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입 수능 시험일이어서 공무원 출근 시간과 학교 등교시간이 늦춰졌다. 나도 9시 25분에 집에서 나와 시내버스 54번을 탔다. 막 출발하여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 앞에서 손을 들었더니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면서 위험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였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서 가는데 이용환 친구도 같은 버스에서 내렸다. 자기 집에서 나와 농성역에서 지하철로 와서 증심사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 하였다. 걸리는 시간이 약 30분 남짓이라고 하였다.
부곡정에는 장덕균과 윤정남이 먼저 와 있었다. 이어서 강공수 김영부 나종만 박남용 그리고 나와 윤상윤 이용환 등 9명이 모였다. 식당에서 모두 믹스커피를, 커피 머신에서 빼 마셨는데, 박남용이 머그잔의 ‘컴포스 커피’(compose coffee) 커피 두 잔을 사가지고 왔다. 양이 너무 많아 나누어 마셨다. 그런데 당분이 안 들어가니까 씁쓸한 맛뿐이어서, 역시 우리는 당분이 들어간 믹스 커피가 더 맛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서늘하고 따스하여 가을 날씨를 만끽하였는데, 실제로 서늘하고 따스하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서늘한 느낌이 들었고, 한 편으로 햇볕이 따스하다는 느낌이 복합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하늘의 색깔은 깔끔한 코발트빛은 아니었고, 은은한 청자(靑瓷) 빛이었다. 수험생들이 등교했던 7시쯤은 약간 싸늘하였을 것이지만 3시간이 지난 지금은 비교적 서늘하고 따스한 기온이었다.
우리 목요산우회 회원인 김상문 친구가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하여 인사불성으로, 119에 실려서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그가 깨어나더니 아픈 데가 없다고 퇴원해 버렸다는 것이다. 가해 차량 운전자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다시 입원하였지만, 이틀이 지난 후에 아픈 데가 없다고 다시 퇴원해 버렸다는 소식을 장덕균 친구가 이야기 하였다. 어떻게 그 소식을 알게 되었는가 하니, 김상문 동생 김명문을 만나서 확인하였다고 이야기 하였다. 늙은 나이에 만일 교통사고 후유증이라도 있다면 큰일인데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 나종만이 등산 후에 점심도 먹지 않고 가버렸는데, 부인이 첨단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거기까지 가느라 서둘러서 가버렸었는데, 오늘은 같이 점심도 먹었고 차분하여 물었더니, 부인을 첨단병원에서 집 가까이 있는 ‘헤피 뷰’ 병원으로 옮겨서 입원시켰기 때문이라 하였다. 첨단 병원에서는 하루 간병비가 24만원이었는데, 집 가까이 ‘헤피 뷰’ 병원으로 오니까 간병비가 하루에 4만원으로 20만원이나 절약되었고, 집에서 걸어서 10여 분이라 아주 편리해 졌다면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병원에 가서 부인을 휠체어에 태우고 운동 겸 산책을 시킨다고 행복한 얼굴로 이야기 하였다.
어느덧 약사암에 도착하였다. 약사암 대웅전에서는 스님이 염불을 끝내고 오늘이 수능 시험일이라, 시주한 수험생들의 능력 발휘와 합격기원을 염원하는 독경을 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점이 있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시주한 신도들의 간절한 마음을 독경하는 스님이 대신 발원(發願)해 준다고 생각하였다.
이제 약사암과 무등산에는 가을의 색깔이 온 산 가득 퍼져나가고 있었다.
특히 당산나무로 올라가는 길은 은행잎으로 바닥을 꽉 채우고 있었다. 노랑 융단을 깔아 놓았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데, 어떤 등산객이 그 자리에서 계속 전화질을 하고 있었다. 참 눈치 없는 얌체 같은 사람이었다.
우리는 다시 아홉 명이 모두 음악 정자에 모였다. 이수인 작곡 〈별〉을 경쾌한 마음으로 불렀다. 이어서 강공수가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이 노래의 제목을 대라고 하였다. 알아맞히면 미국에서 사 온 과자를 주겠노라 하였다. 그런데 나에게는 익숙한 곡인데, 얼른 가사와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가사의 첫 대목이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이라고 대답하였지만, 그래도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이 탓이었다. 제목이 ‘바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하였지만 역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목은 〈숨어 우는 바람소리〉였다. 내가 혼자 깃대봉을 오르내리면서 많이 불렀던 곡의 하나였다. 그러나 제목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반 만 맞춘 것으로 간주하여 과자를 얻어먹기는 하였다.
오늘은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도 얼른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동창생 정병남이 우리가 점심을 먹고 있던 식당으로 오더니, 매월 마지막 목요일의 〈십오야 합동 산행〉날인, 11월 27일에는 조학과 같이 그날의 점심 식사를 내겠다고 다짐하였다. 그의 다짐에 우리는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참 기분 좋은 가을 날 오후였다.
일 시 : 2025.11. 13(목)
참 가 : 강공수 김영부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용환 장덕균 등 9명
불 참 : 김상문(당분간 쉼) 장휘부(장애인 예술작품 전시회 자원 봉사)
회 비 : 90,000원
식 대 : 80,000원(애호박찌개 4, 장어탕 2, 돼지 주물럭 2인분)
금 일 잔 액 : 10,000원
이월 잔액 : 708,000원
총 잔 액 : 718,000원
첫댓글 김기수 화백이 오색 단풍이 깃든 아름다운 풍경을 수채화로 화폭에 담듯이 어제의 산행을 잘 담아 내 다시 음미할 수 있게 수려한 글 솜씨를 발휘한 아석 수고 고마워 숨어우는 바람소리 웨어 부르고 있다니 앞 부분만 나도 써 보겠네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 집 창가에 길 떠난 소녀같이 하얗게 밤을 세우네, 김이 나는 차 잔을 마주하고 않으면 그 사람 목소린가
숨어 우는 바람소리 잊는다 하고서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옛 생각에 젖어 일부분만 써 보았네 오늘도 건강하게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