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미무라(三村智保) 바둑도장
1930년대 말, 한국 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선생님이 일본으로 바둑공부 하러 떠난 것
을 계기로, 1962년 6살 조치훈 꼬마가 바둑
유학의 길로 일본 비행기 트랩에 오른다.
뒤이어, 한국에서 9살에 입단하여 세계 최
연소 기록을 세우고 있는 조훈현 학생이, 바
둑 선진국의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 또 입단하는 진기록은, 당시 일본
바둑이 얼마나 강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한번 트인 물코는 김인 국수, 윤기현 국수,
하찬석 국수 등 줄줄이 일본 유학길에 다녀
와서 타이틀을 거머진 일은 올드 바둑 팬들
이라면 이미 다 아는 얘기다.
오죽 한국바둑을 변방으로 생각했으면, 1988
년 창설된 ‘제1회 응창기배’ 세계 프로 24명
초청기사에 당시 한국 바둑계 1인자였던 조
훈현 사범님만 초청했을까.
헐헐 단신 출전한 조훈현 사범님은 당대 세계
무림 고수들을 전부 뉘이고 우승 트로피를 세
계만방에 높이 치켜 올렸다.
조훈현 사범님이 우승 트로피를 안고 귀국하던
날, 김포공황에서 시청 앞까지 카퍼레이드 하
는 장면을 TV 중계를 통해 시청했던 일이 눈
에 선하다.
1990년대 들어, 4년 마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
에 열리는 ‘제2회 응창기배(1992년)’는 서봉수
사범님이, ‘제3회 응창기배(1996년)’는 유창혁
사범님이, ‘제4회 응창기배(2000년)’는 이창호
사범님이 연속 우승함으로서 한국 바둑의 위
상은 세계만방에 떨쳤다.
일본으로 바둑유학을 가던 시절에서 이제는,
일본 학생들이 한국을 찾아오고 있는 추세다.
장수영 바둑도장(원장:박병규九段)에는 일본에
서 바둑 유학 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여
럿 있다.
그 중, 토시키(18세)가 일본기원에서 열린 입단
대회에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입단 축하연이 설날에 열려 연휴를 이용해
축하차 찾았다.
이시카와역에 내리니 미무라(三村智保) 일본 프
로九段 아내(일본 여류프로)가 우리 일행을 마중
나왔다.
‘미무라 바둑도장’은 바로 길 건너 6층에 자리하
고 있었는데, 여기가 이번에 입단한 토시키가
공부하고 있는 곳이다.
바둑도장 문에는 본원 토시키가 입단했다는 속보
가 붙어 있다.
이날은 일본 기원에서 연구생 시합이 있는 날이라,
연구생을 제외한 학생들만 공부하고 있었다.
미무라 바둑도장 전경.
필자는, 미무라 원장님 아들 하루타(타이젬 4단정도)
와 3점 지도기에 들어 갔는데, 장수영 바둑 도장
에 와서 공부했고, 또 올 예정이라고 했다.
필자에게 3점 지도 받는 하루타(미무라 프로9단 아들)
이런 분위기에서의 대국은 숨소리 마저 잦아들고
숙연함마저 느껴진다.
하루타의 동생 쌍둥이 형제(9세)는 타이젬 2단 정
도라는데 꽤 재주가 있어 보였다.
박병규 프로 9단이 쌍둥이 형제의 기량을 살펴보고 있다.
2개의 교실 중에, 하나는 도장 원생들을 지도하
고,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에게 강의도 하고 입장
료도 받는다고 했다.
기원 안에 서 계신 분이 미우라 원장님의 父.
그 방(한국으로 말하면 기원이라 볼 수 있다)에서 5시
에 ‘입단 축하연’이 거행됐다.
우선 현수막부터 거창하게 내걸고 축하객이 100
명이 넘어 누가누군지도 모르는 한국과는 달리,
친지나 가까운 지인들만 40~50 여명 초대해서
가족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미무라 바둑도장 원장(일본 프로9단)이 하객들에게 인사.
토시키 부모님의 인사말에 이어, 참석한 하객들
에게 마이크가 건네져 덕담내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골고루 주어졌다.
장수영 바둑도장 박병규 원장이 토시키의 한국 도장에서
생활을 김은선 프로가 일본 말로 통역하고 있다.
음식을 들면서 이야기꽃이 한창 피우는가 싶을 때,
진행자(미무라 프로九段의 父)가 나서서 입단한 토시
키의 변을 듣는 시간을 갔더니, 일본 바둑 TV 에
서 인기가 있는 여자 진행자를 앞으로 나오게 해
서 토시키와 기보해설을 하는 게 아닌가.
토시키가 하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일본에는 프로에 입단하면 프로9단하고 기념대국
을 하는 전통이 있는데, 그 기보라 했다.
일본 바둑 TV 인기 진행자와 해설하는 토시키.
필자도 지금까지 20번 넘게 ‘입단 축하연’에 다녀
봤지만, 입단자가 현장에서 하객들을 상대로 기
보 해설하는 장면은 처음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입단 축하연에 가면 음식
을 먹고 나서 순서대로 단체 사진 찍기가 바쁘고,
입단자에게 노래나 춤을 시키는 경우만 봤을 뿐
이다.
문화가 달라서 인가.
일본에서 입단한 프로들은 4월에 정식으로 공식
대국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토시키는 축하연을
끝내고 며칠 후에, 한국 장수영 도장으로 넘어와
한 번의 도약을 위해 공부를 더하고 건너갈 예정
이란다.
토시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토시키 동생, 필자, 장수영 바둑도장의 박병규 원장,
토시키, 미무라 토시키 스승, 손자, 김은선 프로,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