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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비밀장>을 마치며
금강경은 고타마 싯다르타가 쓴 게 아니다. 테라와다 즉 남방불교에서는 금강경이 있는 줄도 모른다. 이들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도 모른다. 그러니 고타마 싯다르타 시대에는 없던 분들이며, 금강경 또한 없던 경전이다.
그런데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금강경이 가장 유명한 경전이 되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는 경전이 되었다. 따라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모르니까 성스런 경전이 되었다.
고타마 싯다르타의 이름을 빌려 금강경을 쓴 분은 아주타나, 즉 나가르주나, 한자로 용수(龍樹)다. 고타마가 열반한 지 500년이나 지나서 태어난 중인도 출신 바라문이다.
나는 이 아주타나가 어쩌다가 금강경이라는 위경을 썼는지 궁금했다. 아주타나 아니어도 중국인들 중에서는 가짜경을 만들어낸 사람이 많은데, 이런 중국산 위경은 하도 황당하여 누구나 다 가짜라는 걸 알 정도이니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금강경은 너무나 그럴 듯하고, 하필 모든 경전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경전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붓다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분명히 아주타나가 쓴 건데 왜 이 경전이 모든 팔만대장경의 맨 윗자리에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아주타나 즉 나가르주나가 어떻게 해서 금강경이라는 경전을 썼는지 몹시 궁금했다. 철없던 새내기 소설가 시절, 즉 서른다섯 살 때 나는 <소설 금강경(1994년)>을 두 권으로 펴냈다. 그때는 의심없이 금강경 줄거리를 따라갔다. 손과 머리로 글과 뜻만 새겼다.
그러던 중에 아주타나가 나를 끌어당겼다.
아주타나는 내가 <소설 금강경(1994년)>을 쓰기 훨씬 전에 나를 인도로 불러들였다. 1990년, 나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발길이 닿은 성지는 모조리 빼고, 그가 가보지 않은 땅, 정말 인도인들이 욕망하는 진짜 삶을 살피러 인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뉴델리, 뭄바이를 거쳐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동해안을 타고 도로 올라오다 불교유적지가 나타날 때쯤 여행을 접고 뉴델리로 곧장 가서 귀국했다.
이런 인도 여행 길에 나는 아주타나의 고향에서 뜻밖에도 내 인생의 32년을 빼앗아갈 주제를 담은 책 한 권을 만났다. 소련의학자가 쓴 <생체시계(The Grand Biological Clock, 1989년)>란 책이었다. 당시 동서냉전이 덜 풀려 서방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련 의서(醫書)가 인도에는 영역되어 나와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번역서를 내고, 이어 <바이오코드> 연구를 시작했다. 때마침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되어 쓴 <소설 토정비결>이 우리나라 출판 역사상 최초의 각권(3권 모두)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바이오코드> 연구 자금이 확보되었다.
여기서 잠깐 <소설 토정비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내가 이지함과 같은 한산이씨인 줄 아는 이가 많지만, 나는 무반(武班)을 많이 배출한 함평이씨다. 소설을 발표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임진왜란 때 조상이 쓴 서책이 발견되어, 내 직계 조상인 이관(李瓘)과 토정 이지함이 매우 가깝게 지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우리 집은 청양 장승개이고 토정의 집은 보령이었는데, 우리 집안은 청양 서쪽 경계에 살고, 토정은 보령 동쪽 경계에 살아 실제 거리는 불과 10리 안팎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왕래가 잦고, 토정이 우리 집터(충남문화재로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를 봐주고, 나아가 이관 할아버지의 산소 자리와 문중묘원 자리까지 잡아주었던 것이다.
이 소설에는, 나로선 잊어서는 안되는 다른 인연이 한 가지 더 있다. 우리 외할머니 이화눈(李花嫩 ,꽃처럼 예쁜)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당시 유행하던 신소설이며 옛날 이야기,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더러 운세도 봐주었단다. 이 일이 제법 잘 되어 38세에 큰돈을 벌어 여기저기 땅을 많이 사셨다. 무반의 피가 흐르는 집안에서 내가 글을 쓴 것은, 오로지 외할머니로부터 온 X유전자 덕분이라고 믿는다.
한편, 서른다섯 살 때, 동갑내기 도반인 송광사 스님 자륜을 만났는데, “바이오코드 연구를 하려면 수식관 즉 지관좌선법이자 아나파나 사티를 시작하라”고 권해서 그대로 따라했다. 그 무렵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불교에 대한 생각이 시들해져 반성하는 마음으로 <소설 금강경(1994년)>을 펴냈다. 그뿐 그렇게 이 소설을 잊었다.
세월이 흘러 바이오코드는 1996년에 완성되고, 2008년에 브레인워킹이 끝나고, 2017년쯤 브레인리퍼블릭이 끝났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소설 금강경>은 다시 써야겠다고 결심, 플롯을 다시 짜고 글을 새로 입혀 완전히 고쳐썼다. 하지만 고타마 싯다르타에게 미안하고, 저자인 아주타나에게 미안해 덮어두었다.
그러고는 올해인 2023년 2월 2일, 고타마에 대한 의심을 끊고, 아주타나가 하는 말귀를 겨우 알아듣고나서 바이오코드 연구에 마침표를 찍었다. 말하자면 <바이오코드의 완성>이라는 비밀장을 완성했다. 그러자마자 도반 자륜더러 토론하자며 올라오라고 채근했지만 그는 3월 1일, 저혈당쇼크로 갑자기 떠나버렸다.
