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 윙!! " 어둠이 이 곳 저 곳에 널부러지듯이 넓은 대지에 깔려있었다. 밝은 빛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을 도발하게 하는 어둠은 날 답답하게까지 했다. ...뭐, 가끔씩은 감정을 숨기기엔 어둠만한 곳이 없었기에 어둠이 좋을 때에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어둠이 싫은 걸.. 다행스레 느껴지지 않는 추위.. 그것은 아마도 내가 주문과 힘 있는 언어를 외칠 때 만들어졌던 바람의 결계 덕일 것이다. 바람의 결계로 찬 공기를 막아주기 때문에 결코 얼어죽을 일은 없을 거다. 지금 당장 외출복을 입지 않고 그저 잠자기 전에 입는 간단한 옷이기에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만든 이 결계를 풀고 5분이라도 버티라고 하면 절대 불가능. 아니.. 루나 언니가 시키는 일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충분하다보다는 추워서 얼어죽는 것보다 언니에게 맞아죽는게 더 고통스러울 거라는게 현명한 판단일테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른 것이 주제일 뿐. - 제발.. 이번만은.. 두둥실 내 몸을 떠올리게 하는 바람의 결계에 몸을 맡긴 채로 난 간절히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 소망을 가슴속에서 되내이듯 반복하기도 했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으리란 확신 하에서 외치기 까지 했다. 제발 이번만은 심각한 일이 아니기를...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이란 참 두려운 것이다. 그저 제로스가 " 장난이었어요~"라고 말하며 튀어나와주길 애타게 바라고 있을 뿐.. 돌려말하지 않으라고 한다면, 그냥.. 이제부터라도 난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 이것이다. 생의 제한이 없는 마족에게 있어선 8년 이상의 세월이란 것이 아주 짧은 생일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에게 있어선 그 세월이란 무척 긴 것이리라.. ...그 무엇보다... 이상하게 난 오래 살지 못하리란 끔찍한 예감마저 날 휩싸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짧은 생이라도 난 조용하고 안락함에 묻힌 삶을 살고 싶다 이 거다. ...더 이상 인간답지 못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그를 간절하고 애타게 바라고 있던 내 어릴적 소망과는 다르게.. 어쩌면 신은 나에게 화 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바라는 것이 많냐고.. 하지만 이 것이 진심인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 움퍽- ] 움퍽 거리는 소리가 내 시선을 끌었다. 잔인한 소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났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가고 있느냐 묻는다면 난 아주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다. 방금전 요란하게 깨져나갔던 유리들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라고 말이다. 많은 유리가 요란하게 깨질만한 곳이라면 이 곳 제피리아엔 하나밖에 없다. 내가 8년이란 세월동안.. 여행이라는 이름 하의 목숨을 건 전쟁을 해왔던 그 기나긴 세월동안 지어졌다는.. 신관들과 대신관들이 머물며 무언가를 지키고 있다는 "유리의 성"이라는 사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뭐..뭐지- " [ 슈우우욱- ] 당황함에 난 레비테이션과는 달리 유난히도 조절하기 힘든 레이 윙으로 착륙을 시도했다. 다행스레 내가 그곳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유리 조각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곳에 유리조각이 있었더라면, 이 곳에 착륙을 한다 하더라도 레이 윙은 결코 풀어선 안됬을 것이리라. " ...!! " 당황함이 내 몸을 감싸안았다. 움퍽하는 소리가 그저 어떠한 사물의 소리라는 것은 그 누구나 대강 예상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 중 절반 이상은 예상치도 못했을 것이다. ...그 소리가.. 싸늘히 온기를 잃어 식어버린 여인의 사체였다는 것을... 내 시선을 끄는 그 사람은 이미 죽은지 꽤나 된 모양이다. 그를 보자마자 내가 받은 충격을 가르쳐주듯 떨려오는 손.. 여인은 무언가가 한이 었던지 두 눈을 감지 못한 채 죽었다. '스윽-'하는 소리와 동시에 그녀의 두 눈이 감겨졌다. 누군지는 잘 알 수 없지만.. 눈 뜨고 죽은 사람은 저승 길에 제대로 가지 못한채 귀신이라도 되서 떠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맘에서 그 시체의 몸을 만질 때에는 몸이 배로 떨려왔지만.. 그래도 죽은 자에 대한 예의라도 갖춰야 겠지. - ..만약 제로스 라면... 두려운 맘에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만약 정말 이 일을 저지르고 있는 자가 그라면 난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어떻게 그를 설득 시켜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기기 전에 그를 찾는 일이리라.. " 끄아아아아아악!! " - !!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을 알리는 적신호. 그 소리는 매우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쿵덕 쿵덕.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감에 두 손이 떨렸고 그를 향해 뛰어갈 땐 강한 바람이 날 가로막았으며 곧장 그 긴장감에 엎어질 것 같을 정도로 아슬아슬. 하지만 다행스레 아직 그 희생자인 사내는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 " ㅇ...이봐요!! " " ...사...살려줘!! " 고통에 몸부림 치고 있던 사내의 복부는 이미 깊게 파여있었다. 분명 어떠한 물체로 그 사내의 복부를 찔러넣어 타격을 입힌 것이다. 마법이나 마력 따위는 결코 주입되지 않은 것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게 하는 증상. " ㄹ...