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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영 展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
2021. 6. 19(토) ▶ 2021. 7.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T.031-949-8154
물질도감, 460x330mm, 트레이싱지, 컬러펜슬, 유리, 2021 사라진 매스,
200x170x170mm, 비즈왁스, 수지, 너도밤나무, 2021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계절을 따라온 비와 햇살을 받아 어느새 가지를 뻗고 무성해진다. 삭제의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겨진 가지들은 이렇게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서혜영 작가는 이번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에서 선택적 삭제와 그 이후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예 과정에서 뻗어나갈 수 있게 남겨둔 가지라는 뜻을 가진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같은 행위의 다른 측면, 즉 삭제와 연장이라는 상반된 개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서혜영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공간을 만드는 물질과, 표면, 구조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거울, 유리, 펠트, 스테인레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와 드로잉, 철 구조물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예술적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브릭 작업은 ‘벽돌을 쌓는 행위’가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최초의 창조 행위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유닛으로서의 벽돌과 그것이 구축해나가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개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공간이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부분을 포용하는 실체라는 것을 밝혔다. 이제 작가는 부분들의 합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관계성과 살아있는 공간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동 작업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혜영 작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작업의 시작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소재는 황동이다.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황동 주형을 발견한 작가는 그것이 가진 시간과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잊혀진 그 주형은 본연의 섬세함을 가진 채 처연히 시간의 녹을 맞고 있었다. 작가는 그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연장하기로 결심한다. 빈 공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황동 가지에 달린 주형은 이렇게 과거에서 선택되어져 현재의 이 시간에 그리고 미래의 공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왁스 작업에서도 기존의 재료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잘 녹는 성질을 가진 왁스는 독자적인 재료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서혜영 작가는 왁스의 끓는점을 달리해가며 그것이 가진 성질을 연구했다. 결국 왁스는 독자적인 성질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어 단단히 굳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적인 왁스 작품들은 굴절된 유리문이 달린 나무상자에 넣어져 공간의 한 부분이 되고, 굴절된 유리는 왁스의 시각적 연장에 리듬을 제공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것이 가진 소우주에 포함되어 다시 우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소우주의 세계는 <물질도감>에서도 펼쳐진다. 세포막을 확대하여 그 무한한 확장의 구조를 탐구한 듯한 드로잉 작업은 물질의 영혼을 조준한 현미경을 통해 본 이미지처럼 보인다. 섬세하고 가는 선이 얽히고설키며 형태를 이룬 작품 속 물질은 유기적인 아웃라인과 작가가 선택한 연녹색의 색채 그리고 굴절된 유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너와 나의 시각 사이에 무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혜영 작가는 모든 물질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영혼을 가진 물질은 작가와 만나 반응하고 변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지, 시각적 현상은 또 다시 우리의 영혼과 만나 반응해 그 존재의 영역을 구축한다. 물질에서 공간으로, 작가의 손에서 관람자의 반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모든 부분이 합해져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 확장해 간다. 남겨둔 가지, 살아 있는 그 가지 prolongement은 뻗어나간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세부
번져가는 단상의 움직임 가변크기, 비즈왁스, 수지, 황동체인, 2021, 세부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
2021. 6. 19(토) ▶ 2021. 7.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T.031-949-8154
물질도감, 460x330mm, 트레이싱지, 컬러펜슬, 유리, 2021 사라진 매스,
