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파리에 신혼여행 온 중국인 부부가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50유로 지폐를 냈다. 직원은 이 돈을 위조지폐로 의심했다. 부부는 경찰에 넘겨져 옷이 벗기고 욕설과 조롱 섞인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5시간 뒤 지폐가 진짜로 밝혀진 뒤에야 풀려났다. 중국에선 '라파예트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그때까지 유럽 최대 백화점그룹 갤러리 라파예트에 쇼핑 온 중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었다.
▶라파예트는 회장이 나서 공개 사과했다. 말썽을 일으킨 점원을 처벌하고 중국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관광협회는 한동안 라파예트를 쇼핑코스에서 뺐다. 일본에서도 중국 관광객은 큰손이다. 중국 직불카드 '유니언 페이(Union Pay)'를 받는 가게가 2005년 250곳에서 2만여곳으로 늘었다. 이 카드를 쓰는 현금지급기도 급증해 중국인은 어디서든 편하게 쇼핑을 한다.
▶지난 2월 춘제(春節·음력 설) 연휴에 상하이 관광단 1000여명이 뉴욕 쇼핑가를 점령했다. 일주일 사이 쓴 돈이 3000만달러. 미국 언론은 "명품시장의 큰손 중국인이 홍콩·일본·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상륙했다"고 썼다. 뉴욕 백화점 직원들은 '정말 싸다(眞便宜)' '몽땅 사겠다(我徒要了)' '또 있어요?' 같은 중국어를 잘 알아듣는다.
▶춘제에 버금가는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서울 백화점과 동대문·남대문시장, 인사동이 즐거운 호황이다. 이 기간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6만여명. 백화점에서 수백만원 하는 명품 핸드백을 한 사람이 6개씩 쓸어 담기도 한다.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살지 말지 결정하는 데 5분도 안 걸린다고 해 '5분 대기조'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작년 중국인 관광객은 134만명으로 일본인 305만명보다 적지만 쇼핑에 쓰는 돈은 1인당 180만원으로 일본인 두 배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인은 일본에선 한국에서보다 5배나 돈을 더 쓴다. 일본에선 긴자 명품가나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카드를 많이 긁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인삼판매점 같은 데서 많이 사용한다. 상품 질, 쇼핑 편의와 서비스를 높여 통 큰 중국인을 부를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