리커버.... " 하지만 그를 살리기엔 늦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떻게든 그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에서 주문을 외우고 힘 있는 언어를 외치려 했지만 마침 그때에 날 막는 이성적인 판단. 결코 리커버리 따위론 그를 살려낼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병을 악화할지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죽기 직전의 사람을 더 더욱이나 고통스럽게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온기를 잃어가며 방금 전 죽은 사람처럼 싸늘해지는 사내.. 아직 숨은 끊기지 않았는데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자 좌절감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이 곳 저 곳에서 툭툭 쓰러지는 사내들!! " ㅁ...무슨...!! " 당황함에 무릎을 꿇었던 것을 일어세워 주위를 두리번 거렸을 땐.. 코를 찌를듯한 피냄세가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유리로만 만들어진 곳.. 그렇지만 소리가 울려퍼지기엔 적절했고 순환 역시 그리 잘된다고 볼 수 조차 없었다. 방금 전 툭툭 쓰러졌던 시체가 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걸로 보이는 사내들은.. 아마도 이 곳을 지키며 신관과 대신관의 호위를 맡는 제피리아의 왕궁에서 보낸 특별 병사였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특별하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라 해도 결코 '마족'을 이길 순 없다. 더 더구나.. 마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 ...ㅅ...ㅈ...짐승이었어.... 짐..승..!! 느..늑대...푸른...늑...대 ㄱ.... " [ 털썩- ] 고통의 흔적을 내게 알리고 싶었던지 사내는 내 손을 약해져버린 손의 힘으로 붙잡았고.. 내게 하고 싶던 말을 간절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로.. 사내는 숨을 거두었다. 방금 전 잔인하게 죽어버렸던 손도 댈 수 없었던 상태의 여인과는 달리 두 눈을 감고 죽은 사내. 하지만 사내는 내 손을 잡았던.. 그래도 조금의 온기라도 남아있던 그 손은 툭하고 떨어졌고 이미 송장이 되어 굳어버렸다. " 젠...장할...!! " " ...흐..흐억- " 딴 곳에서 아직 살아남은 자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만은 구해야겠다는 일념. 그 일념에서 날 또 다시 가로막으려 드는 거센 바람따위는 재칠 수 있었다. 또한 그 일념 때문에 난 오랜 세월의 피로함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땅을 밟고 찼다. 반동을 삼아 저 멀리로 뛰어가는 난. 그 덕에 아직 상처 입지 않은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스레 겁만 먹었지 아직 누군가가 그를 죽이려 오진 않았다. 그런데.. " 리우!! " " ㄹ...리나 누나!! " 내 앞에 있는 아이는다름아니라 리우라는 아이였다. 금발의 머리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그 긴 머리가 가우리를 연상시켜주고 있는... 그러한 이유에서 나와 친해질 수 있었던 리우는 어떤 이유에서였던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주위에 일렁이고 있는 심상치 않은 어둠! " 에르메키아 란스!! " [ 화아아아앗!! ] 내 손에 모이게 된 흰색의 빛은 곧 이어 일렁이던 어둠에게로 향했다. 적중!! 내가 던졌던 일격은 다행스레 그 어둠을 정확히 파고들었.... -아닛!? 상대는 보통이 아니었던지 간단히 그 빛을 튕겨낸다. 그리고 마치 시야가 흐릿해진 것같은 현상을 내었고 이내 이 곳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결코 내 마법에 의해 소멸된 것은 아니리라 장담할 수 있었고. 그저 미라지 현상과 비슷하게 내가 그저 어둠만을 보고 공격을했다고 말할 수 도 없다. 확실히.. 단숨에 느껴질 만큼의 살기는 아니었더라도 웬만한 살기는 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로스는 아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 리나 누나!! " [ 덥석- ] 희생을 눈 앞에서 봤기에 두려웠던 것인지.. 리우는 자신의 금발머리가 흐트러지건 말건 상관않는 것처럼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 그를 멈추거나 자제하지 않은 채 내 품에 뛰어들어 안겼다. 절대 날 놓아주지 않을 것같이 내 허리만큼밖에 오지 않는 작은 몸집으로 날 조이는 아이. 내가 그 아이를 알게된 것은 이 곳에 온 바로 그 당시였다. 리우의 부모님 두분 모두는 신관. 그렇기 때문에 이 곳의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그들을 따라 리우가 이 곳에 온 것이리라..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이 생명이 또 다시 희생이란 것을 맛보았으리라.. 하지만 리우는 이제 내가 왔으니 한 시름 놓았다는 것 같았다. 이 아이를 볼땐 혹여나 피브리조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경계심이 들어야 했지만 가우리의 어릴적 모습을 했기 때문인지 전혀 그렇지 않았다. " ...리우... " " 누나.. 나.. 무서워... 엄마랑.. 아빠랑.. 모두 죽었어.. 누나가 말해줬던.. 그 악마한테- " 아이는 마족과 신족이란 것의 개념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천사와 악마라는 것을 통들어 아이에게 신족과 마족이라는 개념을 심어줘야했다. 신족에게 있어서 천사라는 비유는 결코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들긴 했었지만 지룡왕과 수룡왕... 그리고 브라바자드를 떠올리면 충분히.. 아니 마땅하다 생각한다. 다만.. 바르 윈 같은 경우는 예외였으며 브라바자드는.. 강한 상처 때문에 변해버린 것 뿐.. 본심은 착한 자였으니까.. [ 또옥- ] 이 순진한 아이는 내가 무언가가 슬퍼 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저 자신을 구해주게 되어 너무나 감사한다는 뜻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생각을 하겠지.. " 누...누나.. 나.. 떠나지 마... 절대로...나.. 