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또 하나의 성적표를 받았다. 촛불시위가 오프라인으로 부터 온 테러라면, 미네르바 사건은 온라인으로부터 온 테러이다. 그것 뿐 아니다. 이번 주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회의 폭력 테러를 표지로 다뤘다. 이 잡지는 우리의 민주주의 현주소를 냉소적으로 취급했다. 우리사회는 그만큼 문화적으로 미성숙한 사회이다.
한쪽은 정치권력으로 밀고, 다른 쪽은 테러로 맞선다. '유언비어'는 권위주의 사회에서 일어난 우리의 단골 메뉴였다. 통제가 심한 곳은 어김 없이 '유언비어'가 나타난다. 예전에는 이런 유언이 구전, 전화로 확산되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되면서 댓글로 전파된다. 정부는 그 실상을 알고 미네르바 박 씨(30)를 구속해야 할 것 같다.
미네르바는 물론 '미네르바 아울(Minerva's Owl)'으로부터 파생했을 것 같다. 미네르바 아울은 그리스 여신이었는데, 로마에 와서 그 여신을 본격적으로 신봉하였다. 그녀는 서구 문화의 결정체이다. 부엉이는 낮에 온 갖 잡 생각을 하다 밤에야 나타난다. 같은 맥락에서 서구 문화는 먼지로 쌓이게 되면 날기 시작한다. 그 의미를 헤겔이 자신의 책에서 사용하고 이니스(Harold Innis)가 그의 책에서 인용했다.
헤겔은 그리스의 풍부하고,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문화의 결정체를 말했다.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의 선진된 문화를 전격적으로 차용하고, '미네르바 아울'의 여신을 신봉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현실로 가져오면 인터넷에서 갖가지 문명의 먼지를 미네르바 박 씨가 퍼서 글을 작성한 것이다.
로마는 헬레리즘 군사문화를 이어받아 건국을 했지만, 당시 지식인들은 냉소적으로 받아들였다. 군사문화와 문민문화가 충돌하는측면에서 미네르바 아울이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현상을 로마인들은 높은 차원에서 신화로 만들어, 신봉하였다. 미네르바 아울의 여신은 총칼로 겨누는 여타민족과 다른, 로마인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알 수 있다.
기원이 이렇게 발생했다면 미네르바는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 명사이다. 초기에는 고유명사일지라도, 보통명사로 사용된다. 같은 맥락에서 박 씨가 미네르바였다면, 신동아 인터뷰를 한 또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할 수 있다. 검찰은 그 어둠의 그림자들 집단의 정체를 찾는데 더욱 수사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 같다.
검찰은 우선 미네르바 박 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정부가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 공문을 보냈다."라고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MBC 강민구 기자는 1월 9일 "기획재경부가 '즉각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수사에 착수해 열흘만에 박 씨를 체포했다."라고 했다.
글은 곧 아고라에서 사라졌다. 경향신문 조현철, 박홍두 기자는 "한 편의 글이 '허위사실'이란 이유로 사법처리할 태세다."라고 했다. 물론 동아일보 유재동, 이서현 기자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은 지금까지 '하반기에 물가가 오르니 생필품을 미리 사둬라', '제2의 IMF가 온다.', 코스피의 저점은 500' 등의 글을 많이 게재했다고 한다.
복잡하게 전개되니, 박씨 사건으로 좁혀 보자. 조인스는 박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다. 공부를 시킬 목적이지, 허위사실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박봉 봉급쟁이 '개미들'을 얼마나 지켰는데, 자살자를 얼마나 살렸는데..'공부를 시켜줄 목적'과 '허위사실'로 법적 공방이 벌어질 모양이다. 박 씨를 만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박씨가 환율과 주가에 대해 정확한 사실과 의견을 알려줘 손해를 줄이려 했다."라고 했다.
검찰은 개인의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면, 그 사실만으로 구속하기 궁색하게 생겼다. 그런데 경향신문 오창민 기자는 "검찰이 박씨가 독학을 통해 경제관련 지식을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네르바 명의로 올라온 글들을 보면 외환 실무 경험이 없이는 구사할 수 없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라고 함으로써 조사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미네르바 사건'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금까지 올린 500여건이 되고, 동아일보 사설은 "아고라가 허무맹랑한 논리로 미국산 쇠고기를 광우병 쇠고기로 몰고가 우리 사회를 3개월 넘게 혼란에 빠뜨린 진원지이다."라고 했다.
검찰은 당연히 박 씨를 구속시킬 수있는 충분한 근거를 찾을 것으로 본다. 검찰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그가 쓴 글이 한 건당 10만이 넘게 조회한다고 한다. 한겨레신문 김지은 기자는 "서울중앙지검 마약, 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9일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험의(전기통신기본법 (47조))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아무개 씨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라고 했다. 검찰은 구속 영장을 시킬 것으로 본다.
우리헌법을 잠깐 보자. 헌법 제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4항에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는 긴급한 시기에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로 확대해석 할 수 있다.
헌법은 물론 1항이 아닌, 4항에 둠으로써 평상시의 경우, 언론, 출판의 자유를 우선시한다는 규정을 하고 있다. 박씨가 정말 미네르바라면 고발당한 내용은 인터넷에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박씨가 그 내용을 실제 확인한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전문대학을 나오고, 독학을 한 사람에게 그것 까지 요구할 수 있을까...그렇다면 그는 사회무드에 편성헤서 글을 작성했을 뿐이다. 그에게 또 다른 '어둠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면 검찰이 조롱 당하게 생겼다.
문제는 다시 돌아가서, 정부 운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필자는 이런 권위주의 문화가 계속되면, 촛불, 미네르바, 국회 난동, 자살 선동,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테러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마음, 그리고 권위주의 정치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계속 벌어질 전망이다.
우리는 그 문화의 현상을 1980년 이후 7년 간 겪었다. 국민들은 MB 정부의 성적표를 보는 것 같다. 또한 미네르바 아울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박 씨만이 그런 이름을 사용했다면, 그는 많은 독서를 한 독서광이다. 국민은 그 문화를 탐닉하고 있다. 그는 '경제 대통령'이 될 만큼 우수한 사람이고, 한건당 10만명의 국민들은 그의 글을 탐독하고 있다. 그런 사람을 홀대하고 '사이버 모욕죄' 등으로 국민을 옥죈다면,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다. |
첫댓글 좋은 나라는 민주주의가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