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소크라테스의 마음, 나의 마음
2024. 12.7
18세 이은현
들판에 들꽃도 이런 느낌일까? 그냥 사람들에게 밟히며 살아도 꿋꿋하게 그 각자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하나의 꽃을 피워나가는 들꽃. 너는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이냐. 햇빛에 빛나는 아름다운 들꽃처럼 나의 죽음도 저 노을 빛을 받아 더 빛나는 마지막이 되리라. 들꽃아, 너를 시기하여 너를 이 들판에서 빼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지 않느냐. 그러나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들판에서 빠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더구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나에대한 헛소문(약한 주장을 더 강한 주장으로 바꾸어서 이야기 한다는 소문)을 만든 사람들과 아니스토스와 그 무리 들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들꽃아, 너를 보며 생각했단다. 모든사람이 두려워 하는 삶에 마지막 계단인 ‘죽음’. 그 죽음을 나는 곧 보게될 것이야. (이 사형판결이 모두 끝나고 말이야.) 누구도 이 죽음을 기쁘게 보기는 힘들 것 같지? 하지만 나는 그 반대였단다. 나의 영혼이 죽게되면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있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득이라고 생각했지. 나의 말을 기록한 책에는 이렇게 써져 있더구나 ‘그러나 다시, 죽음이라는 것이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가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 그리고 전해오는 말이 즉 죽은 자들이 그래서 모두 거기에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재판관 여러분, 이보다 더 크게 좋은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소크라테스의 변론편 183~184쪽)
그리고 이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본다는 어떤 것으로 또한번 시작되지. 바로 신을 만나게 되는거야. 그리고 내가 존경했던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라고! 정말 설레고 기다려지지 않니? 나의 말을 기록한 책의 내용을 다시한번 살펴보자. 그러면 내가 말한 것들이 조금 정리가 될 것이고 이해가 될 것이야, 들꽃아. ‘그렇지만 재판관 여러분, 여러분 또한 죽음에 대해서는 희망차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한가지는 진실이라고 생각해야만 하고요. 즉 선량한 사람에게는, 그가 살아나서나 죽어서나 간에 그 어떤 나쁜 일고 없으며, 또한 이 사람의 일들을 신들이 소홀히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말입니다.’(소크라테스 변론편 188쪽)
얼마나 기쁠까? 선량한 사람에게는 나쁜일도 없으며, 신들이 그 사람을 소홀히 하지도 않다니! 신에게 사랑도 받고, 그동안에 모든 힘들었던 일도 죽음을 통해서 끝나고. 그야말로 일석 이조 보다 더 좋은 것 아니니? 하지만 들꽃아, 죽음의 문턱앞에 있으니까 내 제자들도 그리울 것 같고, 내 곁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들꽃 너도 그리울 것 같네. 하지만 괜찮아. 내가 이 판결이 끝나고 사형 선고가 확정이되면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들꽃 너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고 가려무나. 들꽃아, 죽음은 두려움과 고통이 따르지만 그 안에는 (내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쁨과 기대도 뒤따른단다.
(소크라테스는 사형 선고를 받았을 때 어떠한 기분이었을까를 들꽃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모습으로 상상해서 글을 썼다. 소크라테스가 한 죽음에 대한 말이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속마음은 힘든데 말을하며 힘든 마음을 위로하려고 말했던 것이었을까? 어느것이 소크라테스의 마음인지는 모르나 한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바로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두렵지 않게 여기는 마음을 넘어서서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었다. 죽음도 두렵지 않은 그 마음. 오히려 죽음이 이득이 된다고 하고 기뻐하는, 어찌보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할 수도 있는 그 마음. 그 마음이 나의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