두고 가지마!! " 아이의 부모님이 모두 자신을 버린 채 죽음이라는 곳으로 떠났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저 두려움이 가득 서린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바라보니 떠오르는 건 가우리 뿐.. ...가우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바르 윈이 죽기 직전 지었던 공포서린 표정같아 맘이 쓰라렸다. 왜 이제서야 그가 죽어가는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을까..? " 리우... " 이 아이를 보면 또 다시 떠오르는게 있다. ...혹여나... 가우리의 혼을 가엾이 생각해 그 존재가 그를 다시 환생시켜준 건 아닐까..라는 생각.. 인간의 상상만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개념일지도 모르지만.. ..믿는다면 가능할 거야.. 아니 가능해..! 하지만.. - 다른 희생자가 생길 거야 " ...여기 꼼짝 말고 있어야 해-! " " 누나!! 날 버리지 마!! 날!! " 내가 떠나는게 자신의 죽음인 마냥 괴롭게 울부짖고 있는 아이. 그 아이를 멈추려면 그림자를 봉하는 마법이라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족이 올 그 만약의 때에는 위험하기만 할 뿐.. 때문에 난 리우를 저 멀리로 제쳐두고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땅을 강하게 박찰 수 밖에 없었다. 호흡이 점점 빨라져간다. 오랜시간 동안 이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쉬지도 않고 뛰었으니 당연할지도 몰라. 하지만 이까짓 힘겨움에 무릎을 꿇을 만큼 인간의 목숨은 하찮지 않았다. - 우우우우우!! 누군가의 울부짖음인지 아니면 강한 바람이 저 편에서 강하게 불어나는 일시적인 소리인지 달빛이 푸르게 비쳐주고 있는 이 곳은 두려움으로 한가득했다. 피냄세는 진동을 했지만 핏빛은 이미 제 빛깔이 아니라 검은 색과 흡사한 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하나의 사내!! - 저, 저건!! [ 딸각- ] 두 눈에 공포심이 물들었다. 내겐 결코 물들지 않으리라 자신만만해하던 내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이. 두려움에 입술마저 파르르 떨려오고 있었다. 설마 내 앞에서 한 여인을 죽이고 있는 사내는...! 마침 그곳엔 누군가가 뛰어든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은.. 깨져나간 유리 조각의 파편들이 물을 뿌린 것처럼 흩뿌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파편의 일부가 내 발밑을 파고들고 있었다. 강한 고통. 그렇지만 마족에게는 좋은 식량이 될만한 마이너스 에너지가 물씬 풍겨오겠지. 내 고통은 틀림없이 마족에게 있어선.. 힘의 근원일지도 모르는 일. " ㅅ...설마... " 쿵덕 거리고 있는 가슴을 움켜잡기라도 해 멈추게 하고 싶었다. 너무나도 떨리는 장면이기에 더 이상 그 어떤 움직임도 소리도 낼 수 없었고.. 말하자면.. 그 놀라움에 그 어떤 행동을 할 수 없어 경직해버렸다고 표현해도 틀린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은 계속해서 흘러갔고 때마다 유리조각은 내 발바닥을 파고든다. " 아...읏... " 작게나마 신음소리를 흘려보낸다. 그리고 한 여인의 시체를 짋어진 채 복부에 꽂아넣었던 석장을 빼내는 자. 그 역시도 내가 경직해있던 동안은 놀란 채로 멈춰있었다. 한 순간 시간의 멈춘 것만 같았다. 달빛 역시 그때만은 같은 빛을 유지해주고 있었고, 구름 역시 그를 막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 제발.. 제발 뒤돌아서지 말아줘.. 아직까지 석장을 봤기에 그라는 걸 확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분을 알기에 난 그라고 확신하라 하면 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그를 애써 부정하고 있었지. 하지만 그가 뒤돌아 서게 되면 더 이상 그 간절한 부정마저도 할 수 없다. " ...결국, 오셨군요- " 차디찬 한 마디. 그리고 내 간절했던 바람은 무시해 버린 채 그는 자신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등까지 돌아서게 해 완벽하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었고.. 당황함에 두 눈동자가 크게 뜨이는 것만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쏟아질 것 같이 몰려오던 잠기운들은 순간에 어디론가 모두 도망가버렸다. " ㄴ...네가 어떻게- " 그는 마족이기에 이런 짓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건 언제부턴가 내가 아주 가볍게 인식하고 있던 것. 하지만 그렇게 가볍게 인식한 채 뒤로 넘겨버렸던 사실을.. 직접 경험해 보니 그 느낌은 사실상 달랐다. 웃었다. 녀석이 가볍게 싱글거리며 웃었다. 그때마다 떨려오는 온몸 심장박동은 이미 너무 빨라져서 멎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 리나 누나를 괴롭히지 마!!! " 날 또 다시 괴롭히는 것은 그가 아니었다. 그가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모습 역시 아니었다. 그저.. 리우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신의 키를 넘는 크기를 자랑하는 검을 든채 달려오고 있는 모습일 뿐.. " 리우!! 다가오지 마!!! 꼼짝하지 말랬잖아!! " 그 아이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가 온 듯했다. 아이는 자신의 죽음을 결심한 것이었던지, 자신의 체력의 한계조차 잊은 것 같았다. ...이미.. 이미 제로스는.. 내 앞에서 웃어주던.. 그런 인심좋은 녀석이 아니란 말야!! 아무래도.. 내 실수가 컸던 것 같다. ...그래도 마족에 대한 공포심과, 그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기에.. 마족을 다른 사람과는 달리 조금 간단한 존재로 묘사했었는데.. 그것이 그 아이의 죽음을 부여하게 하다니..! " 우리 엄마 아빠까지 뺏어가놓고!! " - 싱긋 제로스 녀석이 웃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로 돌진하고 있는 누군가에 대해 의문점을 품어 잠시나마 당황한 기색을 띠웠고 누군지 파악하려 애 쓰던 모습이었지만.. 녀석은 그 아이마저 죽일 것 같이 위협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다. - 큿... 리우를 말리고 싶었다. 그래도 동료 중 가장 가까운 녀석의 환생인 것 같아서.. ...