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로에서 '공릉동' 언덕길로 꺾어졌습니다.
오르막이라 힘을 주어야만 했는데요,
제일 힘든 코스인 거기 '골목 4거리'에 오르는데,
그 한 모퉁이에 있는 '편의점' 앞에 거기 여직원(50대 아줌마)이 뭔가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거기 아스팔트 '속도 방지턱'을 오르느라 안간힘을 쓰면서도,
"아줌마, 잠깐만요!" 하고 그 여인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방지턱을 넘으면서는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기 때문에 그대로 달려야만 했는데, 갑자기 멈추려니까 뒤뚱뒤뚱(자전거 무게 때문에) 중심 잡기도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러면서 보니 그 여인이,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서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일로 좀 오세요!" 하면서, 저는 여전히 자전거를 세운 뒤, 짐끈을 풀러야만 했는데,
끈의 맨 끝에 달려있는 고리가 잘 벗겨지지 않아, 애를 먹었지요.
그게 빨리 벗겨져야 되는데, 너무 조여져 있어서 쉽게 풀리지가 않았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보니 그 여인은,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뭔가 의심쩍은지, 제 쪽으로 오지는 않은 채 그 자리에서 호기김 어린 눈초리로 저를 바라보고 있드라구요.
아무튼 저는 그 짐끈을 푼 뒤, 아래 상자에 '참외'가 있어서, 윗 상자를 내려놓고는,
아랫상자를 열면서 주섬주섬 참외 다섯 개(더 집으려 해도 그게 최대였습니다.)를 꺼내,
"아줌마, 이거 드세요!" 하자,
그제야,
"무슨 일인데요?"하고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냥 서 있는 겁니다.
그제서야 저는,
"아, 한... 두어 달 전인가요? 내가 이 가게에 왔을 때, 아줌마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줌마가 보여서, 참외 좀 나눠 먹으려고요." 하는데도,
"저는 괜찮은데요? 그리고... 무슨 일인지도 좀 모르구요......" 하고 오히려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표정이 바뀌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아! 내가 지금 참외를 사오는데, 너무 많은데... 마침, 아줌마가 보여서, 심심할 때 깎아 드시라는 겁니다."
"근데, 전... 어르신을 잘 모르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많은 손님들을 상대할 테니까." 하면서, "어느 날 내가 이 가게에 왔을 때, 아줌마가 하도 친절해서 고마웠었는데, 지금 이렇게 지나가다 보니... 마침, 아줌마가 보여서... 그 생각이 나서, 참외를 나눠먹으려고 하는 거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자,
"그래도, 돈 주고 사신 거... 저 같은 사람에게까지 주시면......"
"아, 내가 지금 말하지 않습니까? 한 박스나 되는 참외가 너무 많아서, 친절한 아줌마... 일하다 심심할 때 드시라고 하는 것 뿐이니까요."
"그래도, 저는..." 하고 여전히(얼굴 표정이 조금은 웃음기를 띄면서) 주저하기에,
"이건,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아줌마가 평소에 그렇게 착하게 사시니까, 이런, 생각지도 않았을 엉뚱한 일도 생길 거구요... 하 하 하..." 하면서, "아무튼 받으세요." 해서야,
"고마워요......" 하면서 엉거주춤 참외를 받기에,
"그렇게 착하게 사시면, 앞으로는 더 좋은 일이 생길 줄 누가 압니까? 하 하 하..." 하자,
"그래도, 미안해서요......"
"아뇨! 뭐, 미안할 일입니까? 내가 자청해서 한 일인데......"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예, 근데... 나도 아직은 맛을 안 봐서, 참외가 달 지는 모르겠는데......" 하면서 저는 다시 짐끈을 묶어야만 했답니다.
"안녕히 가세요!"
"예!" 하면서 저는 자전거에 올라, 다시 앞만 보고 내달려야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생각해 보니 우습긴 했습니다.
저야 뭐 그렇다고 쳐도, 그 여인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닌 밤에 홍두께도 아니고......' 했을 거 아닙니까?
웬, 이상한 노인네 하나가... '친절' 운운하면서, 길 가다가 참외를 뚝 던져주고 가니......
사실이었답니다.
두어 달 전인가? 아니면 서너 달 전인가......
평소엔 잘 가지도 않는 '편의점'에 들를 일이 있어, 거기를 지나다 갑자기 그 가게에 들렀는데, 그런 곳을 이용하는 방법도 잘 모르는 저에게 그 여인이 너무 성의껏 그리고 친절하게 대해주기에,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산다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장을 보러 가다 보면 늘 지나는 곳이라, 그 길은 저에겐 일상적인 거리이기도 한데,
다른 때도(그 동안에도) 그 여인을 두어 차례 보고 지나친 적은 있는데,
오늘은...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가게 앞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여인을 보게 되었고,
그렇잖아도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던 '세일 참외'가 있어서,
한 몇 개... 나눠먹자고 했던 일이니까요.
근데요, 그건 제 입장이고,
그 여인의 입장에서는?
별 이상한 노인네 하나가, 자기는 영문도 모르는 얘기를 하면서 참외를 주고 가니......
좀, 웃기지 않습니까? 하 하 하......
그래서 저도,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도 속으로 웃었답니다.
(일이 이런 식으로 발전할 지 제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저는 그냥, 그 상황에 따라 제 맘 내키는 대로(나쁜 일은 아닐 테니) 살면 되지요.)
근데요,
그렇게 여기 '화랑대 사거리'를 지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겨우 길을 건넌 뒤, 정신없이 자전거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는데,
'070' 아니었겠습니까?
"에이, 나쁜 놈들!" 하면서 김이 새, 전화를 끄고는 다시 자전거에 오르려다가,
'사진에 남겨둘까?' 하면서 오늘 장봐오는 자전거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다가(아래.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이런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다가는 또,
'기왕에 찍는 길에, 내 모습도 찍자!' 하면서 자동으로 그 상황의 이미지를 기록해두었답니다.
제가 저런 식으로 장보러 다닌답니다.(아래)
그런 흐름은 아파트에 도착해서도 이어졌고,
이 참외였는데요(아래),
나중에 맛을 보니,
상당히 달드라구요.
다행이었습니다. (그 편의점 여인도 달게 먹었을 테니까요.)
근데, 저 한 박스가 만 원이라니, 너무 싸지 않습니까?
한 동안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저 참외를 깎아 먹겠지요......
근데, 냉장고 안에 다 쑤셔, 쟁여 넣으라 애를 먹었답니다.
(그래서 '세일 참외'라고 제목을 붙였답니다. ^^)
첫댓글 진짜 싸네요. 얼마전에 저는 10개도 안되는데 만원에 샀는데요.ㅎㅎㅎ
그래도 올해(최근) 참외 값은 상당히 싸졌습니다.
어제도 장보러 갔는데, 여전히 한 박스에 만 원 하드라구요.
아, 제가 다니는 장(가게)은, 주로 싼 것들을 취급하는 곳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