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이승만 평전>을 쓰는 이유 ①] ‘이승만 망령’ 살리기의 반민주성
독재자 이승만 평전/서문 2012/02/13 08:00 김삼웅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수구보수세력의 이승만 부활 움직임이 극성이다. 어떤 논객은 4ㆍ19세대의 이승만 비판을 종북좌파라 매도하고, 어떤 자치단체장은 광화문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자고 호들갑을 떨고, 한 보수단체는 남산에 이승만의 동상을 세웠다. 어용화된 공영방송은 그를 미화하는 작품을 만들고, 대형서점에는 이승만을 미화하는 책이 줄줄이 쌓인다.
그런가하면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지으면서 이승만과 박정희 우상화에 예산을 퍼붓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두 박정희의 약효가 떨어지는 듯하자 이번에는 이승만을 부활시켜 보수극우의 구심으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한국 보수세력의 결정적 과오의 하나는 이승만과 박정희 등 독재자의 비호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미주 망명시절의 행적을 살펴보면 독립운동보다 오히려 친일적인 언행이 적지 않았다. 독립운동단체를 분열시키고 장인환ㆍ전명운ㆍ이봉창ㆍ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테러행위라고 비난하였다. 이승만은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차례 축출되었다. 이승만은 영구집권을 획책하면서 3ㆍ15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시민학생 200여 명을 죽이고 6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독재자다.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고 아직도 부상자가 그날의 분노를 삭이고 있는 실정이다.
3ㆍ15 뿐만 아니다. 이승만은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등을 통해 헌법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공염불처럼 북진통일을 되뇌다가 막상 인민군이 남침하자 혼자 도망치고 한강다리를 폭파시켜 서울시민을 적치하에 남겨두었다. 원조물자는 특권층에게만 안겨주어 국가경제와 국민의 생계는 파탄지경이 되었다. 친일경찰을 등용하여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고 경찰국가체제를 만들었다. 총독부 판사 출신들로 사법부를 장악케 하고 많은 독립운동가, 민주인사들을 처형했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를 중용하여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짓밟았다.
그리고 일본군 출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온상을 만들고 독립운동가들을 학대했다. 백범 김구 암살배후, 죽산 조봉암 사법살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게 피눈물을 강요했다. 이승만 추종자들은 지난해 대법원의 죽산 조봉암 선생 무죄선고에 한마디 사죄도 하지 않았다.

보수세력의 이승만 부활작업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담겨 있다.
자신들의 정체성에서 취약한 ‘친일’의 행적을 지우려는 것이다. 이것이 임시정부를 폄훼하고 정부수립일을 ‘건국절’이라 우기면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내세우는 배경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세력이라 참칭하면서 항일독립운동, 평화통일운동, 민주화운동세력을 빨갱이 → 친북 → 용공 → 좌경 → 종북세력이라고, 그때 그때 용어를 바꾸어가면서 매도한다.
이승만 정권의 경찰과 검찰, 어용언론은 3ㆍ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어린 학생들의 호주머니에 불온삐라를 투입하여 이들을 용공으로 몰고, 4ㆍ19시위 때에도 그랬다. 지금도 저들은 비판세력의 입을 막거나 논리가 막히면 그 짓을 한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비판 촛불시위, 심지어 일본 원자력발전소 방사능오염 우려, 한ㆍ미FTA 반대, 이승만, 박정희 비판에도 어김없이 용공 좌경의 딱지를 붙힌다. 가히 정신질환성의 수준이다.
대한민국 헌법(전문)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4월혁명 정신을 국가정체성으로 선언한다.
이것은 친일세력과 독재세력을 배격하는 헌법의 기본 이념이고 정신이다. 그럼에도 친일후손들과 여기 빌붙은 언론인ㆍ지식인들은 이승만ㆍ박정희ㆍ전두환ㆍ이명박으로 이어지는 독재세력이 마치 이 나라의 ‘정통’인 것처럼 내세우는 것은 망발이다. 역사와 국민과 정의에 대한 모독이다. 도둑이 주인을 내쫓고 주인 행세하는 적반하장격이다.
이승만의 추종자들은 마치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아니 역사를 왜곡한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일제강점기 국내외 독립운동단체 460개 중에 민주공화제 국가의 건설을 추구하는 민주지향형이 244개로 53%를 차지했고, 제헌국회의원 절대다수가 민주공화주의자였다. 결코 이승만의 독점물이 될 수 없다. 이승만은 오히려 내각책임제의 헌법 초안을 임의대로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등 초반부터 반 공화주의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찬양과 비난이 양극단으로 갈린다.
정직한 연구가들은 이승만의 공과(功過)를 ‘공3 과7’로 평가한다.
미국의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그를 “유엔의 문제거리 아이”라 했고, <오웬래티모어>는 “작은 장개석”이라 평하고, <워싱턴 포스트>지는 “형편없고 비열하기 짝이없는 이박사”라 칭하고, <크리스챤 센츄리>ㆍ<만체스터 가디언>ㆍ<런던 타임스>ㆍ<더 네이션>지는 다같이 “독재적이며 야심에 차고 반동적이며 무책임하고 잔인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벤프리트 장군은 일찍 이 박사를 “그의 체중과 같은 중량의 다이아몬드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격찬하고, 고 델레스 국무장관도 “이박사를 친구로 가진 것을 자랑으로 알며 그는 실로 훌륭한 정치가”라고 찬양한 일이 있다.“(송건호, <이승만박사의 정치사상>)
이승만에 대한 정신의학적 분석도 들어 둘 가치가 있다.
이승만 박사의 성격을 분석해 본 결과 결국 야심ㆍ충성ㆍ반항ㆍ증오ㆍ고집ㆍ자기주장ㆍ의심ㆍ질시ㆍ타협 없는 강인한 자아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편집성 인격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이병윤, <정신의학자가 본 이승만>)
최근 중동ㆍ아랍국가의 민중들은 반독재 민주화투쟁에 온몸을 던졌다. 그리고 독재자(세력)를 가차없이 처단하고 있다. 그런데 반독재 투쟁의 ‘원조’ 격인 한국에서는 독재자의 망령을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더 이상 대한민국임시정부와 4월혁명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헌법정신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동상을 세우려거든 당신들 집안에 세워라!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
이것이 <독재자 이승만 평전>을 쓰는 이유다.
이승만의 전력을 있는 그대로 까발려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여 그가 결코 ‘건국의 아버지’는 커녕 ‘타매의 대상’ 임을 밝히고자 한다. 초기의 계몽운동과 항일 구국운동은 그것 대로 평가하겠지만 중년 이후에는 독립운동은커녕 많은 부문에서 독립운동을 방해한 사력을 하나하나 추적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