그 아이에게만은 다시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또 다시.. 그렇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유리조각의 파편이 날 괴롭혔고 어떻게든 해보려했으나 그럴 때 마다 날 고통스럽게 했다. 그 파편은 오히려 내가 빼내려할 때마다 깊숙히 들어갔다고나 할까? 때문에 아이를 구하러가기 위해 달릴 수 도 없었고, 땅을 박찰 수 도 없었다. 이 상황은 급박했기에 주문이라도 외우려고 했다. 그런데.. " 에어로 봄!!! " - 응!? 주문과 그에 따른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그 모든 행동을 취했다. 힘 있는 언어 역시 전혀 틀리지 않았는데 마법이 발동 되지 않았다!? 설마!! " .....네 녀석이...? " 아이의 이동속도는 다행스럽게 어른과는 달리 느렸다. 그래도 제로스에게, 아니 죽음의 길로 접어드는 아이를 막기 위해선 틀림없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했기에 난 그 아이에게 펀치 정도의 일격을 난사하려했다. 처음에는 그저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겁만 주어 일시적으로 그 행동을 막으려했던 것. 하지만 브레이크는 커녕 마법조차 외우지 못하게 제로스가 어떤 술수를 취했던지 마법은 말동되지 않는다! 때문에 난 제로스를 힐끗 쳐다봤다. 하지만 모른다는 눈치. 확실히 그가 모른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그 눈치를 봐선 아무래도 그의 행동이 아닌 걸로 느껴졌다. 그렇기에 난 재빨리 내 발밑에 소란으로 쌓여버린 두터운 모래더미를 발로 걷어냈다. 하지만 전혀 마법진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런... - 유리의 성에선 천하의 리나 인버스 라해도 절대 소란 못 피울 거야. 그곳엔 룸 브레이커가 있거든.. " ...루..룸 브레이커!? " 어쩌면 내가 그를 눈치채지 못했던 건 오망성 결계라 해도 어느 부분엔 틀림없이 그 결계가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 때문. 그렇지만 단순히 발 밑에 있는 흙먼지만을 뒤집어보고, 결계가 없다라고 단정지은 건 순전 내 잘못. 그리고 이런 결계는 결코 나 때문에 만든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누군가가 마법을 써서 난동을 부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였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한때나마 화재로 죽어버린 대신관과 신관들의 얘기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그 누군가가 낸 마법으로 죽는다는 것을 그들은 두려워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 역시 마법을 쓸 수 없을테고.. 오히려 마법을 외우지 않고 그 힘 자체를 사용하는 마족과 같은 존재에게 있어선 찬스일테니까.. " 히야아아아앗!! " " ...젠장!! " 두려움에 난 리우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 늦었다!! 리우는 이미 그 거대한 검을 들고 제로스가 있는 쪽을 향해 다가갔고. 그 순간 제로스는 흥미롭다는 것같은 표정을 지은 채로 자신의 모습을 다른 곳으로 이동 시켰다. 스르르륵. 무언가가 넘겨지는 것 같은 소리. 하지만 그런 소리로 인식해서는 안됄 워프. 워프 를 사용한 그의 모습은 곧 내 옆에서 보로 수 있었다. 순간적인 경계태세. 그와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던지 난 녀석과의 간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때문에 가깝게만 느껴졌던 그를 멀리하며 아픈 발을 무시한 채로 뒤로 크게 물러섰다. 자연스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 녀석 어떤 이유에서 였던지 내가 경계하고 있는 것을 제로스는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 ...어째서야.. 어째서 사람들을 죽인 거야! " 마치 그의 부모님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난 그를 꾸짖었다. 해봐야 그는 마족이기에 내 말은 그저 우습게만 들릴 게 너무나도 당연했지만.. ...한 순간에 동료같았고 내 친구 같았던 자가 살인을 하고 있는 장면을 봄으로써.. 그저 내 적이 될 수 있는 마족으로 다시 되돌아간 것이었다. 어쩌면 나로썬 그가 누군가를 정말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절대로 그 누구도 내 앞에서만은 죽이지 않았기에 난 언제부턴가 그를 정말 사람으로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내 착각. 그 착각 때문에 난 그에 대한 실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 멋대로 동료로 생각해놓고 제 멋대로 그를 동료라는 틀에서 벗겨버린다. ..매우 이기적인 생각일테지만.. 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녀석은 미간을 찌푸리다 말고 무언가가 슬펐던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것 같았다. 어둡기 때문에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웬지 모르게 그런 느낌. " ...지금 내가 당신에게 그 무엇을 말하건.. 당신에겐.. 그저 변명일 뿐이겠죠- " 만약 그가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난 그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을 것이리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지만 지금까지 수줍음이라는 것에 가려 하지 못했던 말을.. 하지만 그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어버린 난 그런 말은 커녕 오히려 그에 대한 실망감으로 젖어버렸다. 제로스는 살짝 미소 지었다. 하지만 정말 날 비웃는 것이나 아니면 이 상황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슬프지만 그를 가리고 싶다는 의미를 전하는.. 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표현이었다. 순간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녀석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 그가 이런 짓을 한 것인진 알 수 가 없었으나.. 난 그 이유가 어떻게 되었건 지금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더 더구나.. 