200x170x170mm, 비즈왁스, 수지, 너도밤나무, 2021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계절을 따라온 비와 햇살을 받아 어느새 가지를 뻗고 무성해진다. 삭제의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겨진 가지들은 이렇게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서혜영 작가는 이번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에서 선택적 삭제와 그 이후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예 과정에서 뻗어나갈 수 있게 남겨둔 가지라는 뜻을 가진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같은 행위의 다른 측면, 즉 삭제와 연장이라는 상반된 개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서혜영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공간을 만드는 물질과, 표면, 구조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거울, 유리, 펠트, 스테인레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와 드로잉, 철 구조물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예술적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브릭 작업은 ‘벽돌을 쌓는 행위’가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최초의 창조 행위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유닛으로서의 벽돌과 그것이 구축해나가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개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공간이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부분을 포용하는 실체라는 것을 밝혔다. 이제 작가는 부분들의 합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관계성과 살아있는 공간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동 작업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혜영 작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작업의 시작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소재는 황동이다.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황동 주형을 발견한 작가는 그것이 가진 시간과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잊혀진 그 주형은 본연의 섬세함을 가진 채 처연히 시간의 녹을 맞고 있었다. 작가는 그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연장하기로 결심한다. 빈 공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황동 가지에 달린 주형은 이렇게 과거에서 선택되어져 현재의 이 시간에 그리고 미래의 공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왁스 작업에서도 기존의 재료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잘 녹는 성질을 가진 왁스는 독자적인 재료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서혜영 작가는 왁스의 끓는점을 달리해가며 그것이 가진 성질을 연구했다. 결국 왁스는 독자적인 성질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어 단단히 굳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적인 왁스 작품들은 굴절된 유리문이 달린 나무상자에 넣어져 공간의 한 부분이 되고, 굴절된 유리는 왁스의 시각적 연장에 리듬을 제공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것이 가진 소우주에 포함되어 다시 우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소우주의 세계는 <물질도감>에서도 펼쳐진다. 세포막을 확대하여 그 무한한 확장의 구조를 탐구한 듯한 드로잉 작업은 물질의 영혼을 조준한 현미경을 통해 본 이미지처럼 보인다. 섬세하고 가는 선이 얽히고설키며 형태를 이룬 작품 속 물질은 유기적인 아웃라인과 작가가 선택한 연녹색의 색채 그리고 굴절된 유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너와 나의 시각 사이에 무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혜영 작가는 모든 물질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영혼을 가진 물질은 작가와 만나 반응하고 변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지, 시각적 현상은 또 다시 우리의 영혼과 만나 반응해 그 존재의 영역을 구축한다. 물질에서 공간으로, 작가의 손에서 관람자의 반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모든 부분이 합해져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 확장해 간다. 남겨둔 가지, 살아 있는 그 가지 prolongement은 뻗어나간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세부
번져가는 단상의 움직임 가변크기, 비즈왁스, 수지, 황동체인, 2021, 세부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
2021. 6. 19(토) ▶ 2021. 7.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T.031-949-8154
물질도감, 460x330mm, 트레이싱지, 컬러펜슬, 유리, 2021 사라진 매스,
200x170x170mm, 비즈왁스, 수지, 너도밤나무, 2021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계절을 따라온 비와 햇살을 받아 어느새 가지를 뻗고 무성해진다. 삭제의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겨진 가지들은 이렇게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서혜영 작가는 이번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에서 선택적 삭제와 그 이후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예 과정에서 뻗어나갈 수 있게 남겨둔 가지라는 뜻을 가진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같은 행위의 다른 측면, 즉 삭제와 연장이라는 상반된 개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서혜영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공간을 만드는 물질과, 표면, 구조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거울, 유리, 펠트, 스테인레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와 드로잉, 철 구조물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예술적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브릭 작업은 ‘벽돌을 쌓는 행위’가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최초의 창조 행위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유닛으로서의 벽돌과 그것이 구축해나가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개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공간이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부분을 포용하는 실체라는 것을 밝혔다. 이제 작가는 부분들의 합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관계성과 살아있는 공간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동 작업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혜영 작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작업의 시작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소재는 황동이다.