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시인의 새로운 시조집 『가장자리 물억새』의 방향은 선명하다. '나'를 넘어 '우리'에 이르는 화자의 여정을 치열하게 그리고 있다.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여자'가 자신을 찾기 위해 세상에 나서는 과정과 경험을 기록한다. 길을 나선 그녀는 여러 공간을 두루 다니며 타자의 삶을 알고 자신의 정체를 깨닫는 의미 깊은 경험을 한다. 그 과정은 힘들고 막막하나 극점을 향한 후 돌아올 여정을 멈출 수 없다. 시인은 여자를 통하여 단절된 삶과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을 그려내고자 한다. 가능한 한 힘껏 그리고 멀리. 자기성찰과 생명 사랑, 수행을 다짐하는 그녀의 내밀한 여정에 동행하며 우리가 지켜야 할 심오한 생의 통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오로라」의 이 대목은 자기 확인의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나와 너가 우리로 어우러지고 함께 상승하며 벅찬 환희의 순간을 나누는 데 있다. 시인 이숙경은 제4시조집 『가장자리 물억새』에서 단절된 삶과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서로에게 이르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긴 여정을 부려놓았다. 시인을 따르며 타자의 삶을 알고 자신의 정체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 시인의 지독한 생명 사랑과 조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향한 담대한 행보는 계속 치열하게 이어질 듯하다. 언제고 시인의 여정에 동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