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우리의 도민준 교수를?
“도민준 교수님께 사과하세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무섭습니다. 연일 중국에 일고 있는 비정상적인 드라마 광풍이 보도되는 걸 넘어, 아예 중국인들이 한국 신문에 전면 광고까지 냈습니다.
본지 19일자 A15면에 난 ‘별에서 온 그대’ 아시아 팬클럽 명의의 ‘항의 광고’가 그렇습니다. 중국 광저우에 있는 다국적 광고대행사를 통해 “한국에서 제일 큰 언론사에 광고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합니다. 이 날 광고는 본지에 실린 모든 광고 중 두 번째로 비싼 광고였습니다. 시나닷컴,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매체와 홍콩 매체들도 이날 본지 광고에 대한 기사를 앞다퉈 실으며 대륙에 불어닥친 ‘별 그대’ 열풍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과 전지현
- 서울대 강명구 교수. 서울대 제공
강 교수는 20일 오후, 본지에 “도민준 교수님께 사과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지는 “중국 시청자 문화 취향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논문이 이렇게 커다란 이슈로 발전하게 될 줄 몰랐다.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중국의 한국 드라마 애청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는 내용입니다. 편지는 이렇게 끝맺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 교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실체도 없는 가상의 드라마 캐릭터를 향해 대학 교수가 사과를 한 겁니다.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럼 도대체 이 광고 의뢰인은 누구인가 궁금해집니다. 광고대행사 측은 “의뢰인이 원치 않아 신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광고대행사의 한국 지사 쪽에선 “클라이언트가 대만 사람이라고 들었지만 확실하진 않다”고 말합니다. 광고는 모두 간체자(簡體字)로 돼있습니다.
- 조선일보 2014년 3월 19일자에 실린‘별에서 온 그대’아시아 팬클럽 명의의‘항의 광고’. 간체자(簡體字)로 돼 있다.(2014.03.21)
- 별 그대 이후 중국의 문화 반성
때문에 이 아시아 팬클럽이 과연 ‘팬클럽’이 맞느냐는 의심도 나옵니다. 광고엔 “우리는 21일 도민준 교수님이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 최강대뇌‘를 시청할 거다. 만일 시청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하면 강 교수는 도민준 교수님과 ‘별 그대’ 전 세계 팬들에게 사과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 광고가 ‘최강대뇌’ 제작진이 구상한 고도의 PPL일 수 있다는 재밌는 추측도 나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 관계자는 “‘별 그대’로 지금 중국은 한류 3기가 열린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광고 사건이 보여주듯, 열풍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신혜선 선임연구원은 “‘별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PD, 중국 제작진 및 비평가 등을 모아 한류 열풍에 대한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박지은 작가는 참가를 확정지은 상탭니다. 강 교수도 “이번 일을 통해 중국과 한국 간에 더 사려 깊은 대화와 교류의 기회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류와 관련해 실제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중국 시청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들을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해프닝이 양국의 발전적 교류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