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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 봄 풍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동작구 현충로 국립서울현충원은 서울의 봄꽃 명소 가운데 하나다. 노란 개나리꽃과 연분홍 수양벚꽃, 진분홍 진달래꽃이 평화로운 묘역 사이로 아름다운 잔치를 벌인다.
보통 3월부터 피기 시작한 봄꽃은 4월쯤 만개한다. 샛노란 봄빛으로 둘러싸인 현충천 양쪽에 개나리 꽃길이 이어지고, 수양벚나무 가지가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운치를 더한다. 현충지를 둘러싼 진달래꽃 퍼레이드 역시 놓치기 아쉬운 봄날의 풍경이다.
현충원에 이어진 꽃길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희생정신이 맺힌 또 다른 의미의 꽃길이다.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면서도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이곳에 깃든 숭고한 정신과 더불어 현충원의 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자줏빛 고운 동강할미꽃의 귀환
강원도 정선의 바위 절벽에 한국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이 보라색 꽃을 피웠다.
강원도 정선의 봄은 동강 바위 절벽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동강할미꽃.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한 1월 말 주민들이 ‘뼝대’라 부르는 바위 절벽에 솜털 뒤집어쓴 콩알만 한 꽃망울이 맺힌다. 묵은 잎과 줄기에 의지해서 한 달 남짓 인고의 시간을 보낸 꽃봉오리는 3월 중순이면 꽃잎을 펼친다.
여러해살이풀인 동강할미꽃은 이렇게 서로 의지하며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동강할미꽃은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 그것도 동강 일대 바위나 절벽에서 관찰되는 한국 특산 식물이다. 야생화 사진가 김정명 씨가 세상에 처음 소개했다.
식물학자 고 이영노 박사의 노력으로 이 꽃이 새로운 할미꽃임이 밝혀졌다. 동강할미꽃이라는 이름이 태어난 배경이다. 동강할미꽃 서식지에서는 사초과 식물이지만 암수가 따로 서식하는 동강고랭이도 귀한 볼거리다.
노란 봄이 손짓하는 유기방가옥
서산 유기방가옥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후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유기방가옥(충남민속문화재 23호)은 고즈넉한 한옥과 노란 수선화를 가득 심은 언덕이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산등성이에 울창한 솔숲이 이어져 수선화의 노란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수선화의 영어 이름은 나르시서스(narcissus)다. 자연스레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떠오른다.
언뜻 이국의 꽃으로 느껴지지만 옛 선비들의 문인화에서도 수선화를 흔히 만난다. 해마다 3~4월이면 유기방가옥에서 수선화축제가 열리고, 4월 중순까지 만개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1900년대 초에 지은 유기방가옥은 서산 지역 전통 양반가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2018년에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알려졌다. 고택에서 나와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수령 350년에 가까운 비자나무도 있다.
한재공원과 천관산 동백숲
전남 장흥군 천관산 동백숲이 안개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꽃을 수놓았다.
득량만이 내다보이는 한재공원은 국내 최대 할미꽃 자생 군락지다. 3월이면 약 10만㎡에 할미꽃이 자유롭게 피어오른다. 흰 솜털 속에서 붉은빛 감도는 자주색 꽃잎을 반짝거리며 상춘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공원 내 산책로와 정자가 있다.
한재공원 아랫마을 신덕리 출신이자 노벨상 작가 한강의 아버지인 문인 한승원이 쓴 ‘한재 고개’ 시비도 살펴보자. 장흥에는 우리나라 최대 천연 동백군락지도 있다. 20만㎡에 이르는 천관산 동백숲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관리된다. 전망대에서 숲 전체를 조망해 보자. 동백잎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황홀하다. 동백나무로 숯을 만들던 가마터도 남아 있다.
장흥 출신 작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선학동마을은 4월 말부터 5월 초에 유채꽃으로 유명하다.
‘봄의 전령’ 복수초 찾아 가산산성
칠곡 가산산성 복수초 군락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노란 복수초는 희망을 안겨준다. 경북 칠곡군에 자리한 가산산성(사적 216호)에 가면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조선시대 외침에 대비해 쌓은 가산산성은 트레킹 명소로 사랑받는다. 산성 입구인 진남문에서 약 3.6㎞를 2시간 정도 오르면 동문 아래 복수초 군락지가 보인다.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복수초가 옹기종기 핀다. 제주에서는 복수초가 2월에도 피지만 가산산성 복수초는 3월이 돼야 모습을 드러낸다. 활짝 핀 복수초를 보고 싶다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에 찾아가자. 해가 있을 때 꽃잎을 펼치기 때문이다. 예스러움이 남은 동문과 마을 터, 풍광이 시원한 가산바위도 함께 돌아본다.
국민일보/남호철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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