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803호
아름다운 사람 Die Schöne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 번역 정경량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껴안고
그리곤 부셔버리는, 내일이면 벌써 그걸 준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이처럼
So wie ein Kind, dem man ein Spielzeug schenkt
Das Ding beschaut und herzt und dann zerbricht
Und morgen schon des Gebers nimmer denkt
그대는 내가 드린 내 마음을, 예쁜 장난감처럼,
조그만 손으로 장난하듯이 쥐고서
그 마음이 쓰리고 고통당하는 걸, 알지 못하네
So hältst du spielend in der kleinen Hand
Mein Herz, das ich dir gab, als hübschen Tand
Und wie es zuckt und leidet, siehst du nicht
*
아주 오랜만에 외국 시를 띄웁니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로 더 유명하지만 실은 평생 시인을 꿈꿨더랬지요.
"시인이 아니면 아무 것도 되지 않겠다."
소년 헤세는 죽을 때까지 이 말을 지니고 살았더래지요.
이 헤세의 시가 우리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실은 서유석 씨의 노래 덕분입니다.
가수 서유석 씨가 1972년에 헤세의 시를 번안 작사하고, 곡을 붙여 만든 노래가
바로 <아름다운 사람>이지요.
장난감을 받고서 그것을 바라보고 / 얼싸안고 기어이 부숴 버리는 / 내일이면 벌써 그를 준 사람조차 /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 오~ 오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당신은 내가 드린 내 마음을 고운 장난감처럼 / 조그만 손으로 장난하고 / 내 마음이 고민에 잠겨있는 / 돌보지 않는 나의 여인아 나의 사람아 / 오~오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이제 기억나실런지요?
그런데 시나 노래 가사나 가만히 곰곰히 생각하면 이게 참 간단치가 않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나의 사랑을 고백했는데, 당신은 그것을 장난감처럼 장난처럼 쥐고 놉니다. 그런데도 나는 그런 당신을 아름답다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면서 좀체 당신에 대한 사랑을 놓치 못합니다.
사랑은 아이러니하고 사랑은 지독하고 사랑은 교묘하고 사랑은 기쁨과 고통으로 뒤죽박죽 섞여서 혼란스럽지요.
그런 사랑은 서유석 씨는 참 덤덤하게 부릅니다. 오~ 오오오오~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헤세의 시를 소개한 이유는 좀 거시기한 면이 있습니다.
실은 저희 출판사에서 이번에 <헤르만 헤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 나왔는데
달리 홍보할 방법도 없고 해서 이렇게 은근슬쩍 교묘하게 홍보를 하는 중입니다.^^
조창완,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달아실, 2021)
헤세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이라면, 혹은 읽어보신 분이라도
이 가을에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졸시집 『안녕, 오타 벵가』도 같이 읽는다면 금상첨화겠지요.^^
2021. 10. 18.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달아실출판사: (24257) 강원도 춘천시 춘천로 257,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