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7일 화요일 성녀 모니카 기념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3,23-26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23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했다. 24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 25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26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봉제사와 십일조
제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기와 술, 생선과 과일과 밥입니다. 그래서 제수를 장만하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사를 받드는 일이라고 해서 봉제사(奉祭祀)라고 하였습니다. 어려서 제사를 지내는 날이 되면 정말 하얀 쌀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가난한 집에서는 쌀밥을 짓기 위해서 농사를 지으면 가장 좋은 벼를 고운 종이봉지에 담아 사랑방 대들보에 매달아 둡니다. 그래야 벌레도 먹지 않고, 제사 때에 정성껏 하얀 쌀밥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성전에서 양과 염소를 잡아 불에 태워 번제물로 바쳐서 성전에서는 피 비린네가 났기 때문에 언제나 향을 태워 제단에 향이 가득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고기를 구울 때도 향 기름을 발라 구웠을 것이고, 생선을 구울 때도 향 기름이나 향기로운 풀을 넣어 구웠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십일조를 바치는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이스라엘에서 많이 나는 식물들입니다. 시라는 1미터 정도 곧추 자라는 다년초로, 유다인들은 향기가 나는 그 씨를 양념으로 썼다고 합니다. 소회향은 30센티미터 정도 자라는 1년생 풀로, 그 씨를 빵이나 다른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는 데에 썼답니다. 박하는 매우 흔하였고, 시라와 소회향은 들에서 그냥 자라기도 하지만 경작하기도 하였답니다. 이렇게 매우 하찮은 것까지 꼬박꼬박 십일조를 내면서 정작 더 중요한 실천 사항들은 간과하고 무시해 버리는 바리사이들의 행태를 예수님은 꾸짖으시는 것입니다.
십일조(十一條)는 일반적으로 주요 농산물, 그리고 나중에는 축산물에 국한하여 그것을 생산한 사람이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이렇게 양념이나 향료로 쓰는 소소한 것까지, 또 자기들이 직접 경작하지 않고 사들인 것까지 정확하게 십분의 일을 달아 바쳤다고 합니다. 농부가 십일조를 내지 않고 상인에게 판 물건을 샀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은 아예 가능하면 다른 바리사이에게서 농산물이나 다른 물건을 사들이려고 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야 율법에 따라 정확히 십일조를 낸 물건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율법에 따라서 세세한 것까지 엄격히 지키려고 온갖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들이었지만, 의로움과 자비와 선행의 실천에 있어서는 도외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십일조에 대하여 반성해보면 답답합니다. 내 시간과 사랑의 실천과, 가난한 사람들과의 나눔과, 전례에 참석하는 것 모두 십일조를 바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일조는 세금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분이며 가지입니다. 그래서 십일조(十一租)라고 쓰지 않고, 십일조(十一條)라고 쓰는 것입니다. 조(條)는 '곁 가지 조'자로 손과 발과 같이 내 몸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며 내 삶의 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온전히 다 받았으면서도 그 한 가지를 봉헌하지 못하고 바쁘다 어렵다 핑계를 대면서 말로만 십일조를 바친다 하고, 돈으로만 그 의무를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