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준이 전입신고가 마무리되어 준이도 제주도민이 되었습니다. 준이가 미성년자 신분으로 홀로 전입신고가 되어야 하니 다소 복잡한 절차가 요구되었습니다. 주간보호센터에서 긴 시간 외지인 신분이 해결되길 기다려주었으나 지난 달부터는 제주전입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와있던 터라 그나마 지금이라도 해결이 되서 다행입니다.
준이의 복잡한 가족사를 어찌 일반인들이 쉽사리 이해할 수 있으랴 하는 수준이니 준이누나의 미성년후견인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능하기도 했습니다. 극단의 가정사에 갇힌 준이의 삶이 참 기구합니다. 삶의 기구함이란 타인이 바라보는 싯점인지라 정작 본인은 아무런 느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준이는 무덤덤 무감각 무변화 무열정 등 그야말로 무無로 점철된 생활패턴 그대로 입니다.
그런 면에서 준이의 제주도민 신분은 준이의 미래삶에 정착지일 수도 있습니다. 태균이도 그렇지만 준이도 제가 끝까지 돌봐줄 수는 없으니 언젠가 평생을 보낼 기관에 입소를 해야된다면 어떤 지역보다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찌보면 이번에 주거지의 법적 이전은 준이의 미래방향의 큰바늘이 될 듯 합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즐기기를 거부하는 것은 다행일 수 있습니다. 외로운데 열정만 넘치면 더 외로워지는 요인이 될테니까요. 그저 무덤덤 태도가 준이의 운명에 딱 적합한 덕목인 듯 합니다. 더 깨어나라고 재촉하고 바라지 않으렵니다. 그저 먼 미래에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며칠 간 저에게 고통을 주었던 완이의 설사성 변지림 현상은 장흡착제 투여로 잡았다싶은데 그로 인해 하루 바다행을 쉬었더니 재촉하는 모양새 속에 뗏장, 짜증, 가짜울음 그리고 저를 향한 공격행동까지... 이런 대목에서는 이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하나 하는 생각보다 완이부모가 더 걱정됩니다.
옥석가리기 판단능력이 전혀 되지않는 단계인데 자기주장과 관철방법은 물불을 가리지 않으려 하니 그 동안의 주변에서 수없이 받았던 부정적 피드백들에 대한 묘한 복수도 들어있습니다. 자신의 엽기적 기행에서 비롯된 피드백들임에도 그런 이치를 감안한다는 것은 완이의 뇌상태로는 불가능입니다.
일단 떠나보내고나면 처음 떠나보낼 때의 마음에서 점점 바뀌기 마련입니다. 다소 희화적인 질문 '완이가 부모떨어진다고 상처받지 않을까요?' 완이를 또다시 떠나보낼 때, 완이부모는 이런 마음이 분명 지배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3주가 다 된 싯점에서는 완이의 공백이 더 길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겁니다. 손도 많이 가야하고 기싸움도 보통 수준이 아닌 아이에게 벗어나는 심적 여유는 우리 모두 이해하니까요.
한번도 투정한 적 없는 제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 손들으려 함에도 한달도 아니고 2개월을 채워달라고 하니 겉으로는 웃어도 속으로는 울고있는 우리네 사정이 훤히 보이는 듯 합니다. 이번 완이의 돌봄은 분명 도전적 요소가 다분합니다. 기껏해야 헤어진 지 6개월 남짓이지만 열 살을 훌쩍 넘기면서 우려했던 힘의 논리가 나날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완이 하나만으로도 300페이지 책 하나는 쓸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할 말이 많게 만드는 녀석입니다. 저녁 7시를 향해가는 시각에도 완이의 물놀이는 끝날 줄 모르고 시간정해 놀만큼만 놀고 태균이는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오늘 제주대학교 장애전담 치과진료 상담일이었습니다. 구강전반 엑스레이를 찍고보니 여기저기 손볼 데가 꽤 많아서 전신마취 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사랑니가 네 개나 크게 있고 염증까지 있어 전신마취 후 작업들이 꽤 다양하게 진행되어야 할 판입니다.
잇몸이나 치아뼈들이 좋은 상태라서 임플란트까지 바로 진행한다니 태균이 치아보험 덕을 보게 될까요? 혹시 몰라 치아보험까지 들어놓았는데 득이 될란가 모르겠습니다. 장애전담 치과들이 대부분 그렇듯 친절로 무장된 분위기라서 일단은 감사! 또 감사!
날은 저물어가는데 수 많은 생각들 속에서 우선 두 달간은 정말 찐하게 완이를 생각해보렵니다. 일생일대의 치열한 전투에서의 승리를 위해!
첫댓글 선글라스 쓴 태균씨 멋집니다.
완이는 두달 동안 바다를 원없이 즐기겠습니다.
다시 교육에 돌입한 대표님도 대단하지만, 협조하시는 아빠님도 존경스럽습니다.
준이의 도민 자격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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