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군은 1월 14일, 강원도 영월, 태백 일대로 태백선 눈꽃열차와 조선민화박물관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2010년을 여는 첫 여행이자 천하장군 189번째 정기답사였습니다.
양재동을 출발한 직후 버스고장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점심식사를 김밥으로 대치하는 등
일부 여행의 차질이 있었음에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진행자를 배려하고 여행을 즐겨주신
회원님들 덕분에 큰 탈없이 안전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늘 가족같은 마음으로 천하장군을 아끼고 성원해 주시는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출발할 때 만해도 두툼한 옷이 좀 거추장스러울 뿐 마음만은 가볍고 즐거웠습니다.
연일 기록을 갱신하며 추워지는 한파가 역시 최고조를 나타내며 가장 추웠던 날임에도
여행의 자유로움을 즐기시는 회원들을 막지는 못했지요.
정시에 양재동을 출발한 버스가 죽전정류장에서 기다리는 회원들을 태우러 가는데
버스가 이상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속도를 못 내고 맥을 못추는 것입니다.
한파로 인해 연료분사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설상가상 전기장치까지 말을 안들어
결국은 다른 버스로 긴급 교체해 여행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죽전정류장에서 추위에 떨며 고장난 버스를 기다리던 회원님들,
여행지연으로 열차예약시간을 맞추느라 예약했던 곤드레밥 대신 김밥을 먹으며 함께
애쓰신 회원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느 한 분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고 어려움을 내일같이 생각하며 함께해주신 회원님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버스사고로 버스를 바꿔 타고 점심예약을 취소하는 소동 가운데도 새로 교체 투입된 기사님이
운전을 안전하고 빠르게 해주셔서 태백선 눈꽃열차를 타기 전에 잠시나마 영월 선돌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하얗게 눈덮인 산과 강의 깊고 그윽한 설경으로
아침나절 부선스럽고 정신없던 마음이 다 가라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영월역에서 우릴 태운 태백선 기차는 첩첩산중을 누비며 달립니다. 제천역부터 백산역을 잇는
약 100km 가량의 태백선 구간에는 영월, 예미, 고한, 태백 등을 포함한 19개 역을 지납니다.
국내의 기차역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해발 852m), 강원랜드를 갈 수 있는 사북역,
정선방향으로 여행갈 때 이용하는 민둥산역, 하루에 왕복 4번만 기차가 서는 이름도 예쁜
간이역인 자미원역 등이 태백선을 타고 만나는 역들입니다.
6-70년대 석탄산업의 중심지로 호황을 누리던 이 지역에서 태백선은 무연탄을 나르는 산업선으로
그 몫이 대단했었지요. 탄광이 문을 닫고 석탄산업이 사양화길로 접어들면서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태백선은 지금은 첩첩산골 개발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이용, 관광산업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태백선을 타고 달리는 가을 단풍열차와 겨울 눈꽃열차 역시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차로는 가기 힘든 길, 첩첩 산중의 산허리를 돌며 산을 만나고 깊은 산 터널을 지나며 만나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 철로를 따라 만나는 겨울산의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눈이 많이 녹아 눈에 폭 쌓인 설경은 만날 수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이상기후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도 변화시키는 건지.
겨울설경하면 강원도였는데, 올해는 서해안에 오히려 눈이 많이 오네요.
내년 겨울에는 장항선을 타고 서해바다로 겨울 눈구경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천하장군 회원들은 성에 차지 않는 눈에도 즐거워하십니다. 동행지기끼리 모여앉아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고속철이나 관광버스와는 다른 다소 느린 기차의 속도감에 편안해하며
열차여행의 낭만과 여유를 즐기셨습니다.
오후에는 영월군 김삿갓계곡 내에 위치한 조선민화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2000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민화 전문박물관으로 소박한 서민의 삶이 담긴 민화를 모아 전시하는 곳입니다.
전문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며,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갖는 호랑이와 좋은 소식을 알리는
까치를 한 장의 민화에 그려 집에 붙여두고 한해의 무사안녕을 빌었던 옛사람들의 마음도 느껴보고,
물고기가 눈꺼풀이 없어 늘 눈을 뜨고 산다는 점을 착안해 장의 자물쇠문양으로 물고기문양을
애용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눈은 내가 보는 위치를 바꿔도 변함없이 나를 보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전시관 2층에 마련된 현대민화와 춘화전시관도 색다른 특색으로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영월의 별미 중 하나인 칡국수와 감자떡을 맛보는 것입니다.
오전에 버스고장때문에 김밥으로 허기만 달랬던 회원들에게 뜨끈한 감자떡과 감자전, 칡국수는
꿀맛이었습니다. 허기가 반찬이기도 했으나 현지인들에게 추천받는 내공깊은 주인어르신부부가
만들어주시는 칡국수와 감자떡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여행의 끝을 이렇게 즐겁고 배부르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버스고장으로 여행이 지체되는 우여곡절에도 여행은 언제든 예기치 못한 사정이 생길 수 있다고
이해하는 너그러운 회원님들, 나아가 여행 중에 부닥치는 난관까지도 여행의 맛으로 여유롭게
즐기는 회원들 덕분에 이번 여행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추운데 고생하신 회원님들 충분히 휴식하시고 여독 잘 푸세요.
눈꽃여행의 즐거움이 회원님들의 생활에 작은 위로와 기쁨이 되길 바라며
다음달 봄 내음 물씬 풍기는 지심도 동백꽃여행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드림
첫댓글 낭만이 흐르는 겨울 기차 여행을 함께한듯 진솔하고 정겹고 겸손한 답사후기...천하장군 까페에 새별이 떴네요...
답사기도 일품이지만, 그날 여행 진행은 정말 몇년동안 진행을 맡어왔던 여행 진행자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하고 의젖하였습니다.
박대표님 이제는 안심하십시요.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가 봅니다.
갑작스런 사태에 대한 회원님들의 배려에 고맙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진행을 모두 사랑의 눈으로 보아주시네요. 또한 신봉공주님의 충고 열심히 따르겠습니다.
초록별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님니다. 바쁨에 쫓기다 들어왔습니다 여행 기행문이나 수필이나 작가로 등단을 시도해 보세요 기대하겠습니다
회원님들의 넘치는 격려와 칭찬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여행은 더 알차게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