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초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학력 미달 2배 쇼크에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든 학교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보겠다고 발표했다가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하면서 계획을 접은 일이 있었다. 하나의 시행착오로 끝났지만 교육에서 평가가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던 것은 현재 중3, 고2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교육부의 학력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상승하는 추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었다. 서울시 교육청이 서울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된다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평가다. 평가가 없었다면 서울 학생들의 학력이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저하되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없다. 강원도의 경우 발표된 자료는 없지만 대략 유사한 추이의 미달 비율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교육청은 2019년 기초학력 책임교육 강화를 주요한 교육정책으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다. 한글 문해교육과 영어, 수학의 책임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기초학력은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노력과 교육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강원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어느 수준인지 어떻게 좋아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이 우리 학생들을 위해 책임교육을 하겠다고 한다면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혈압과 혈당량을 점검하듯이 학력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추진돼야 한다. 서울시에서 문제가 됐던 전수 조사를 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국어의 문해력과 영어 수학의 기초학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산하의 교육 전문기관을 활용하든지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하든지 해 평가 목표와 수준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설정해야 한다. 설정된 평가 목표와 수준에 적합한 평가도구를 개발해 도시와 농촌, 또는 학급 규모별 범주를 정해 표집 평가를 통해 믿을 만한 기초학력 평가에 관한 백서를 매년 발간한다면 강원도의 학부모들은 강원교육을 신뢰할 것이라 본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이 교육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고 책임교육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강원도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학교끼리 경쟁을 시키는 것이 아니고 강원교육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기초학력은 우리 학생들이 어떤 진로를 택하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보고 접근해야 한다.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학생의 미래 성취를 위한 기회를 균등하게 확보해 주는 것이다.
표집검사도 표집 대상을 충분히 해 통계 결과를 학교 현장에 환류시킨다면 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학교 현장의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이끄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평가가 창의적 사고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은 기초학력에 대한 오해에서 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평등 교육의 실현은 기초학력을 확보하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읽기와 쓰기 및 기초 수학 능력의 확보야말로 우리 학생들의 출발점을 고르게 하고 미래를 향해 자신의 꿈을 펼치는 기회를 제공한다.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남과 비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로 알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