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황동 주형을 발견한 작가는 그것이 가진 시간과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잊혀진 그 주형은 본연의 섬세함을 가진 채 처연히 시간의 녹을 맞고 있었다. 작가는 그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연장하기로 결심한다. 빈 공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황동 가지에 달린 주형은 이렇게 과거에서 선택되어져 현재의 이 시간에 그리고 미래의 공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왁스 작업에서도 기존의 재료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잘 녹는 성질을 가진 왁스는 독자적인 재료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서혜영 작가는 왁스의 끓는점을 달리해가며 그것이 가진 성질을 연구했다. 결국 왁스는 독자적인 성질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어 단단히 굳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적인 왁스 작품들은 굴절된 유리문이 달린 나무상자에 넣어져 공간의 한 부분이 되고, 굴절된 유리는 왁스의 시각적 연장에 리듬을 제공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것이 가진 소우주에 포함되어 다시 우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소우주의 세계는 <물질도감>에서도 펼쳐진다. 세포막을 확대하여 그 무한한 확장의 구조를 탐구한 듯한 드로잉 작업은 물질의 영혼을 조준한 현미경을 통해 본 이미지처럼 보인다. 섬세하고 가는 선이 얽히고설키며 형태를 이룬 작품 속 물질은 유기적인 아웃라인과 작가가 선택한 연녹색의 색채 그리고 굴절된 유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너와 나의 시각 사이에 무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혜영 작가는 모든 물질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영혼을 가진 물질은 작가와 만나 반응하고 변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지, 시각적 현상은 또 다시 우리의 영혼과 만나 반응해 그 존재의 영역을 구축한다. 물질에서 공간으로, 작가의 손에서 관람자의 반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모든 부분이 합해져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 확장해 간다. 남겨둔 가지, 살아 있는 그 가지 prolongement은 뻗어나간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세부
번져가는 단상의 움직임 가변크기, 비즈왁스, 수지, 황동체인, 2021, 세부
남겨둔 가지
2021. 6. 19(토) ▶ 2021. 7.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T.031-949-8154
물질도감, 460x330mm, 트레이싱지, 컬러펜슬, 유리, 2021 사라진 매스,
200x170x170mm, 비즈왁스, 수지, 너도밤나무, 2021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계절을 따라온 비와 햇살을 받아 어느새 가지를 뻗고 무성해진다. 삭제의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겨진 가지들은 이렇게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서혜영 작가는 이번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에서 선택적 삭제와 그 이후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예 과정에서 뻗어나갈 수 있게 남겨둔 가지라는 뜻을 가진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같은 행위의 다른 측면, 즉 삭제와 연장이라는 상반된 개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서혜영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공간을 만드는 물질과, 표면, 구조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거울, 유리, 펠트, 스테인레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와 드로잉, 철 구조물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예술적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브릭 작업은 ‘벽돌을 쌓는 행위’가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최초의 창조 행위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유닛으로서의 벽돌과 그것이 구축해나가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개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공간이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부분을 포용하는 실체라는 것을 밝혔다. 이제 작가는 부분들의 합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관계성과 살아있는 공간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동 작업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혜영 작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작업의 시작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소재는 황동이다.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황동 주형을 발견한 작가는 그것이 가진 시간과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잊혀진 그 주형은 본연의 섬세함을 가진 채 처연히 시간의 녹을 맞고 있었다. 작가는 그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연장하기로 결심한다. 빈 공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황동 가지에 달린 주형은 이렇게 과거에서 선택되어져 현재의 이 시간에 그리고 미래의 공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왁스 작업에서도 기존의 재료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잘 녹는 성질을 가진 왁스는 독자적인 재료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서혜영 작가는 왁스의 끓는점을 달리해가며 그것이 가진 성질을 연구했다. 결국 왁스는 독자적인 성질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어 단단히 굳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적인 왁스 작품들은 굴절된 유리문이 달린 나무상자에 넣어져 공간의 한 부분이 되고, 굴절된 유리는 왁스의 시각적 연장에 리듬을 제공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것이 가진 소우주에 포함되어 다시 우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소우주의 세계는 <물질도감>에서도 펼쳐진다. 