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집안일 22-3, 옆집 물걸레 청소기를 빌려서
202호 김민정 씨 집 거실 청소를 돕고 있던 중에 옆집에서 최희정 선생님께서 찾아오셨다. 마침 최희정 선생님께서도 옆집 청소를 거들고 있던 중이었던 것 같다.
“민정 씨, 이거 한번 써볼래요?”
물걸레 청소기를 보자 “우와!”하고 감탄이 나왔다. 김민정 씨는 별다른 표현 없이 가만히 물걸레 청소기를 바라본다.
“민정 씨, 한번 써볼래요? 이걸로 하면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 대답은 없었지만 김민정 씨의 시선을 여전히 물걸레 청소기에 머문다. 그 시선을 읽었는지 최희정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신다.
“편하게 쓰고 가져다 줘요.”
“예.”
김민정 씨가 회전하는 물걸레 청소기를 사용하더니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이내 미소를 띤다.
“어머나 김민정 씨, 웃으면서 청소하는 것 오랜만에 봐요.
거의 처음인 것 같기도 한데요?”
“예.”
“어떠세요? 힘줘서 밀어야 하는 밀대보다 훨씬 편하신가요?”
“예.”
“김민정 씨도 이런 것 있으면 더 청소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대답이 들릴 듯 말 듯 아리송하다
거실도 청소를 마치자 방 안으로도 들어와 청소한다. 청소하면서 이렇게 밝은 모습은 드물었던 것 같은데, 신나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거실에 나와 차를 마신 흔적이 있는 곳들을 청소하다가 세워져 있던 청소기도 잡는다. 한 손에는 청소기, 한 손에는 밀걸레, 장비 하나씩 두 손 모두 청소한다. 새로운 장비가 생기자 청소할 의욕이 샘솟나 보다. 청소가 금세 끝났다.
“김민정 씨.”
“예.”
“마침 청소 마치고 차와 과자 먹으면서 아침의 여유를 즐기시려고 했잖아요. 과자 꺼내는 김에 물걸레 청소기 빌려준 최희정 선생님과 임여진 씨에게도 고맙다고 선물하는 것 어떠세요?”
“예!”
“청소기 잘 썼다고 가져다주기 전에 걸레 빨아서 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
“그럼 걸레 빠는 것도 직접 해주시겠어요?”
김민정 씨가 소매를 걷고, 걸레를 빨고, 두 손으로 비틀어 물기를 짜낸다.
물리치료실에서 들려오는 최희정 선생님 소리를 단박에 듣고서 “안녕, 안녕.” 하며 찾아간다. 최희정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다.
“김민정 씨가 덕분에 청소 수월하게 했다고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빨아왔어요? 고마워요.”
“예.” 김민정 씨가 청소기를 건네기 전에 먼저 간식을 건넨다.
“이따 여진 씨 샤워 마치면 같이 먹을게요. 고마워요.”
“예.”
김민정 씨가 웃으면서 집으로 향한다. 청소도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최희정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되었다. 조만간 김민정 씨와 물걸레 청소기 사는 것에 대해 의논해보면 어떨까 싶다. 매일 하는 집안일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잘 돕고 싶다.
2022년 3월 8일 화요일, 서지연
이웃의 인정에 웃으며 청소하는지, 새로운 기계에 웃으며 청소하는지, 무엇으로든 김민정 씨가 웃으며 청소한다니 기쁩니다. 202호에 물걸레 청소기 놔 드려야겠어요. 하하.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