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바트요(Casa Batlló)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에 나란히 서 있는 개성 만점의 건물 여섯 채는 이곳을 '부조화 지구'라는 별칭을 붙이게 할 만큼 다양한 입면을 가지고 있다. 당시 그곳에는 우리로 말하자면 재건축의 붐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저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유명한 건축가를 섭외하여 가장 멋진 집을 지으려 했다. 물론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 바트요 Casa Batlló」 또한 이러한 이유로 지어진 건물이다. 가우디의 성향대로라면, 그는 분명 주변에 나란히 붙어있는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우디의 독특한 성향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 만든 인공물 사이에 묻혀버리기엔 너무도 특별한 것이었다. 「카사 바트요」의 외관에는 동물의 뼈와 같이 생긴 기둥들이 단순히 장식이 아닌 구조적 요소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이 집은 '뼈로 된 집'으로 불린다.
「카사 바트요」는 바르셀로나 실업가 바트요 카사노바스의 허름한 집을 개축하는 프로젝트였다. 건축주 바트요는 그라시아 거리에서 가장 화려하고 멋진 집을 지으리라 결심하고 가우디를 찾아갔다. 하지만 건축주가 가진 바람과는 달리 가우디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외관이 아니었다. 워낙 구조적으로 낡은 건물이었기에 가우디는 어떻게 하면 낡은 구조 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3일 동안이나 밤을 새우며 고민하였다고 한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몬주익에서 생산되는 암석으로 1, 2층의 정면을 새롭게 만들고, 뼈 형상의 기둥들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카사 바트요」는 전체가 마치 원시시대에 있었던 거대한 동물의 뼈를 심어놓은 듯 보인다. 발코니에는 눈 부분이 숭숭 뚫린 괴물의 머리뼈가 돌출되어 있고, 2층에 튀어나온 창가엔 허벅지 뼈 같은 기둥이 흘러내릴 듯한 건물을 지탱해주고 있다. 가우디의 상상력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옥상에 동물의 척추 뼈를 연상시킬 듯한 지붕을 얹어놓았다. 물결치는 건물의 표면은 파도가 지나간 듯이 여러 빛깔의 모자이크로 덮여 반짝이고, 그 위엔 거대한 비늘의 아르마딜로(Armadillo)가 쉬는 듯 누워있다. 아침햇살을 받으면 건물은 온통 무지개 빛으로 반짝거려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이 원색의 세라믹은 차가운 발코니의 돌과 대조를 이루면서 더욱더 돋보인다. 마리우스 아리 르블롱은 이 건물을 본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건축가는 햇볕 아래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채화가처럼 집을 바라보았다. 건물을 햇빛의 반사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도자기나 유리자기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가?”
「카사 바트요」의 조형적 성격은 표피와 구조체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으며, 그 특징은 외부에서 끝나지 않고 내부까지 연결되고 있다. 내부의 공간은 어디까지가 벽이고 어디부터가 천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가 견고한 구조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뼈를 드러낸 바다의 생명체' 「카사 바트요」는 앞으로 지어질 장대하고 드라마틱한 「카사 밀라」를 예고하면서 바르셀로나의 거리에 우뚝 솟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