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시론] 의미 부여하지 않기-원혜스님
며칠 전 보살님 한 분이 찾아 오셨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보살님인지라 차담을 하게 되었는데 보살님께선 두 가지 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그 의미를 잘 풀이해 달라고 하시는 겁니다. 꿈의 내용인 즉 이러했습니다.
“스님, 얼마 전 정말 좋은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커다란 금덩이를 세 덩어리나 주웠는데 어찌나 생생하던지 꿈을 꾸면서 신이 나 어쩔 줄 몰라 기뻐했지 뭡니까. 그 꿈을 꾸고 나서 꼭 일주일이 지났는데 이번엔 뱀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찌나 큰 뱀이었던지 꿈이었지만 오금이 저려 도망갈 수도 없었습니다. 금덩이를 주웠을 때는 그리 마음이 흡족하고 기뻤는데 무서운 뱀 꿈을 꾸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한지 이렇게 스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미의 꿈인가요.” 이 꿈 이야기를 듣고 제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보살님의 얼굴이 너무나 진지하고 기대가 큰듯하여 가만히 경청한 뒤 말을 꺼내었습니다. 그런 연후 저는 말 그대로 ‘바른 답’만 전해 드렸습니다.
일단 첫 번째 꿈에 대해서는 “현실은 아니지만 꿈에서라도 커다란 금덩이를 얻었으니 기분이 좋으셨을텐데 보살님의 좋은 마음을 이웃들에게 많이 나누어 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 꿈에 대해서는 “무섭고 기분이 좋지 않았을 터이니 매사 조심하시고 사람들과 대화하실 때 늘 하심(下心)하시라”고 일렀습니다. 뭔가 신통한 대답을 기대했던지 보살님은 조금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꿈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불자 여러분, 우리는 불자(佛子)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 씀씀이에 달려 있으며 일체가 무상(無常)임을 밝혀 주시는 법신(法身)을 공부하는 불자입니다.
공부하고 수행하는 이유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등 삼독(三毒)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이겠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십수년씩 공부를 하고 수행을 하는 데도 습관적으로 그 어떤 현상에, 느낌에, 부질없는 망상에 의미를 부여하곤 합니다.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꿈이나 느낌, 어떤 현상이 있을 때마다 나름대로 분석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를 예측합니다. 아시다시피 꿈은 그냥 ‘헛것’입니다.
꿈이 좋든 그렇지 않든 꼭 그렇게 되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며 실상이 그러하기에 그 꿈을 근거로 해석을 하는 것 또한 부질없는 행동입니다. 그냥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좋으면 좋은 마음을 유지하면 되고 기분이 나쁘면 조금 더 조심하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됩니다.
우리는 매사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습관처럼 하다 보니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욕심을 챙기기 마련입니다.
어떤 이가 누군가에게 크게 실수를 했다고 합시다. 실수한 사람은 실수에 대해서 우선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사과하기가 싫어서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올까에 대해 상상하면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각본을 씁니다.
그러나 각본대로 일이 흘러가는 법은 그리 많지 않으며 그로 인해 마음은 더욱 복잡해지고 일은 더욱 꼬이게 됩니다. 사과해야 할 때를 놓쳐 난감해지면서 번뇌에 휩싸이게 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불자라면 즉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 덧대거나 빼는 습관을 버리세요. 그리고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분의 여유를 갖고 이미 일어난 일을 그냥 바라보세요. 그러면 조금은 객관적인 사고가 싹트게 되며 여유를 갖는 시간을 조금씩 더 늘려가다 보면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도 조금씩 사라질 것입니다.
원혜 스님 공주 마곡사 주지
첫댓글 선거일 공휴일이라 당직도 깜박하고 있었습니다. 보문님의 연락이 아니었더라면 반성문(?)쓸 뻔 했습니다. 이래서 함께 가는 도반이 좋은가 봅니다.보문님 차 한 잔 배달하리다._()_
꿈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꿈때문에 하루를 괴롭게 보내는 이들도 있는 현실을 볼 때 스님의 법문은 생각해 볼 말씀인 것 같습니다. 꿈도 공양과 알아차림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스님께서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한 마음만 돌리면 처처가 공부요, 공양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볼 수 있고, 실상을 보는 과정 연습, 알아차림을 해 가는 과정도 눈여겨 보았음 합니다. 즉시 인정하고 사과하는 습관이 참회의 시작이 아닌가 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고맙습니다.왠지 꿈에 자주 휘둘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다시 마음 쉬는법을 배우겠습니다..마하반야바라밀.._()()()_
내가 없는데 없는 내가 꾸는 꿈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몸도, 마음도 헛꽃에 불과하다는데 그 헛꽃이 꾸는 꿈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 _()()()_
꿈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서 덧대거나 빼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참 힘듭니다.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꿈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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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밝은 마음..........고맙습니다........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있는 그대로를 보는 눈.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