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집을 지키는 방
독방은 거룩한 땅*
겨울나무도
그 곁에 선 사람도
헐벗은 몸을 기댈 데 없었어라
돌같이 차고 가진 것 없는 마음**이
저만큼의 하늘로 팔을 쳐들었어라
침묵하는 영원을 건드리진 않았어라
기도는
한쪽 손의 배반을 묵어 놓는
형식, 배반과 배반의 결속을 막아 놓는 칸막이
기도는
손바닥이 비워지고 나서야
채워지느니, 험하고 외진 길을
마음 밖으로 내쫓고
마음 안으로 모셔오는
세상 끝의 방 한 칸
검은 묵주 하나
너덜너덜한 책갈피들
끄트머리부터 읽어도 좋고
군데군데 발췌해서 읽어도 문맥이 통하는
* 카르투시오수도회 헌장.
** 카톨릭 성가 가사.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민음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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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돌같이 차고 헐벗은 / 오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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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8
21.09.13 08:5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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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돌같이 차고 가진 것 없는 마음으로 기도하였으니
하나님은 그를 맘껏 사랑해주었을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