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노숙자가 미술관을 점령했다.
고상하고 품위 있는 미술관이 이들의 꿈 없는 잠을 사서 전시하고 있다.
노숙자가 탐낼만한 1억 5000만원짜리 바나나도 벽에서 잘 숙성되고 있었다.
개념槪念 있는 두 사람이 떼어 먹었던 그 바나나다.
작가는 등신같이 옷걸이 못에 등이 꿰여 벽에 걸려 있고,
바보같이 마루 밑에서 낮잠을 자다 바닥을 부수고 나온듯 머쓱하다.
뭔가 모자라지만 천진난만한 얼굴이다.
수렵시대의 말은 현대의 벽을 넘다 목이 부러지고,
농경시대 짐을 나르던 말은 이제 스스르 짐이 되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엄마표 집밥의 냄새에 이끌린 마들렌 현상으로
그리운 엄마는 냉장고 안에 갇혀 있고,
험한 이력이 새겨진 아버지의 대형 발바닥 사진이
방금 캔 감자같이 흙을 묻힌 채 흑백 질감으로 걸려 있다.
지독히 운 없는 교황님은 운석에 맞아 그로키 상태이고,
(그래도 교황의 지팡이는 결사코 꼭 붙잡고 있다.)
3살짜리 오스카는 시스티나 대성당보다 높은 곳에서 양철북을 친다.
한 때는 미술학도였던 히틀러가 미술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고 있고,
평론가는 서평을 쓰지 않고,
Surfer는 서핑을 하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고양이가 면벽수도를 하고
다람쥐가 고흐같이 총을 쏜듯 쓰러져 있다.
법과 질서가 거꾸로 섰는지
경찰은 곤봉을 찬 채 물구나무 서 있고,
브레멘 음악대의 동물들이 서로를 등에 업고 합창하고 있다.
"야, 이 도둑놈들아!"
백골이 하얗게 되어서도 백골이 부서져라 외치고 있다.
인간은 거미줄에 묶여 프로메테우스같이 벽에 붙여 있다.
무엇의 먹이가 될 것인가?
미술관에는 수없는 무제無題들이
걸려 있고, 누워 있고, 매달려 있다.
조롱하고, 비웃고, 비틀고 있다.
우리는 개미굴만한 조그만 엘리베이터를 들락거리는 미물이다.
세상의 높은 지붕과 처마 밑에서
하늘을 나는 비둘기가 양철북에 맞춰 혀를 찬다.
ㅡ 마우리치오 카텔란展을 보면서/리움미술관
< 可 人 송 세 헌 >
첫댓글 한국 학생이 배고파 먹었다던 전시작의
그 바나나 소동이 떠오릅니다
좋은 전시회에 다녀오셨군요
작가의 작품만 보더라도 세상 삶이 참 그리 쉽지 않습니다
잠시 좋은 글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