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여가 22-30, 대선⑤ 여기서부터는 유권자 김민정 씨 혼자
사전투표로 입주자분의 선거를 도운 동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떻게 도우면 좋을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면서 투표장으로 향했다.
“김민정 씨, 접수하는 곳에서 제가 대신 성함 말씀드리고 도우면 될까요?”
“예.”
“안녕하세요. 이분 투표하러 왔습니다. 김민정입니다.”
“월평빌라에서 오셨나요?”
“예.” 김민정 씨가 대답한다.
“투표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분인가요?”
“아, 글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곁에서 읽어드리고, 설명드리면 직접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같이 부스에 들어가서 도울 수는 없어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표소 밖에 있을 거고, 과정을 설명드리면
도장을 찍고 종이를 반으로 접는 것은 직접 하실 수 있을 거예요.”
“네, 우선 알겠습니다. 저쪽에 돕는 분이 있습니다.”
신분증 본인확인 후에 서명을 하고, 투표 용지를 받았다. 투표 용지를 보면서 함께 보았던 후보자 이름과 숫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먼저 설명하고 이후부터는 김민정 씨가 직접 투표하실 수 있게 도우려 했는데, 용지 받는 앞에서 직원이 다가와서 손을 펼치며 말한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도울게요. 기다리시면 됩니다.”
조금 전에 설명드렸던 분과 다른 직원분이시기에 또 설명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을 덧붙인다.
“이분께서 글자와 숫자를 읽는 데는 어려움이 있어서
어디가 1번이고 어디가 14번인지 짚어주며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예, 예. 알아서 할게요. 밖에 나가 계세요.”
마음이 쓰여서 한 번 더 설명하려다 말을 줄인다. 분주하고 지쳐보이는 직원분의 표정에 말을 이어가기가 좀 망설여졌다. 김민정 씨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면 김민정 씨의 생각과 의사를 담아 투표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돕는 방법을 잘 설명드리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해 투표 용지에 후보자 사진을 함께 넣어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김민정 씨도 유권자로서 당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데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생각해보지도 고민해보지도 않았을 부분이다.
그래서 아예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김민정 씨와 투표를 돕는 직원들의 몫이다.
“김민정 씨, 저는 나가서 차를 돌려서 문 앞에 주차해 두겠습니다.
생각했던 후보자에게 투표 잘 하시고, 다녀오세요.”
“예.”
김민정 씨가 차분히 투표를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간다. 기분 탓일까, 김민정 씨가 조금 긴장되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 지나친 걱정이기도 했다 싶었다. 여기서부터는 유권자 김민정 씨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다. 투표 전부터 몇 차례 투표 방법과 후보자들에 대한 설명을 했으니 내가 도와야 할 몫은 여기까지였다고 생각한다.
김민정 씨가 후보자 포스터를 보고, 후보자 브로셔를 보면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면 하고 고심했던 분을 딱 골라 투표하셨기를 바란다.
2022년 3월 9일 수요일, 서지연
유권자 김민정 씨, 소중한 한 표 잘 행사하셨죠? 애썼어요. 시설 직원의 몫, 헤아리고 살펴줘서 고마워요.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