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Me?
늘푸른언덕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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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길지 않은 한나절 꿈과 같은 삶을 살아오면서 그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우리들의 삶은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그 영화 같은 삶 속에서 가장 자주 던졌던 질문 중의 하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Who am I?)’였습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다음과 같은 존재의 이유에 관한 질문도 던지며 그 답을 찾고자 하기도 했습니다.
왜 하필 나인가?(Why am I?’)
이 ‘Why am I?’의 구어체 영어 표현으로 흔히 ‘Why Me? (‘왜 나야?)’가 사용되는데 이 질문은 인생의 굴곡에서 자조 섞인 의미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저의 삶도 그와 같은 반열에서는 결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초기 제 삶을 돌아보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순풍처럼 진행되던 제 삶은 ‘갓을 쓰며 어른의 신분이 된다’는 약관(弱冠)의 나이, 인생 20세를 맞이하면서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어렵사리 들어간 대학 캠퍼스에서 지성과 낭만을 한창 누릴 즈음, 저희 집안의 삶의 기둥이셨던 부친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더니 1년 만에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세상을 떠나시게 됩니다. 부친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갑작스럽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하시던 어머니께서도 그 자리를 오래 누리시지 못하고 불과 2년 만에 같은 병을 얻으시더니 오래 견디시지 못하고 제 나이 25세가 되던 정월에 저희 남매를 세상에 남겨두고 다시 하늘 나라로 떠나시게 됩니다. 어머니께서 수술 도중 발생한 의료사고로 처음 중환자실에 누워계셨을 때, 의학적인 한계상황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Why Me?’였습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후, 세상에 홀로 남겨진 저와 제 누이는 서로 의지하며 부모님으로부터 유일하게 물려받은 작은 전세 아파트에서 오손도손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1986년 1월 5일, 소한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덮었던 그날, 깊은 잠에 빠진 저는 꿈을 꾸게 됩니다. 불이 나는 꿈이었습니다. 불이 나는 꿈은 길몽이라고 하는데 좋은 일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뜨게 되는데 그건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습니다. 제 작은 골방에 놓인 침대 밑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습니다. 화들짝 놀라 문을 박차고 집을 뛰쳐나가는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내가 이 불을 잡지 못하면 내가 사는 이 아파트는 마침내 불로 전소가 될 것이다. 반드시 불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자 필사적으로 불을 끄기 위해 전력을 다하게 됩니다. 혼자서 물을 퍼다가 끼얹는 등 온갖 발버둥을 쳐도 거침없이 솟아오르는 그 불길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 극한 상황에서 아파트 3층 구석에 놓여 있던 방화기가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팬티 바람으로 제가 살던 5층에서 3층으로 쏜살같이 뛰어내려가 방화기를 가져다가 어렵사리 호스를 열고 방화수를 뿌려대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진화되는 쾌감을 맛보게 됩니다.
그리고 방화기를 내던지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으며 내 뱉던 말, ‘오 주여! Why Me?’
세상에 의지하고 기댈 곳 없이 천애 고아(?)로 좌충우돌하며 치열하게 살던 제가 인생의 배필을 만나 맨손으로 시작한 신혼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신혼 생활의 행복을 느끼던 1989년 3월 어느 봄날, 우편엽서 한 통이 배달됩니다. 발신인은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되어 있던 법원 최고장이었습니다.
‘피고가 현재 입주하여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는 정상적인 법적 임대인이 아니므로 본원으로 출두하여 사실 여부를 소명하라’는 내용의 법정 출두 명령서였습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전셋집을 정리하여 두 남매가 반으로 나누어 프리미엄이 붙은 입주권을 사서 제각기 임대 아파트를 하나씩 구입하여 입주하게 됩니다. 원매자가 자신이 넘겼던 최초 입주권의 매매 프리미엄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더 큰 돈을 요구하다가 통하지 않자 이를 법원에 고발하게 됨으로 생긴 소송건이었습니다. 당시 680세대의 임대 아파트 중에서 저희처럼 프리미엄이 붙은 임대권을 사서 입주한 비정상적인 임대인들이 무려 500세대가 되었는데 그 중 저희 임대아파트 원매자만 유일하게 불만을 품고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마음으로 소송을 걸게 되면서 제가 그 희생양이 됩니다. 수차례의 법원 소송 과정에서 원매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그 아들이 이어받아 소송을 진행하면서 결국 어렵사리 마련한 신혼의 보금자리에서 내몰리는 신세가 됩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살던 우리 신혼부부의 신혼 생활은 하루 아침에 찬물 세례를 받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당시 잠시나마 정들어 살던 임대 아파트에서 쫓겨나면서 또 다시 한마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Why Me?’
