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 야유회 제4화
2024 곡성세계장미축제 현장에서
청심 고병균
15시 15분 가정역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를 탔다. 목적지는 섬진강 기차마을 내 장미 공원이다. 오늘은 ’2024 곡성세계장미축제‘ 개막일, 사람들이 붐빌 것이다. 그렇게 예상하며 기관차에 올랐다.
증기기관차가 출발했다. 그 옛날 기관차의 모양을 흉내낸 기관차이다. 달리던 중 ’삐~‘ 하는 기적 소리도 울린다. 기관차는 15시 45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각자 자유 관광하고 4시 50분까지 장미 꽃탑 주변으로 오세요.”
회원들은 흩어졌다. 아내는 또 어디론가 사리졌다. 여기서도 나는 외톨이다. 장미 공원에는 장미가 많이 피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늑대 남자가 있고, 장며 여인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글감으로 한 자작시를 흥얼흥얼 읊조려본다
늑대 남자
오른쪽 무릎 땅에 대고
두 팔 쭈욱 뻗어
빨간 카네이션
불쑥 내민 순정파 남자
'당신은 나의 태양’
'당신을 향한 그 사랑 영원히’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늑대 남자
수줍게 다가오는 장미 여인
순식간에 낚아채려는 늑대 남자
장미 여인
알록달록 장미로 장식한
초록색 치마 입고
장미로 꾸민
핑크빛 레이스 목에 두른
곡성 장미공원의
핑크빛 장미 여인
핑크빛 마음으로
늑대 남자 유혹하는
핑크빛 장미 요정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음악소리가 들린다. 관현악 악기에서 품어 나오는 웅장한 소리다. 장미 꽃탑 넘어로 공연장이 보인다. 엄청나게 크다. 거기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피로가 밀려오고 깜박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非夢似夢) 간에 음악 소리가 울린다. 그것이 묘하게 감동을 준다. 내 귀를 즐겁게 한다.
곡성 군립 청소년 관현악단이 펼치는 공연이다. 단원이 어찌나 많은지 무대의 좌우를 꽉 채운 대규모 악단이다. 무대 배경에는 ‘WE THE ROSE’(위 더 로즈)라는 빨간 색깔의 로고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다른 곡이 연주된다. 모르는 곡인데도 감흥이 온다. 이들의 연주 실력이 상당히 높게 느껴진다. 나는 지금껏 음악에 심취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흥이 온다. 이해할 수 없다.
공연을 마치고 지휘자와 연주 학생들이 인사를 한다. 연주한 학생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지휘한 선생님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오늘 공연을 위해서 이들이 많은 시간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땀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그 수고와 땀이 곡성을 기름지게 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모두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축제 현장 한쪽에 놀이동산이 있다. 그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바이킹은 멈추어 서 있다. 빠르게 돌아가는 놀이기구가 멈추더니 손님이 내리고 다른 손님이 탄다. 가족 단위 손님이다. 그 놀이기구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스릴이 느껴진다. 나도 타고 싶어졌다. 그러나 나이를 생각해야 한다.
아내를 불렀다. 장미공원에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천천히 움직이는 놀이기구를 탔다. 물레방아보다 훨씬 더 큰 바퀴가 돌아가는 대관람차다. 바퀴 끝에는 케이블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 그 하나에 4~6명 탈 수 있는 케이블이다. 바퀴가 돌아가면서 케이블이 올라간다. 정상에 올라왔나 했더니 금방 내려간다. 창밖으로 농촌 풍경이 펼쳐보인다.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곡성의 논과 밭, 왼쪽애 옹기종기 모여있는 곡성의 농촌마을, 앞쪽으로 가물가물 멀리 보이는 곡성의 산 등이 한 폭의 풍경화로 다가온다.
야유회 참석 회원이 51명이지만 행사를 진행하는 내내 나는 혼자였다. 화엄사에서 돌아다닐 때도 혼자였고, 증기기관차를 탔을 때도 혼자였고, 장미 공원에서 공연을 볼 때까지 혼자였다. 그러다가 놀이기구를 탈 때 아내와 함께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보낸 그 시간이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이게 바로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할 이유이다. 구십구세까지 필팔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