세포막을 확대하여 그 무한한 확장의 구조를 탐구한 듯한 드로잉 작업은 물질의 영혼을 조준한 현미경을 통해 본 이미지처럼 보인다. 섬세하고 가는 선이 얽히고설키며 형태를 이룬 작품 속 물질은 유기적인 아웃라인과 작가가 선택한 연녹색의 색채 그리고 굴절된 유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너와 나의 시각 사이에 무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혜영 작가는 모든 물질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영혼을 가진 물질은 작가와 만나 반응하고 변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지, 시각적 현상은 또 다시 우리의 영혼과 만나 반응해 그 존재의 영역을 구축한다. 물질에서 공간으로, 작가의 손에서 관람자의 반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모든 부분이 합해져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 확장해 간다. 남겨둔 가지, 살아 있는 그 가지 prolongement은 뻗어나간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세부
번져가는 단상의 움직임 가변크기, 비즈왁스, 수지, 황동체인, 2021, 세부
2021. 6. 19(토) ▶ 2021. 7. 1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 T.031-949-8154
물질도감, 460x330mm, 트레이싱지, 컬러펜슬, 유리, 2021 사라진 매스,
200x170x170mm, 비즈왁스, 수지, 너도밤나무, 2021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계절을 따라온 비와 햇살을 받아 어느새 가지를 뻗고 무성해진다. 삭제의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남겨진 가지들은 이렇게 또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서혜영 작가는 이번 《prolongement 남겨둔 가지》에서 선택적 삭제와 그 이후의 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예 과정에서 뻗어나갈 수 있게 남겨둔 가지라는 뜻을 가진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같은 행위의 다른 측면, 즉 삭제와 연장이라는 상반된 개념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서혜영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해왔다. 공간을 만드는 물질과, 표면, 구조 그리고 그 결과물로서의 공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거울, 유리, 펠트, 스테인레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탐구와 드로잉, 철 구조물 등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간의 예술적 근원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브릭 작업은 ‘벽돌을 쌓는 행위’가 인간이 물리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최초의 창조 행위라는 인식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유닛으로서의 벽돌과 그것이 구축해나가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그 너머의 개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은 공간이 하나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동시에 그 모든 부분을 포용하는 실체라는 것을 밝혔다. 이제 작가는 부분들의 합에서 일어나는 유기적인 관계성과 살아있는 공간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동 작업은 작가의 이러한 태도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서혜영 작가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다양한 재료의 탐구를 통해 작업의 시작을 알려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새롭게 발견한 소재는 황동이다.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황동 주형을 발견한 작가는 그것이 가진 시간과 섬세함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어느 순간 필요가 없어져 잊혀진 그 주형은 본연의 섬세함을 가진 채 처연히 시간의 녹을 맞고 있었다. 작가는 그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연장하기로 결심한다. 빈 공간을 향해 뻗어나가는 황동 가지에 달린 주형은 이렇게 과거에서 선택되어져 현재의 이 시간에 그리고 미래의 공간을 향해 고개를 든다.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왁스 작업에서도 기존의 재료는 작가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잘 녹는 성질을 가진 왁스는 독자적인 재료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서혜영 작가는 왁스의 끓는점을 달리해가며 그것이 가진 성질을 연구했다. 결국 왁스는 독자적인 성질과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어 단단히 굳어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개별적인 왁스 작품들은 굴절된 유리문이 달린 나무상자에 넣어져 공간의 한 부분이 되고, 굴절된 유리는 왁스의 시각적 연장에 리듬을 제공한다. 상자 안을 들여다보는 우리는 그것이 가진 소우주에 포함되어 다시 우주의 확장에 기여하게 된다.
소우주의 세계는 <물질도감>에서도 펼쳐진다. 세포막을 확대하여 그 무한한 확장의 구조를 탐구한 듯한 드로잉 작업은 물질의 영혼을 조준한 현미경을 통해 본 이미지처럼 보인다. 섬세하고 가는 선이 얽히고설키며 형태를 이룬 작품 속 물질은 유기적인 아웃라인과 작가가 선택한 연녹색의 색채 그리고 굴절된 유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완결된 것이면서 동시에 너와 나의 시각 사이에 무수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서혜영 작가는 모든 물질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영혼을 가진 물질은 작가와 만나 반응하고 변모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지, 시각적 현상은 또 다시 우리의 영혼과 만나 반응해 그 존재의 영역을 구축한다. 물질에서 공간으로, 작가의 손에서 관람자의 반응으로,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모든 부분이 합해져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공간이 확장해 간다. 남겨둔 가지, 살아 있는 그 가지 prolongement은 뻗어나간다. 이렇게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고 있다.
전희정(갤러리 소소)
남겨둔 가지 가변크기, 황동, 2021, 세부
번져가는 단상의 움직임 가변크기, 비즈왁스, 수지, 황동체인, 2021, 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