리우의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과.. 이유없이 살생을 했다는 연유에서.. ... " 제로스..!! " 눈 깜빡할 사이에 녀석의 모습은 시야에서 흐릿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점점 지워져가는 그의 가면같은 위장의 웃음. 그렇게 사라져가는 그의 모습을 본 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 채로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내 부름에 대답은 커녕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완전히 시야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녀석이 마족과는 아무 상관 없는 그 신관들을 죽였으며, 이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렸는지.. 그리고 자신이 한 짓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런 표정을 지었고.. 내게 마족으로썬 결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슬픈 감정에 빠져있는 기분을 하고 있는 건지.. 더 더구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리우와 리우의 부모님을 죽였던 자에게선.. 그의 느낌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 토각 토각 ] 이젠 나와 리우밖에 생존자가 없으리라는 확신감이 섰다. ..녀석은 자신이 한 결심이나 주어진 임무가 있으면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채로 완수하니까. 설령 그것이 어떤 것을 어긴다해도 그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그를 비스듬히 피해가리라. 그런데.. 그런 확신감 사이로 미묘한 차이가 있었던지 누군가의 발 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내가 여깄다!'라는 신호를 해주고 싶었던지 자신의 굽과 바닥이 닿아 나는 소리에 대해선 아무 걱정 하지 않는 것 같이 그 소리의 근원은 일부로 소리를 작게 내려고 노력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게 마족이 마족으로써의 일을 했음에도 분노를 쉽게 떨칠 수 없던 나.. ...난 항상 그랬다... 그 어떤 마족이건 나와 함께 있던 마족이었건... 마족이라는 적대감을 어느 순간에도 떨쳐버리지 못했고 경계심 역시 허술하게 하지 않았다. 또한 그 마족이 살인을 얼마나 했건 말건 그것은 마족으로써의 도리이니라 라고 생각했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기에 잘못된 것은 없고, 다만 인간의 목숨을 부정하는 마족이기에 싸웠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번만은 예외였다. 어째서 인진 모르겠지만.. 제로스가 지금 당장 한 짓이 너무나도 격분했어.. 게다가 '마족'이란 자를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인간으로써 생각한 것... ..경계심과 적대감을 완전히 지워버린 건.. 정말 처음이었지... ...제로스가 특별한 건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마족이라면 저런 능글거리는 연기..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거니까.. 인내력만 있다면 나 조차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느낄 만큼이나.. 하지만 그 어떤 응어리 진 무언가 때문에 난 그를 '나와 같은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정말 내 동료인 듯... 그렇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어.. 그렇기 때문에 그가 살인을 한 것에 대해서 격분해한 것이었어... 그런데.. 어째서...? " 리나 씨- " 혹시나 하는 맘에 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틀림없이 그 발굽소리의 주인이리라 짐작이 가는 일. 하지만 혹여나 그였다면 하고 싶었던 말을 퍼부어야지! 라는 생각은 깨져나갔다.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다름아닌 '나'였으니까.. " ...메...이? " 처음에는 내 거울인 것만 같았다. 아니면 그 누군가가 내 모습을 그대로 따라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곧 이어 이성적인 판단.. 아니 과거를 되짚어봤을 때에야 그녀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나와 닮긴 했지만 어딘가가 조금 어색하다는 그 부분을 힌트 삼아서 말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나'는 맞다는 것처럼 싱긋 웃음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 ...메...이가 왜 여기에... " " ..다 들었어요 리나 씨- 제로스 님과... " 메이는 언제부터 제로스를 알고 있었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에 님짜를 붙이고 있는 그녀.. 그러나 지금 와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저 내 기분이 왜 이런 것인지 궁금할 뿐이었지.. 하지만 아까 전 빙그레 웃어주던 메이의 모습과는 달리 유난히 슬퍼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것처럼.. 그건 한때나마 날 처음만났고 처음으로 헤어지던 그 날.. 축늘어진 어깨로 저 멀리 떠나가던 그녀의 모습과 매우 닮았었다. 그때 내가 그녀의 모습을 멋대로 해석한 것은 아마도..'자신이 복제인간이니까'였을 것이다. " 그 녀석 얘기는 하지마.. 치가 다 떨리니까.. " " 하지만.. 제로스 님이 바라셨던게 아니잖아요- " 따가운 눈초리로 해선 시선이 그녀에게로 갔다. 내 곱지않은 시선에 흠칫 하며 놀라야 정상이었지만 눈도 깜짝않던 그녀 그녀는 마른 침을 꿀꺽하고 삼키더니 내게 중요한 말을 해주려고 하는 눈빛이었다. 마치 내가 그를 인정해줬으면 하는 듯한 그 간절한 눈빛.. 그 누구도 그 눈빛이란 것을 흔들림만으로 묘사해도 대강 알법했다. 메이는 내가 꼭 알아야하는 사실이 있다는 것처럼 내게 얘기를 전해주기 시작했다. " 수왕님의 명령이었어요... 그분의 명령... " " ..대강 짐작하고 있었어 그건... 그렇지 않곤.. 그렇지 않고는... 그 말단직 마족이 행동 개시할 일이 없잖아? 