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永東과 嶺東
먼저 우리나라부터 살펴보자. 영남嶺南은 말 그대로 고개(嶺) 남쪽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그 고개는 어디를 말하는가? 조령과 죽령을 말하는데 그 고개의 남쪽을 영남지방이라 부른다.
호남湖南은 또 어떤가. 그것은 호수의 남쪽을 말함이다. 그 호수란 어느 호수를 말하나?
중국의 호남은 고민할 것도 없이 동정호가 경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호수일까.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김제 벽골제라 기록했으나 옛 이름이 湖江이었던 금강을 말하는 게 더 적절하다 하겠다.
금강(호강湖江)을 경계로 그 남쪽을 호남이라 한다. 말하자면 금강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나누는 경계가 된다.
영호남의 경계를 두고 화개장터라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지엽적인 얘기고 크게는 소백산맥과 섬진강이다.
울나라 일기예보에 자주 등장하는 영동嶺東 영서嶺西는 대관령大關嶺을 경계로 한다.
영동 얘기가 나서 말인즉, 서울의 강남을 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영동永東이라 불렀다.
즉 한강 최초의 다리 한강철교가 있는 永登浦영등포 東쪽이란 의미가 된다. 옛날엔 한강에 영등포만 다리가 있었기에 영등포가 원조 강남이었던 거다.
한편 지금도 강남에 가면 영동永東 흔적이 남아있다. 영동대교, 영동고등학교, 영동시장, 영동호텔 등등. 하지만 영동예식장은 없어졌고 영동세브란스는 훗날 강남세브란스로 개명됐다.
이번엔 일본을 보자.
일본은 1개의 都(도쿄도: 특별시 개념)와 1개의 道(홋가이도), 2개의 府(교토부, 오사카부), 43개의 현으로 구성된다.
도쿄도로 대표되는 관동(간토)지역과 오사카부와 교토부로 대표되는 관서(간사이) 경계는 뭘까?
혹자는 세끼가하라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 말하고,
山 매니아들은 일본 중부를 차지하고 있는 알프스(北,中,南)라고 말하기도 한다.
보다 정확하게 한다면 관關을 경계로 해야 의미가 있다. 즉 일본엔 3개의 關이 있는데, 스즈키관 하코네관 후와관이 그것이다. 여기서 후와관의 西쪽을 관서지방이라 한다. 관동지방은 하코네관 東쪽을 말한다.
그렇긴 해도 도요토미系인 동군과 도쿠가와系인 서군이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로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의 라이벌 의식이 심화되었기에 일본 혼슈의 지역색을 나누는데 있어 그 전투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하겠다.
끝으로 우리나라도 관동과 관서, 관북지방이 있다. 지금은 북한땅이 된 철령고개에 관關, 즉 철령관이 있었는데 군사적 요충지였다.
그 철령관을 중심으로
동쪽은 관동지방(강원도),
서쪽은 관서지방(평안도),
북쪽은 관북지방(함경도)로 나뉜다.
위에서 언급한 영남과 충청 경계도 관關을 중심으로 구분된다. 그 關은 조령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