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밤 스스로를 무오류의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믿는 이명박씨의 설교가 있었다. 이명박씨의 말을 듣고 있자면 세상에 이명박씨처럼 완벽한 대통령이 어디 있을까 하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고, 세상에 대한민국 국민처럼 어리석은 백성이 또 있을까 하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명박씨에 따르면 대통령과 정부는 국정현안에 완벽하게 잘 대처해나가고 있는데 어리석은 국민과 야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크고도 깊은 뜻을 미처 헤아리지 못해 무책임한 `정치공세'나 펼치고 `무조건 안된다'는 반대나 일삼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붕의 깊은 뜻을 너희같은 편작들이 어찌 알겠느냐는 것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제목을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동기동창인 이명박대통령의 원탁설교'라고 정하지 뭐하러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정했는지 통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가? 언제부터 이 정권이 국민들의 생각에 그리 관심이 많았다고 새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것인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면 뭐 어쩌겠다는 것인가? 어차피 저 좋을대로 다 할거면서 새삼스럽게 뭘 물어보겠다는 것인가? 국민들의 생각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대통령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배짱을 부릴 수가 있단 말인가? 지금 때가 어느 때인가? 국민들의 삶은 경제위기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말 할 수 없는 고통에 직면해 있고, 이유야 어떻든 간에 국가 공권력의 사용과정에서 여섯 명이나 생떼같은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그러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미안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도 도대체 뭘 잘한 것이 있다고 그렇게까지 당당하고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
대통령이 보여준 오만과 당당함이 대단히 비상식적 사고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그야말로 비상식의 극치를 보여준다.
백 번을 양보해 어쩔 수 없이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고 하자. 그럼 진압만 하면 됐지 왜 사람을 불 타 죽게 하느냐 말이다. 어찌되었건 진압과정에 잘못이 있었으니 사람들이 그렇게 죽었지 경찰이 진압작전을 잘했는데도 이런 참사가 벌어졌겠는가? 경찰청장 내정자가 최종승인한 진압작전이 처참한 참사로 끝났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인데 지휘책임을 묻는데 무슨 검찰수사가 더 필요하단 말인가?
아무리 대통령이 군대를 안 갔다 왔기로서니 어떻게 지휘책임이라는 초보적 상식조차 이토록 외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아무리 법질서 확립이 중요하기로서니 뭔 놈의 법질서가 사람까지 불에 타 죽어야 확립이 된다는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사과를 해도 시원찮을 대통령이 이 참사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좋은 기회가 왔다며 다른 문제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왜곡하고, 오히려 `열심히 일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면제해주자'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6명이나 국가공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은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다.
대통령의 비상식적 사고방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미디어관련법이 경제살리기와 고용창출을 하기 위한 법일 뿐이라고 우겨대기까지 한다. 솔직하게 한 번 말해보자. 대통령은 미디어관련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가? 또한 미디어관련법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가? 백 번 양보해서 미디어관련법이 경제살리기와 고용에 도움이 된다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가치가 그 법의 시행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멈추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니 어느 누가 민주주의야 어떻게 되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이 정권에게 허락했다는 말인가? 미디어관련법을 개정했다고 해서 뭘 얼마나 경제가 더 살아나고 얼마나 고용이 더 된다고 감히 민주주의의 가치와 맞바꿀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지금 이 정권 하는 짓이 집안 식구 배 곯고 있으니 자식 하나 팔아먹자고 달려드는 짓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대통령은 민주화시대에 어느 정권이 언론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이 민주화시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고, 그렇기때문에 이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심을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오만과 당당함을 뒷바침하고 있는 것은 비상식적 사고 외에도 자기만 옳다는 자아도취적 독선이다. 경제살리기가 OX 문제도 아닐진대 대통령은 곧 죽어도 자기 방법만 경제살리기와 고용창출을 할 수 있다고 우겨댄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는 요구는 무조건 정치공세라고 매도해 버리고 이해부족이라고 핀잔을 준다. 마치 경제살리기에 특허라도 낸 듯이 오로지 자신만의 경제살리기를 고집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통령이 노벨경제학상이라도 받은 사람으로 착각하기 딱 십상이다. 경제 관련 경력이라고는 현대건설에서 아파트 짓고 도로나 만들고, BBK만들어 사기나 당한 사람(물론 공식적 수사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이 도대체 뭘 믿고 이렇게 자신만만한 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해답을 얻을 길이 없다. 작년 한 해 그렇게 갈팡질팡 했으면 아무리 독선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경제살리기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이명박씨는 정녕 자신을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대통령은 설사 태평성대라고 해도 국민앞에 나섰을 때는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그런데 이명박씨는 어떠했는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 "그게 누구냐. 그런 사람은 없다"고 면박주듯이 답변하고, 미국의 오바마가 자신의 경선상대였던 힐러리를 포용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자 "많은 분들이 미국 정치를 보라고 하는데, 말하는 사람들이 미국 수준에 갔으면 좋겠다"고 빈정거리기까지 했다. 툭하면 야당에게 자극적인 말이나 던지며 시비를 걸고, 이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는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대통령은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 정말로 조선일보 고문 김대중의 칼럼대로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국민앞에서 이렇게까지 오만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대통령 한 일 년쯤 해보니까 국민들이 슬슬 우습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전쟁을 하더라도 겁날게 하나도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것인가? 정말 그런 것인가?
첫댓글 국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인간 조만간 국민의 힘으로 그 자리에서 물러 날 겁니다.
꼭 그래야 됩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