머피의 법칙으로 점철된 제 삶을 극복하려고 이를 악물고 맞벌이 직장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개미처럼 한푼두푼을 모아 평생 꿈이었던 내 집 마련을 하던 날을 기억합니다. 직장에서도 나름 경쟁력 있는 핵심 역량으로 승승장구하며 살며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재테크에는 유별나게 재주가 없던 우리 부부가 직장생활 18년차가 되던 해에 독일 주재원 발령을 받게 됩니다. 당시 그때가 부를 증식할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여 해외 주재 기간 동안 살던 집을 전세로 내주며 그 돈을 전액 새로운 분양 아파트에 투자하게 됩니다. 주재 기간 중에 완공될 럭셔리 고급 아파트는 우리의 희망이고 기대주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마저도 시공 건설회사의 무리한 경영으로 부도가 나게 되는 불행을 만나게 됩니다. 그 후 시공사를 상대로 10년간의 소송을 벌이게 됩니다. 승소를 하고도 돈도 받지 못하고 이 소송이 허무하게 끝나버렸을 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한마디 질문을 다시 소환하게 됩니다. ‘Why Me?’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직장 생활을 통하여 틈틈이 마련한 우리 사주(社株)는 은퇴 후 노후를 지켜 줄 귀한 자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잘 나갈 것 같던 회사가 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회사의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회사 주식 가치가 절하되면서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되면서 부풀었던 노후의 꿈도 물거품이 되면서 허탈한 마음으로 한마디를 던집니다. ‘Why Me?’
400년간 애굽, 지금의 이집트에서 해외 종살이를 하던 자신의 민족을 해방시켜 출애굽의 사명을 감당한 민족의 지도자 모세가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로 세워지기까지 처음부터 준비된 리더가 아니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세 앞에 나타나 그가 감당할 출애굽의 역사적 사명을 명하셨을 때 처음 그가 보인 반응은 ‘Why Me?’였습니다.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출애굽기 3장 10절~11절
이런 반응에 하나님께서는 다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시며 모세에게 확신을 주고자 하십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
출애굽기 3장 12절
여전히 확신이 없이 흔들리던 모세를 향하여 그 유명한 말씀이 이어집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
출애굽기 3장 14절
이 말씀에 더하여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장시간을 할애하시며 모세에게 확신을 주는 말씀을 더하십니다.
이쯤 되면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순종하며 나아갈 것 같은데 우유부단했던 모세는 여전히 순종할 수 없는 다음과 핑계를 주절주절 늘어 놓기 시작합니다.
모세가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내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
출애굽기 4장 1절
믿음이 없던 모세에게 믿음의 능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그 유명한 마법의 지팡이와 표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불어 넣어주시기까지 하는 열심을 보이십니다.
참으로 놀라운 모습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열심에 찬 물을 끼얹듯 모세는 다시 다른 핑계를 대기 시작합니다.
모세가 대답하여 이르되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내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
출애굽기 4장 10절
이쯤 되면 포기 할 것 같았던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인내하시며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누가 사람의 입을 지었느냐
누가 말 못하는 자나 못 듣는 자나
눈 밝은 자나 맹인이 되게 하였느냐
나 여호와가 아니냐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
출애굽기 4장 11절 ~ 12절
이 말씀에 모세는 불순종의 끝을 보이는 결정적인 말을 뱉어내는데...
모세가 이르되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출애굽기 4장 13절
인내의 한계에서 하나님의 마지막 말씀은 모세에게 형 아론을 붙여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모세를 이스라엘 지도자로 세우는 장면이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 민족의 최고 영적 지도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Why Me?’로 점철되었을 것 같은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면 항상 굴곡진 삶들로만 이어진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통하여 너무나 다양한 삶의 경험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분에 넘치는 해외 유학이라는 행운의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며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행운도 얻었고 그 가운데 좋은 관계를 맺으며 네크워크를 형성하는 귀한 삶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죽음에 직면한 상황에서 극적으로 살아나는 기적의 기쁨도 맛보았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통해 아름다운 가정을 이룰 수 있었음도 빼 놓을 수 없는 감사와 축복의 조건입니다.
삶 속에서 때로 만나게 되는 시련과 절망 가운데 던지게 되는 질문인 ‘Why Me?’는 어쩌면 그 시련을 통한 연단의 과정에서 나를 더 큰 그릇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된 인도하심이요 그분의 큰 그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묵상할 때 그것은 곧 감사와 축복의 질문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첫댓글 살아가면서 때로 만나게 되는
시련과 아픔은 연단을 통해 더욱
큰 그릇으로 거듭나는 과정일수도
있음에 감사하게 됩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