내가 피브리조 때도 그렇고... " " 그런게 아니예요! " 내가 자꾸 빈정대는 말투로 그에 대해 욕을 보이자 메이는 내게 소리쳤다. 순간 당황하며 경직. 메이가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이었고 그녀의 온순하디 온순한 성격과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모습. 실피르가 화를 내는 것만큼이나 두려웠다. 당황한 눈동자로 난 그녀를 봤고, 그때 그녀 역시 욱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그랬다는 듯. 내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행동을 하는 것같이 한 숨을 내뱉어 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시간을 낭비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 " ...그..런게 아니면...? " " 리나 씨도 아시죠...? 그분의 힘을 인간이 다룬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 메이가 어째서 지금와서 그 얘기를 꺼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 모두는 메이의 뒷 얘기를 듣는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 그야 물론... 그래서 나 역시.. 쓰지 않았어.. 정말... 정말 어쩔 수 없을 그 당시를 제외하곤- " " 이 곳엔.. 그분의 존재가 수록되어있었어요- " 내가 그녀에게 말하고 있는 그 어쩔 수없는 당시란 것은 가우리를 구하기 위해.. 이 세상을 담보로 일명 위험한 '도박'을 했을 때의 얘기였다. 그런데.. 이 곳에 그분의 존재가 수록되어있다니!? " ...마..말도 안돼- 인간이 그런 걸 알고 있을리가 없잖아- " " 하지만 사실이예요.. 왜 욕심 많은 인간들이 그 마법을 쓰지 않았는지는.. 우리로썬 역시 알 순 없지만.. " " ...!? " - 우리..라..고? 그녀가 맨 마지막에 하는 말 때문에 내 눈살이 가늘게 변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도 실수를 했다는 것에 대해 느끼지 못했는지 침착하고 여유롭게 날 바라보고 있는 메이. 메이는 천천히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건지 아주 대놓고 태연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 메이가.. 마족..? " 메이..지금.. '우리'라고 했어? " " ...네... 전 다시 수왕님께로 돌아갔으니까요- " " 메이! " "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 내가 그녀를 꾸짖을 것 같아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주 태연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이 마족의 휘하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지워버리는 그녀였다. 일명 제로스가 자주 사용해먹는 화제 돌리기. 그렇지만 웬지 모를 위압감에 난 그녀에게 무엇이라 할 수 없었다. 또 다시 그녀의 앞에서 그녀가 마족이라는 얘기를 꺼냈다간 그땐 정말 뭐라고 돌이어 화를 입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전 일은 없었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덮어놓고는 또 다른 말을 시작하는 메이. " 리나 씨는.. 제로스 님이 무엇 때문에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예요? " " 그야물론... " 왜 메이가 제로스를 알고 호칭인 님까지 끝에 붙이는 것인지 이제 알았다. 제로스는 마족의 측에서 5심복을 제외하면 가장 강하니까.. 수왕의 밑에 있는 수군측에서도 제로스는 빼어난 강자일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강한 자에게 호칭을 붙이는 건 마족에게 있어서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테지.. - ...그가 날 도와주고 있는 이유..? " ...제로스 녀석이 나한테 빚 진게 많으니까- " "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 " ...그거야.. 또 무슨 일과 관련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녀석은.. '마족'이니까- " 또 다시 욱하는 성격이 나오는 메이. 언제부터 그녀가 이토록 당당하고 수줍음 없이 화를 잘내는 성격이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얼버무려도 금새 나오는 그녀의 화김에 내가 다 무서워할 지경이다. 그리고 그 화가 또 다시 나올까 두려워 난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성의 있는 대답을 했다. 원래라면 그가 내가 잠든 줄 알고 속삭였던 말을 그대로 해줬을텐데.. 웬지 그래선 안됄 것 같은 묘한 느낌? "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 내게 실망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우울해진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 메이는 날 원망하는 것 같았고, 그 무언가를 미칠 것 같이 분노하는 것처럼 아랫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뭔가를 혼란스러워하는지 한 숨마저 깊게 들이 마쉬었다 쉬기를 반복하였고. 그러던 도중.. 약 5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짧은 시간이지만 역시나 아무 일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있기 때문이었던지.. 그 짧디 짧은 시간은 금방 지나가지 않았고, 마치 길게 느러져버린 호흡처럼 느리게만 느껴졌다. " ...제로스 님은.. 리나 씨를 좋아해요... " " ...으..응? " 그녀의 난감무쌍한 말에 난 못들었다는 사람같이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어냈다. 그렇지만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상태로 내게 똑같은 말을 반복해주는 그녀. 그녀의 말에 조금이나마 당황했다. 안그래도 침울해진 이 분위기에서 그런 얘기를 꺼내면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운데..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 이 눈치는 그녀가 제로스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 "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마~~ 마족이 무슨 감정이라고... " " 리나 씨는.. 