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긴축하자는데 한쪽선 확장… 엇박자 내는 경제정책
입력 : 2021-06-28 18:41:15 수정 : 2021-06-28 18:41:13
정부, 무차별 돈풀기에 우려 높아
경기 띄우려 30조원대 추경도 예정
“물가상승 등 마이너스 효과” 지적
돈줄 조이려는 한은과 충돌 불가피
“왼쪽 깜빡이 켜고 오른쪽 가는 격
정책 일관성 떨어져… 시장 혼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은 한마디로 ‘돈 풀어 경제를 띄운다’고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 재정 운용을 편다는 방침이다. 신용카드 캐시백과 자영업자 지원책, 소비 쿠폰 추가 발행 등 모두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까지 예정된 상태다.
문제는 효과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이미 10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정부의 돈 풀기가 오히려 물가상승 등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통화 정책과의 엇박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하경정을 발표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는지 의심”이라며 “이런 식으로 경제성장률 숫자만 띄워놓으면 내년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모든 걸 다 쏟아부어 ‘빠르고 강한 회복’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 같은데 이를 위해 무차별적 확장정책을 쓰려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돈 풀기에 나섰지만, 통화 정책은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정부와 연내 금리 인상을 밝힌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을 놓고 엇박자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재정 당국은 확장적으로, 통화 당국은 긴축 국면에 들어간 셈이다. 한쪽에서는 돈을 푸는데, 다른 쪽에선 거둬들이는 상황을 보며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물론 그만큼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 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기관이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조건 돈을 풀려는 재정정책도 문제가 많고, 이제 와서 금리 인상을 얘기하는 한은도 제대로 된 판단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당겨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는 등 통화 정책 방향을 예상보다 빨리 긴축적으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미 연준도 시중에 풀린 돈을 빨아들이기 시작하기로 하면 투자심리가 약화해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주춤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무조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폴리시믹스(정책조합)’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브리핑을 통해 “재정정책은 취약계층 지원 정책에 포커스를 두고, 통화 정책은 금융 불균형 해소에 방점을 두고 보는 측면이 있다”며 “다만, 지금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재정이든 통화든 거시정책 스탠스는 경기 지원 측면을 계속해서 견지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돈 풀기가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내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물가는 두 달 연속 2%대 이상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2분기 물가상승률은 2%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들어서는 농축수산물, 국제유가 등 공급 측 물가상승 요인들이 조금 풀릴 것으로 본다”며 “아울러 정부가 나름대로 정책 의지를 갖고 관리해나가는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연간 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네이버 포스트 공유카카오스토리 공유트위터 공유페이스북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