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출산률이 세계 최저라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이제 초저출산이 고착화되는 분위기이다. 젊은 층에서는 이제 이런 종류의 말 자체를 매우 불편해 하는 모양새이다. 지금까지는 어찌 어찌하여 선진국 문턱까지 왔지만 앞으로의 향방이 심히 우려스럽다는 말도 많이 나온다. 인구가 세계 강대국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된 요즘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의 위기가 앞으로 한국을 어떤 상황으로 몰아넣을 지 예측하기 조차 두려운 사안이다.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저출산이요, 고령화라고 하지 않던가. 이런 상황에 대해 특정 계층을 나무랄 아무런 이유가 없다. 동물들의 후세 생산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막 낳으라고 해서 낳아지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무지의 세계를 벗어나 어느 정도 사물을 판단하고 대처할 능력을 갖춘 집단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필자가 머무는 화야산방 주변에는 많은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관찰할 수는 없지만 그 가운데 말벌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물론 이 말벌이 농촌지역에서는 패악질을 일삼는 해충이지만 말이다. 그냥 그들의 생활을 보자는 것이다. 말벌들은 함부러 집을 짓지 않는다. 정말 수십차례 와보고 또 둘러보고 살핀다.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우려는 없는지 혹시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장소가 아닌지 엄청나게 세심하게 관찰하는 듯 하다. 혼자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말벌들은 방문한다. 그리고 집을 짓기 시작한다. 다른 곤충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식을 낳아 기를 환경이 안되면 절대 새끼들을 낳지 않는다.
생물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동물들의 경우 개체수가 너무 많거나 주변 상황이 새끼를 낳아 기를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번식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낳은 새끼도 잡아 먹어버린다고 한다. 자기가 낳은 새끼가 제대로 자랄 환경이 안되면 번식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간이 돌보며 키우는 가축을 제외한 야생 동물들은 그런 환경을 동물적인 판단으로 인식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동물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 동물에 비해 지능이 높고 교육도 많이 받은 인간은 오죽 할까. 동물적 판단과 지능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그 판단은 날카로워진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식량이 부족한 나라이다. 식량을 수입해 오지 않으면 제대로 국민을 먹이지 못하는 나라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식량난으로 정말 힘든 날을 맞게 될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자식을 낳아 먹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는가. 주거시설 획득도 살벌하게 힘든 나라이다. 젊은이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낳을 보금자리를 제대로 장만하는 부류가 몇%나 되겠는가. 아이를 편하게 낳을 곳이 없는데 어떻게 자식을 배출할까. 아이 양육비 그리고 천문학적인 교육비 이런 것을 어떻게 감당할까. 게다가 이런 갈등 저런 갈등으로 세계 갈등지수 넘버 원인 나라에서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아이 낳을 생각이 날까 모르겠다.
최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2022년 보고서에서 한국인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2019~2021년 삶의 만족도는 평균 5.9점으로 OECD 38개국 가운데 36위에 위치하고 있다. 최하위이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튀르키예 (4.7점) 와 콜롬비아 (5.8점)뿐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삶의 풍족도는 높아진 반면에 주관적 삶의 질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최상위 수준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5명으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식물과 다르게 동물들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기에 환경에 따라 출산률도 심한 변동을 보인다고 한다. 아이낳기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지면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지만 그런 환경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출산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출산률을 높이려는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조금 더 효과적인 성과를 도출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식을 낳을 환경이 아닌데 무작정 생산하는 그런 동물은 지구상에 없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2023년 2월 2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