감정에 있어선 너무 바보같아서 모르겠지만... 제라스 님 역시 그런 이유 때문에 리나 씨를 도와드리는 거예요.. " - 누가 바보같다는 거야!! 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따지고 싶은 맘이 굴뚝 같지만.. 이런 분위기 상에선 그랬다간 오히려 곱지만은 않은 시선을 받을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리고.. 웬지 모르게 메이는 내가 그에 대해서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한탄하고 있는 느낌.. 이 느낌은 어쩌면..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 이렇게 되면 내가 직접 나서서 그와 그녀의 사이를 좁혀줘야 할텐데.. 웬지 그녀가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분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겉으로 들어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 바보같다는 말이 거슬렸나..? 갑작스레 오르는 분기 때문에 내 볼은 뜨겁게 달구어졌기에 난 매서운 겨울 바람에 온기를 잃고 차가워진 손으로 볼을 어루만지며 내가 왜 화났나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솔직히 바보같다는 말에 대해 항의는 하고 싶던게 사실이긴 하나.. ...분기가 오를 정도로 화나진 않았는데.. [ 턱 턱 턱 - ] 누군가의 발소리가 또 다시 들려온다. 하지만 이번만은 내가 아는 누군가의 발 걸음이 아니었던지 매우 둔탁한 소리.. 아마도 그것은 땅에 닿는 굽 부분이 천과 비슷한 것으로 가려졌기 때문이리라.. " ....마을 사람인가? " 확실히 이 사건에 개입되어 이러쿵 저러쿵 한 얘기를 들으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지난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벌써 달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고 해가 뜨고 있는 모습이 보여왔으니까.. 그렇다면 이런 시각이라면 충분히 마을 사람이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 역시 이 곳에 있었군... "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맴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긴장감 넘칠 만큼 두려운 존재도 아닌 듯 싶었다. 그런데.. 뭔가 그녀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던지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메이. " ...자네도 이 곳에 있었나? " 시력이 나쁜 건지 아님, 아직 어둠이 있기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걸 눈치 못챈 건지.. 중년남자의 목소리와 푸른 천으로 온 몸을 둘둘 감은 채 얼굴을 쇳덩이로 가린 사내.. 그 사내는 걸음의 보폭을 여전히 똑같이 하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상한 압도감이 느껴진다. 긴장감은 없었지만 뭔가가 이상하다고 의심이 가는 사내의 모습. 어째서 얼굴까지 가리고 나타난 것일까..라는 의문점.. 내가 누군지는 물론 내 이름을 듣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 누구죠? " " 나와 함께 가줬으면 좋겠네... " 중년의 남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내'는 내게 푸른 빛의 천으로 둘둘 말린 손을 내게 뻗었다. 마치 그 손을 잡고 따라오라는 의미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바램을 가지고 있다 해서 쉽사리 따라갈 만큼 난 어리석진 않다. 긴장감이란 그리 크지 않아 두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메이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보면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상대이다. " 어서... " " 당신의 정체나 먼저 가르쳐주고 말해요- 그게 예의잖아요? " " ...그렇게 되면 자네의 생각이 바뀔테니.. 그 장소로 간 뒤에 가르쳐주겠네- " 언제부터 내가 예의를 따졌냐고 물으면 난 자신있게 지금부터!라고 말해줄 거다. 하지만 확실히 난 누군가를 데려가겠단 말을 하면 내가 누군지 가르쳐준다!![거짓말;] 그런데.. 이 사내 이 묘한 감을 느끼게 하는 것.. 딱 보면 심상치 않은 자임이 틀림없다. 그때.. 아까부터 화가났던지 중얼중얼 거리던 나.. 아니 메이의 손에 하얀 색 기류가 모였다! " ㅁ...메이!! " " 에르메키아 플레임!! " [ 샤아아아아악!! ] 하얀 기류는 인간의 정신이라면 아주 쉽게 파괴시킬 수 있는 급의 마법이었다! 그리고 아까 불만 때문에 중얼 거린 것이 아니라 주문을 외우는 모습이었으리라 예측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마을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위험한 마법을 부리다니!! 그럼 지금쯤 저 사람은!! [ 스스스스슥! ] " ㅍ...피했어!? " 뭔가가 깎여져내리는 소리가 우리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워프는 아니었지만 매우 빠른 이동이었던지 내 눈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속력. 그렇지만 그 사내의 목소리를 하고 있는 정체 불명의 사나이는 간발의 차이.. 아주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 에르메키아 플레임을 자연스레 피해냈다!? 이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저 사내는 인간인데 무도나 마도에 실력이 꽤나 있는 존재이거나.. 아니면... " 그만 정체를 들어내시죠? " 메이는 그 상대가 모습을 가리고 있는다는게 자신이 보기엔 너무나도 답답했던지 자신이 쓰고 있는 그 쇠로 만들어진 가면과 푸른 천을 벗어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짐승, 아니 노인의 높은 음성처럼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는 사내! 그 사내는 그럴 필요 없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던지 자신의 양 손을 양 어깨에 가도록 한다. 