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도중 헬기 추락 사고로 16일 순직한 정봉석(鄭鳳錫·44)·백영(白榮·36)중령, 윤성원(尹聖元·44)원사, 장경철(張慶哲·24)하사. 사고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살신성인 정신이 알려져 더욱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
사고 헬기에 탑승한 정소령 등 4명은 추락하는 순간까지 민가 피해를 줄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해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이상학(43·경북 포항시 연일읍 학전리 136번지)씨는 “사고 헬기가 민가 피해를 줄이려고 민가 반대 쪽으로 기수를 빨리 돌렸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씨의 진술에 따라 사고 현장을 확인, 주조종사 정소령이 조종석에서 민가 반대 방향으로 조종기를 꽉 잡은 채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순직 장병은 최후까지 600m 떨어진 주변 민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그동안 이들 순직 장병은 해상초계 임무 외에 야간이나 기상 악조건 상황에서도 울릉도 등 격오지 응급환자 후송 작전을 비롯해 산불 진화·해상오염 감시활동 등 대민지원활동을 펼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들이 최근 3년간 울릉도 등지에서 응급환자를 후송한 횟수는 50여 회. 이외에도 40여 회의 산불 진화활동 등을 펼쳐 온 군인들이었다.
주조종사 정봉석 중령
사고 헬기 주조종사 정소령은 1985년 해군사관학교 39기로 임관했다. UH-60 등 헬기 조종사로 근무해 온 그는 6전단 비행대대 정보관·작전관·편대장·부대대장 등 보직을 두루 거쳤다. 정소령은 UH-60 헬기 교관 조종사로 후배 양성에도 앞장서 ‘비행 경험 사례집’을 발간하는 등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조종사였다.
특히 2002년 서해교전 당시 덕적도에 헬기 전개 임무를 완벽히 수행, 참모총장 표창장 등을 받은 바 있다. 유가족으로 부인 윤혜영씨와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부조조사 백영 중령
사고 헬기 부조종사 백중령은 명지대를 졸업, 1991년 사관후보생 85기로 임관했다.
사관후보생 교육과정에서 수석을 차지했던 동량. 6전단 정보과장·편대장 등을 거쳤고 해병대사령부 근무시 해군과 해병대의 긴밀한 항공업무 협조체제를 구축해 해병대사령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99년 연평해전 당시 덕적도에서 부상 장병 등 긴급환자 후송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기도 했다. 유가족으로 부인 박선정씨와 승헌·승채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정비사 윤성원 원사
사고헬기 정비사 윤원사는 80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 68기로 임관, 6전단 정비전대 UH-60 헬기정비기장으로 맹활약한 정비 분야의 실력파로 알려져 있다. 윤원사는 항공 정비는 물론 정보처리기능사·항공사진기능사·불도저기능사·항공정비산업기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소유한 만능 기술인.
특히 윤원사는 경북 윈드 앙상블 오케스트라에서 클라리넷 연주 단원으로 활동해 왔다. 오케스트라 총무직을 수행하던 지난해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10여 차례 음악회를 갖기도 했다.
정비사 장경철 중사
사고 헬기 정비사 장중사는 2002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 190기로 임관한 초임 부사관.
6전단 정비전대 정비 부사관으로 임무 수행 중인 성실한 부사관이었다는 게 주위의 말이다. 특히 친형 장경환 하사와 631정비대대에서 3중대·1중대 소속으로 근무 중이었다.
사고 며칠 전 경기도 의정부에 거주하는 아버지 장수인씨와 어머니 박정림씨가 두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면회 온 것이 부모자식 간에 마지막 만남이 된 것으로 알려져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