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관의 편집 기술
창37장~47장은 요셉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생뚱맞게도 창38장에서 갑자기 유다의 사건이 끼어들었다. “어, 왜 이렇게 기록해 놓았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요셉을 미디안 상인들에게 팔아넘긴 그의 형들은 요셉의 옷에 염소의 피를 묻힌 후 아버지 야곱에게 보이며 말했다. “아버지 아들의 옷인가 (청하건대) 보소서”(창37:32).
이때 사용된 “보소서”의 히브리어는 “하케르 나(הַכֶּר־נָא)”로 “면밀히 살피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창38:25을 보자.
“이 물건 임자로 말미암아 임신하였나이다. <청하건대 보소서> 이 도장과 그 끈과 지팡이가 누구의 것이니이까”
다말이 간음죄로 끌려나가면서 시아버지 유다에게 외쳤던 말, “청하건대 보소서”도 “하케르 나(הַכֶּר־נָא)”였다.
이 단어는 요셉의 형들이 아버지 야곱을 속이는 데 사용했고, 다말은 시아버지 유다의 속임을 폭로하는 데 사용했다.
서기관이 창37장 다음에 유다의 사건을 배치시킨 것은 “속이면 안 된다”, “그것은 큰 죄악이다”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탄이 하와를 멸망으로 빠뜨릴 때도 속임수를 썼다.
p.s.
창38장의 사건은 유다의 결혼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죽은 이후 셋째 아들 셀라가 장성했을 때(창38:14)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창39:6과 창42장 사이, 즉 요셉의 나이가 17살이 훨씬 지난 어느 시점부터 요셉의 형들이 애굽에 곡식을 사러 갔을 때 사이에 기록되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