그리고 " 이게 내 정체인 것.. 알고 있지 않나.. " 더 이상 밝힐 정체 따위는 없다! 라고 말을 하고 있는 사내는 낄낄 웃었고 더 이상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아까 내게 내밀던 손 역시 다시 그 복잡한 천 사이로 집어넣었고.. 하지만 그 중년 사내의 말에 아직 만족을 못했는지 메이는 그에게 요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 왜요... 리나 씨가 당신의 정체를 알까봐 두려웠나요? 해.신.관 루핀씨? " " 해..해신관!? " 난 그녀가 하고 있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 궁금하기에 해신관과 메이의 사이를 두리번 거리며 반복해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태연한 몸짓을 하고 있는 메이.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가르쳐주자 약간 실망했다는 것처럼 흠칫 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자. - ..왜.. 왜 또 마족이야!! " 낄낄... 결국 알아버렸구만... 수군 메이... " " 내 이름까지 기억해두다니.. 이거 영광이네요? " 제로스를 뺨치는 몸짓. 상대의 울화를 긁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제로스처럼 메이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고. 비꼬듯한 말투를 하며 예를 갖추기라도 하듯 인사를 해보였다. 그 누가 보기에도 영락 없는 제로스의 모습. 그래도 아직은 그 능글맞은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미숙한 듯 싶었다. " 그분의 힘을 다룰줄 아는 그대가 우리 마족에게로 돌아왔으니.. 그야 말로 우리에겐 찬스가 아닐 수 없지- " " ...미안하지만 그렇겐 안돼요- 같은 마족은 맞는데.. 수왕님께서 과연 그걸 바라고 계실까요? " " 네 녀석... 지금.. 우릴 능멸하는 거냐? " [ 스아아아아앗!! ] 메이의 그 능청스러운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던지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중년남성의 목소리를 내는 '해신관 루핀'이라 불리는 자의 옆에 나타나는.. 꽤나 잘생긴 축에 들어가는 얼굴에 가우리를 닮은 길지만 푸른 머리를 가진 한 사내.. 그렇다면 이 사내는 틀림없이 '해장군'이리라! " 앗? 해장군까지 납시다니..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 " 흥.. 마족에게서 이탈한 존재 따위.. 이제 상관하지 않겠다- " " 이..탈? " 난 꽤나 재수없는 목소리를 하고 있는 내 예측상의 '해장군'의 말을 똑같이 따라해보였다. 그러자 그것도 모르냐!라고 꾸짖는 사람처럼 엉뚱한 표정으로 날 보는 미남. 난 그가 불쾌하니 치워주세요. 라고 말하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녀석은 그럴수록 웃기만했다. 기분 나쁘게시리.. " 수왕은 마족에게서 이탈했다.. 그건 직접적인 발표따윈 하지 않았지만... '무'를 반대한다는 것만해도.. 충분한 근거- " " 그럼 당신들이 좋아할 이유도 없다는 거잖아요~? "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좋은데.. 왜 또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무리 수군으로 들어간 메이라 해도.. 메이는 인간일 뿐인데.. ...아니.. 수왕의 힘을 받았다해도 결코 그들의 힘을 능가할 수 없다. 결코 제로스가 아닌 이상은.. ..결코 수왕에게서 장군이나 신관으로써의 힘을 받지 못한 이상은.. " 아니? 우리에게선 확률이 높지.. 어떻게서든 네 녀석들을 꾀어내어 세상을 무로 돌릴 수 있는... " " 어리석은 소리 하지마- " 메이와 내가 다른 게 있다면 말투 뿐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선 메이의 주인인 '수왕의 냄세' 때문에 조금도 헤깔리지 않겠지만.. 내가 말하고 있는 그 냄세란 건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인이나 어떤 힘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확히.. 그 힘을 준 그 힘의 주인을 가르쳐주는 일명 명찰같은 거지.. 인간은 그저 얼굴과 태도만으로 그런 것을 따지지만.. 정신체이기에 그런 것 역시 없는 마족들은 그런 '상관의 냄세'로 그 존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정확히까진 아니지만 어디 소속인지는 알 수 있다 이 말씀. " ...우릴 어떻게 꾀어내서 뭘 시킬 생각인진.. 아주 자세힌 모르지만- 우린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 " 가만히 있지 않으면... 네 녀석들이 뭘 어떻게 하겠다는거지? " " 설마.. '기가 슬레이브'가 아닌 것으로 해왕님.. 아니 우리들에게 제대로 타격이나 입힐 수 있을 것 같으냐!? "
첫댓글 다...다음편!! 다음편 기대할게요!!! 루카님!! 언제나 건필하시길...^^
루비 말에 동감~~~~!!! 나 감동 먹었어!!+ㅁ+ 앞으로도 계속 건필!!
다음편도 열심히 기다리겠어요..
다음편도 건필하세요'-'/
다음편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아앗 소설 연재가 늦어져서 허겁지겁 썼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로군요<-덜덜덜 ...;그나저나 루비 씨 정말 오랜만이예요!!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부비적] 음음.. 리플 달아주신 여러분 모두가 소설 연재중이로군요!![반짝] 멋져요!! 역시!!!다음편은 내일쯤으로 잡아뒀어요!!! 붙들어 매셔도 될 것 같은...
자~얼른 다음으로 넘어가자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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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소설 연재가 늦어져서 허겁지겁 썼는데... 괜찮다니 다행이로군요<-덜덜덜 ...;그나저나 루비 씨 정말 오랜만이예요!!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부비적] 음음.. 리플 달아주신 여러분 모두가 소설 연재중이로군요!![반짝] 멋져요!! 역시!!!다음편은 내일쯤으로 잡아뒀어요!!! 붙들어 매셔도 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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