이 <금강경 비밀장>은 꽤 오래 걸린 작품이다. 내가 가장 오래 쓴 작품이 <천년영웅 칭기즈칸(전8권)>인데, 5년 걸렸다. 거기에 비하면 이 소설은 거의 30여년 걸린 셈이다.
원래 금강경 ‘제6 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에 ‘如來滅後 後五百歲 有持戒修福者 於此章句 能生信心 以此爲實’란 말이 나온다. 붓다가 열반한 뒤 2500년이 지나도 계율을 지키며 수행하는 사람이 있으며, 금강경을 보고 바른 믿음을 내어 결실을 이루는 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말이다. 붓다가 열반하면 첫 5백년간은 붓다의 설법을 듣기만 해도 깨닫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 시기란다. 두 번째 5백년은 선정(禪定)으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나오는 시기다. 5세기까지이니 이때 아주타나 등 여러 사람들이 나타나 대승불교 혁명을 이루었다. 세 번째 5백년은 불경을 많이 읽고 연구하여 공덕을 닦는 시대다. 삼국시대다. 네 번째 5백년은 탑과 절을 많이 지어 공덕을 쌓는 시대다. 반야지혜가 뭔지는 잘 몰라도 공덕을 많이 쌓아 경전을 지키고 후대에 잘 전하는 공덕을 쌓는 시대이지 깨닫는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지막 5백년이 바로 지금 이 시대를 말하는데, 세상에 투쟁과 갈등이 많이 일어나 붓다의 반야가 사라지는 시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 중앙아시아의 불교가 이슬람교도들에게 쫓겨나 지금은 사라지고, 중국 불교는 공산당에 밀려 숨어버리고, 우리나라는 유교에 밀려 산으로 숨고, 일본은 신도(神道)와 뒤섞여 제사불교가 돼버렸다.
그렇건만 금강경에는, 이런 후오백세라도 이 금강경을 읽고 바른 믿음을 내어 반야를 깨달을 사람이 있다(於此章句 能生信心 以此爲實)고 예언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正信稀有分 중에서)
이는 붓다의 말씀이자 아주타나의 말씀이라고 나는 본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당시 인류 중 단 한 명으로서 붓다가 되었다. 아주타나 역시 당시 인류 중 단 한 명으로서 중론을 쓰고, 대승불교를 일으키고, 금강경 등 주옥같은 경전을 썼다. 아이작 뉴턴은 당시 인류 10억 명 중의 한 명으로서 우주의 원리 중 하나인 중력(Gravity)을 보았다. 알버트 아인쉬타인은 당시 인구 15억 명 중의 한 명이지만 그 한 사람이 특수상대성이론 공식 E=mc2를 알아냈다.
현재 인류는 80억 명이다. 아무리 불법이 무너져가는 세상이라지만 금강경은 수없이 인쇄되고 보시되어 숱한 사람이 읽고 있다. 비록 이해가 매우 어렵지만 80억 명 중 누군가는 반드시 알 것이라는 게 금강경을 설한 저자 고타마 싯다르타의 뜻이고, 글로 쓴 저자 아주타나의 뜻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고타마 싯다르타와 아주타나는, 얄밉게도 후5백세에는 불법이 사라질 거라고 예언했지만, 그래도 나는 ‘80억 명 중의 단 한 사람’을 위해 <소설 금강경 2023>을 펴내고, 이 글을 쓴다.
나는 이 소설을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지금쯤 이 글을 읽고 “깨닫기가 저렇게 힘들면 차라리 나는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살아서 3천 생, 5천 생, 이 사바를 구르는 것이다. 그 ‘내 마음대로’는 사실 가짜다. 편도체라는 뇌가 만들어내는 욕망과 공포와 불안과 생존, 생식의 몸부림일 뿐이다. 뇌과학자들은 이미 ‘나’를 ‘나의 기억’일 뿐이라고 정의한다.
몸부림치고 싶을만큼 끔찍한 진실이다. 다들 아다시피 지금, 오직 진실을 깨우치고자 하는 고타마 싯다르타(테라와다)와 나가르주나(마하야나)의 정통 불교는 욕망의 깊은 바닷속에 빠져버렸다. 한때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번성하다 없어진 고도의 철학 대승불교는 반야에 지친 중생들 때문에 지금은 사막에 스며든 물처럼 사라져버렸다.
반야의 빛이 너무 눈부셔서 차마 바라볼 수 없었을까? 인도에서는 도로 힌두신들에게 소원을 비는 쉬운 욕망의 길로 돌아서고, 나머지 중앙아시아 땅에서는 ‘신의 뜻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식 욕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힌두교나 이슬람은 욕망을 극대화하는 종교다. 욕망이 클수록 끌려가기 좋고, 인간은 모든 것을 다 힘센 신에게 맡기고 오직 충실한 종이 됨으로써 어려운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고 든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바이오코드> 32년 연구로 겨우 반야심경을 이해했다. 반야심경은 금강경을 포함한 반야부 경전들의 핵심 주제를 270자로 줄인 다이제스트 반야경인데, 한 마디 이해하는데 거의 몇 생은 걸릴만큼 어렵다. 五蘊皆空 10년,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10년, 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10년,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礙 無罣礙故 無有恐怖 遠離顛倒夢想 究竟涅槃 10년이니, 반야심경만 40년 공부거리다. 그것도 과학이 발달한 현대 기준이니 옛날에는 지금의 10년 공부를 10생 동안 해도 마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줄인다. 이 <금강경 비밀장>을 읽고 80억 명 인류 중 단 한 명이라도 반야를 들여다 보게 된다면 그로써 충분하다.
2023년 4월
이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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