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커뮤니케이션 대학” 심포지엄 참석자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교황 “커뮤니케이션은 선전선동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다른 이를 책임지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2일 프랑스 교회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을 만났다. 이날 교황은 경미한 기관지염으로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을 읽지 못했다. 연설문에서 교황은 좋은 소통이란 통제와 권력, 성공에 대한 집착과 관련이 없다면서, 인신공격과 폄하의 문화에 굴복하지 말고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보며 진실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iziana Campisi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12일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프랑스 “교회 커뮤니케이션 대학”(Université des Communicants en Église, UCE) 심포지엄 참석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방문에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준비한 연설문을 읽지 못한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기관지염이 조금 있어서 말을 잘 하지 못하겠네요. 괜찮으시다면 여러분에게 연설문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연설문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말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담은 하와를 본 순간부터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소통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입니다.” 교황은 프랑스 교회의 교구와 수도회, 가톨릭 단체와 운동, 새 공동체와 본당 등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과 인사를 건네기 전에 이 같이 말했다.
프랑스 주교회의가 주최한 심포지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좋은 소통을 위한 과제
초연결 사회,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폭언과 권력, 출세에 대한 꿈”으로 오염된 오늘날의 현실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위대한 사명”이다. 교황이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은 “오늘날 교황의 직무도 커뮤니케이션의 세계 안에 있다”고 강조하며 프랑스 주교회의가 1월 9-12일 로마에서 주최한 회의에 감사를 표했다. 교황은 “나누고, 기도하고, 경청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성찰하는 이 같은 활동이 우리가 전하는 것의 “근원”, 곧 우리가 “증거하도록 부름받은 진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하나로 묶는 친교”를 재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의 소통이 우리의 전략이나 개별적인 노력으로만 이뤄진다는 잘못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며” 무엇보다도 “기술 진보에 모든 것을 내걸지 않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좋은 소통의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는 세속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과제에 대처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통제나 권력,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혹은 주로 물질적, 기술적, 조직적, 경제적으로 풀어가려는 위험입니다.”
마음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기
교황은 소통을 위해서는 “마음으로 듣는 것”과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마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것들을 세상의 관점과 범주를 넘어 공유하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곧, 소통은 “마음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우리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며, 선전선동도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때로는 침묵이 되기도 합니다. 표어나 캐치프레이즈 표현 뒤로 숨어버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이란 조직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에 관한 것도 아니며, 단순히 이런저런 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건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읽어내기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이란 다른 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을 그리스도교적으로 읽어내는 것, 인신공격과 폄하의 문화에 굴복하지 않는 것, 진실한 관계로 이뤄진 선하고 참되고 아름다운 것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젊은이들의 참여를 수반한다.
소통은 증거입니다
교황은 교회 내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증거, 용기, 넓은 시야라는 세 단어”를 “길잡이”로 제시했다. 증거와 관련해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도 증거”라면서, 말과 이미지로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세상 언론과의 관계에서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점점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날이 성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교황은 학대 스캔들 이후 현재 정화의 여정에 나선 프랑스 교회를 언급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교구와 수도회, 가톨릭 단체와 운동에 깃들어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을 나누도록 격려했다.
클레멘스 홀
창의적이고 환대하는 자세를 갖추십시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교회 안에서 친교를, 세상 안에서 형제애를 돈독히 하라”며, 창의적이고 환대하는 자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 “사회는 모든 이를 사랑하시는 어머니 교회의 말을 듣고 싶어 하고 또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십시오. 자신이 중심이라고 믿는 이들의 용기와는 다른 용기입니다. 그것은 겸손과 전문적인 진지함에서 나오는 용기로, 여러분의 커뮤니케이션을 결속력 있는 동시에 열려 있는, 다른 이들에게 다가가 만나는 네트워크로 삼는 용기입니다.”
이 초대는 교황이 제시한 두 번째 여정과 연결된다. 교황은 소통하는 상대방이 “무관심하고 회의적이며, 때로는 비판적이고 심지어 적대적으로” 보일지라도 낙담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들을 판단하지 마세요. 하느님을 알려주고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사랑인 복음의 기쁨을 나누세요. 우리 시대의 사람들도 하느님을, 그분과의 만남을 갈망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끝으로 교황이 제시한 세 번째 여정은 “전 세계”의 아름다움과 복합성을 바라보며 “멀리 보는 것”, 곧 “넓은 시야”를 갖추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불평과 불만 속에서도 본질적인 것을 볼 수 있도록 합시다. 일치가 갈등을 이깁니다. 사랑에서 나오는 창의력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교황은 “경시되는 진실”이라도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사랑으로 바라보는 마음에서 모든 것이, 심지어 우리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명확해집니다.”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