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정수근(26·사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적진 침투를 앞둔 특공대원 같다. 정수근이 독기를 품은 것은 현실의 냉엄함을 통감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24일 "정수근이 지난해보다 3,000만원 깎인 1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사실 정수근은 이달 초 구단이 제시한 액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있었지만 동료들의 연봉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계약을 미뤄오다 22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이틀 뒤 발표해줄 것을 구단에 요청했다. 정수근은 "구단이 제시한 연봉 삭감액이 예상보다 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구단과 연봉 줄다리기를 하기보다 빨리 마음을 정리하고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 군말없이 도장을 찍었다"고 말했다.
올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정수근의 모든 목표는 올겨울에 맞춰져 있다.
"두발짝 전진을 위해 한발짝 후퇴한다는 말이 있지만 저는 100보 전진을 위해 한발짝 뒤로 물러선 것입니다." 이번에 '손해'본 금액을 100배 이상 부풀리겠다는 얘기다. 올해 깎인 액수가 3,000만원이었으니 정수근의 눈높이는 적어도 30억원 이상인 셈이다.
정수근은 이미 고지 점령을 위한 '작전'도 모두 짜놓았다. 첫 단계는 근력 키우기를 통한 체력 강화. 정수근은 지난해 11월 일본 쓰쿠미 마무리훈련 때부터 데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을 해왔다.
28일 하와이행을 앞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바벨과 씨름하고 있는 정수근의 머릿속에는 오직 '곱하기 100'만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