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 송창식
기억 속의 고향, 이효석과 봉평
봉평의 여름 장터. 등줄기 볶는 더운 햇살에 장사하기는 다 글렀다. 얼금뱅이 허생원은 친구 조선달과 일찍 물건을 거두고 한잔하러 간다. 거기서 충줏집과 사이좋게 술마시는 동이라는 젊은이를 만난다. 왠지 모를 시샘에 화내던 허생원, 결국은 대화까지 팔십 리를 동행하기로 한다.
때는 메밀꽃 필 무렵의 달밤.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 달빛에 푸르게 젖은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 그리고 소금 뿌린 것 같은 하얀 메밀밭. 그 배경으로 성 서방네 처녀와 하룻밤 숨 막히는 사랑을 나누었던 허생원의 첫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을 잊지 못해 장돌뱅이로 늙어 간 허생원의 반평생이 모두 그 아름다운 하룻밤에 녹아든다.
이효석의 대표작<메밀꽃 필 무렵>내용이다. 작품 배경인 봉평은 작가의 고향으로, 봉평 장터에는 허생원이라는 장돌뱅이와 주막 하는 충줏집이 실재했고, 허생원이 개울 건너 성 서장네 처녀와 인녕을 맺으 이야기가 입이서 입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언젠가 이 이야기를 글로 쓰겟다고 벼르던 이효석은 봉평을 떠난 지 15년이나 지난 후 소설로 발표했다.
이효석은 평창에서 보통학교를 다니다 1920년, 열 네살에 경성 제일 고등보통학교(현 경기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렇게 타향살이는 1942년, 평양에서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고 그는 죽은 뒤에야봉평으로 돌아가 묻혔다. 청소년기에 고향을 떠나 20년 넘게 도시에서 생활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농촌보다 도시에 어울리고, 전통보다 서양 예술 문화에 더 관심있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경성제대(현 서울대)영문과를 다니던 이효석은 고학하면서도 늘 말쑥한 양복 차림에 칠피 구두를 신었고, 유럽 문학에 빠져 그들의 문학을 동경했다. 경\ㄹ혼하여ㅑ 함경북도 경성에 살 때는 집에 버터와 통조림이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풋사과로 소스를 해먹거나 전기 커피 메이커로 원두 모카커피를 달여 마시기도 했다.
외식할 때는 양식집에 갓고, 겨울이면 대동강에서 스케이트와 스카를 즐겼으며, 크리스마스트리를 잊지 않고 장식했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여 서양의 희귀한 꽃들을 집에 심어 두고 즐겼다. 또한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축음기를 틀어 놓고 감상하고, 당시 집 한 채 값에 맞먹는 야마하 피아노로 쇼팽의 곡을 연주했다.
하지만 그가 무조건적으로 서양의 것을 흉내 냈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남다른 심미안은 그의 타고난 취향일 수 있고, 서양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생할하면서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추구하던 아름다움의 구체적 본보기를 서양 것에에서 벌견했을 터다. 어쨌던 그렇게 하여 우리 현실에서 멀어졌지만 감각적 표현과 시적인 상상력을 소설에 끌어올 수 있었다.
이효석은 고향 없는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늘 뼈 에이는 서글픈 아픔을 가졌다고 고백한 적 있다. 한 동안은 백석의 시를 읽고 고향에 대한 자신의 빈약한 기억을 되살려 봐야 했단다. 집을 떠나 가장 안정적으로 생활하던 때, 고향을 떠올리며 애써 <메밀꽃 필 무렵>을 쓴 것 건 아마도 그런 간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명작이 완성되었다.
이 작픔으로 하여 이효석과 고향을 찾는 이가 많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소설 속 봉평은 허생원의 애뜻하고 안타까운 첫사랑 이야기가 있기에 , 이효석이 먼곳에서 간절함으로 되살려 낸 풍경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나 기옷을 찾더라도 가슴으로 떠올릴 이야기와 추억을 만둘 수 없다면 눈부신 자연 풍광도 어쩌면 빛을 잃을지 모른다.
누구나 마음의 고향을 하니씩 가진다. 실재하는 곳이라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눈 감으며 떠오르는 능선과 하늘, 코끝을 스치는 저녁 연기, 강아지 한두 마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르는 시골길. 혹은 네온등과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바쁜 일상으로 가득 찬 거리면 또 어떤가. 그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하고 벌써부터 눈이 흐릿해진다면 말이다. 때로는 내가 지금 그곳에 없어 그리워할 수 있으므로 아름다운 것은 아닌지, 그래서 또 얼마나 힘이 되는 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이상진 / 한국 방송 통심대 국문과 교수
첫댓글 연주자 자리 기준 :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이 연주되는 악기, 또는 소리가 작은 악기일수록
지휘자, 관객석과 가까운 데 배치된다. 대부분 현악기가 관객석 쪽에,
소리가 큰 금관악기나 타악기가 관객석에서 먼 쪽에 자리 잡는다.
꿀 모닝~~^^
그러고보니 봉평을 한번도 못가봤네요.
하얀 소금밭같은 메밀꽃들을 보고싶은데~~
기필코 언젠간 가보고 말꼬얌!!
근데 메밀꽃은 언제 피나요???
저도 꿀 모닝
행사는 화천의 겨울 빙어축제와 전국에서도 자리 잘 잡은 행사입니다.
맹호
딱 걸렸다. 봉평도 안 가보시고 전국 다 다니셨다고^^^^
봉평의 메밀
두 번 다녀 왔는데, 짜임새 잇게 잘 진행됩니다.
8월 말이면 피기 시작하는데,
글의 내용 처럼 소금 뿌려 놓은 거 처럼 아름다운 물결입니다.
전병에다 옛날 5일장 행사도 하고,
소설의 내용처럼 의미 있는 문화행사입니다.
올핸 꼭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적극
@음악과 대화 8월말이라.... 올핸 꼭 갈텨유~~~
그 소금밭 내가 접수하죠!!
@코알라야 꼭 꼭 다녀오셔요.
아름다운 풍경도 많이 담으시구요...맹호
@음악과 대화 넵!!
다녀오면 후기 올리지요~~~^^
@코알라야 기대합니다. 맹호~
봉평메밀꽃구경한번못가보았지만 상상속에서라도 메밀꽃구경하는군요 좋은주말되세요
시골땅님 하세요
정말 구경 할 만한 행사입니다. 저도 꽤 오래전에 가보았지만,
정말 행사가 짜임새 있고 많은 관광객이 와도 질서 정연합니다.
문학관과 함께 근처 소설의 지명 이곳 저곳을 보며 음미있는 힐링의 시간을 보낼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맹호
가을이면 (9월 12~중순경 ?? )
연례행사로 유명한곳이죠 소금을 뿌려놓듯 하~얀 물결속에
빨간 양산은 필수 ~ㅋㅋ
가을 여행으로 좋은곳입니다
메밀꽃 필무렵 ~다시한번 생각케하는 낭만있는곳 .
가을이 기대됩니다 ..^^.
힐링톡님 하세요
그럼 남성은요 걸맞는 색깔 의뢰합니다.
. 전병도 먹고 좋은 곳입니다. 맹호
힐링의 대가이십니다. 저 좀 가르쳐 주시고 데려가세요^^^
여성은 빨강
근처에 금당계곡과 허브동산도 있더군요.
그리고 어느폐교는 그림 작가가 활동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봉평의 메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