김단비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안성 제일복싱클럽에 발을 들여 놓았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운동을 하면 얼마나 할까 싶었던 안성 제일복싱클럽의 김명곤 관장은 한창 놀기 좋아할 나이에 성실하고 꾸준하게 체육관에 나오는 김단비를 보고 내심 놀랐다. 그리고 남자선수 못지않은 파워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운동감각에 다시 놀랐다.
김관장은 6개월을 지도한 뒤 김단비를 링 위에 세웠다. 정식경기는 아니었고 스파링이었다. 13살의 소녀 김단비의 스파링 소감은 ‘무서웠다’가 아니고 ‘재밌었다’ 였다. 그날 이후 김관장과 김단비는 특별훈련에 들어갔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8km 로드워크를 하고 200m 인터벌 훈련 10세트는 기본으로 소화한다.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기술훈련은 3,4시간 정도.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현재까지 경기 일정이 잡히면 이 스케줄대로 훈련하고 있다.
“울면서 훈련하기도 했지만 (훈련을)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을 만큼 김단비의 정신력은 뛰어나다“는 게 김관장의 자랑 섞인 설명이다. 김단비는 지난해 4월 프로에 데뷔했고 불과 3게임 만에 미니멈급 동양챔피언이 됐다. 김단비가 다른 선수들보다 더 힘든 훈련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147cm의 단신이기 때문이다. 팔길이가 짧은 김단비는 상대 선수와 거리를 두고 경기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접근전을 펼치며 쉬지 않고 상대를 몰아 붙여야 이길 수 있다. 체력은 승리의 필수조건이다. 저돌적인 경기를 펼치는 김단비를 복싱 관계자들은 ‘작은 탱크’ ‘여자 타이슨’이라고 부른다.
사각의 링에 오를 때 16살 소녀는 어떤 느낌이 들까. 답은 간단하다. “때리고 이겨야겠다.” 그리고 바로 덧붙이는 말이 있다. “이기기까지 너무 힘들지만 이겨서 손이 올라가는 순간의 짜릿함은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김단비의 목표는 일단 세계챔피언이 되는 것이고 그 뒤에는 복싱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다. 김단비는 이르면 올해 안에 세계타이틀매치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단비
생년월일 1991년 3월28일
신체조건 147cm/ 47kg
약력 경기도 죽산초- 죽산중- 안성 두원공고 입학 예정(안성 제일복싱클럽)SPORTS2.0 제 40호(발행일 2월 2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