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별곡 송강 정 철
연대 : 조선 명종 때(1560년) 갈래 : 서정 가사, 양반 가사 형식 : 34조(44조), 4음보의 연속체 주제 : 성산의 풍물과 풍류 도원은 어디메오
현대어 해석 읽기
어떤 지나는 나그네가 성산에 머물면서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듣소 인생 세간에 좋은 일 많건마는 어찌 강산을 갈수록 낫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고 아니 나오시는고 송근을 다시 쓸고 죽상에 자리 보아 잠깐 올라 앉아 어떤가 다시 보니 천변에 떴는 구름 서석을 집을 삼아 나는 듯 드는 양이 주인과 어떠한가. 시내의 흰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천손운금을 뉘라서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책력 없어 사시를 모르더니 눈 아래 헤친 경치가 철을 따라 절로 생겨나니 듣고 보는 것이 모두 신선이 사는 세상이로다. -序詞 매창 아침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의 하실 일이 곧 없지도 아니하다 울 밑 양지 편에 외씨를 흩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다루어 내니 청문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망혜를 죄어 신고 죽장을 여기저기 옮겨 짚으니 도화 핀 시냇길이 방초주에 이어 있구나 잘 닦은 명경 중 절로 그린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春詞 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혜쳐 내니 절기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왔던가. 희황 베개 위에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 물 위에 떠 있구나. 삼베옷 여미어 입고 갈건을 비스듬히 쓰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대면서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온 뒤에 홍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 기운 없이도 만산에 향기로다. 염계를 마주하여 태극설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쳤는 듯 노자암 건너다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장송을 차일 삼아 석경에 앉으니 인간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청강에 떴던 오리 백사에 옮아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어떠한가. -夏詞 오동 나무 사이 가을 달이 사경에 돋아 오니 천암만학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뉘라서 옮겨 왔는고. 은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랐는 듯 짝 맞은 늙은 솔은 낚시질하는 곳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 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 두니 홍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길래.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청강 녹초변에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에 흥 겨워 단적을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던져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선 적벽은 추칠월이 좋다 하되 팔월 십오야를 모두 어찌 칭찬하는고. 가느다랗고 아름다운 구름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물결이 다 잘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솔 위에 걸렸거든 달을 잡다가 물에 빠진 이태백이 야단스럽구나. - 秋詞 공산에 쌓인 잎을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오니 천공이 호사로워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을 꾸며도 내는구나. 앞 여울 가리워 얼어 독목교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늙이의 이 부귀를 남에게 자랑 마오. 경요굴 은거지를 찾을 이 있을까 두렵도다. -冬詞 산중에 벗이 없어 서책를 쌓아 두고 만고 인물을 거슬러 혜아리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 삼기실 때 곧 무심할까마는 어떠한 시운이 일락배락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 고불 귀는 어찌 씻었던가. 박소리 핑계하고 조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낯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밀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조금이나마 낫는구나. 거문고 줄을 얹어 풍 입송을 타자꾸나. 손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 버렸구나. 장공에 떠 있는 학이 이골의 진선이라. 요대 월하에 행여 아니 만나셨는가. 손이 주인에게 이르되 그대 그인가 하노라.-結詞
작품의 이해와 감상 송강이 25세 되던 해, 그의 처 외재당숙인 김성원이, 서하당과 식영정을 지었을 때, 사계절에 따른 그 곳의 풍물과 김성원에 대한 흠모의 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정철은 을축사화로 말미암아 귀양다니던 아버지를 따라 16세 때 낙향하여, 등과한 27세까지 전남 함평 지곡리에서 지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서하당의 주인인 김성원의 멋과 풍류를 노래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철 자신의 풍류를 읊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자어의 사용이 빈번하고 일개인의 칭송에 치우친 감이 있으나, 체험에서 우러난 전원 생활의 흥취와 지은이의 개성이 잘 드러난 가작이 하겠다.
*벼리샘 김기홍샘의 벼리언어논술교실* 에 원문이 수록 되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