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제목 : 슬픔에도 기회를 주게
장르 : 시
작가 : 정인
출판사 : 책가
출판일 : 2017년 12월 13일
판형: 25절
페이지: 162페이지
정가 : 10,000
ISBN : 978-89-97423-56-9 03810
책소개
<슬픔에도 기회를 주게>는 작가의 유년시절의 고향과 철없던 날들부터 시작된 사랑을 노래한다.시란 남에게 쉽게 다가가야한다는 게 그의 지론인 데, 그건 어쩜 가슴으로 읽으면 읽기 편하다는 뜻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정인의 시는 결코 가벼운 시는 아니며 묘한 여운을 읽는 이의 가슴에 속속들이 전달한다.
정인의 시는 절개지 틈바구니에 피어난 이름모를 들꽃처럼 강인하고 몽환적인 새벽해변의 바다안개처럼 신비스럽다.흔히 공무원이 쓴 시는 딱딱하고 언어적인 면에서 공무(公務)적인 냄새가 풍긴다고 오해하기 쉬운데,정인의 시는 그 선입감을 과감히 깨뜨린다.책장을 펼치다보면 어떤 시는 숙연한 느낌을 주며 어떤 시는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치게 만든다.그건 그가 17년동안이나 직장인 북구청 홈페이지에 시와 칼럼을 연재하면서 연마한 문학적 숙련도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지금도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사진찍기와 50여개국을 다닌 해외여행에서의 성찰이 그의 문화적 내성(耐性)을 소리없이 키어낸 게 원인일지도 모른다.
마치 죽은 사람의 유서를 접하는 것 같은 “학생부군신위”나 두부 한 모의 생을 다룬 “행로”,읊조리듯 삶의 변방지대를 다룬 “생이 난처해질 때”등을 읽고나면 작가의 독특한 언어 구사력에 나머지 시들과도 금새 친해질 것이다.
어느 조용한 시간에 카페에서든 집안 어디에서든 정인의 시를 틈나는 대로 읽어보라!그의 시를 읽고나면 삶을 관찰하는 방식을 새롭게 터득할 것이다.
작가 소개
1958년에 전남 고흥 출생.
1987년에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1987년에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직 7급공채 합격
1987년 7월에 북구청 발령
2015년에 광주광역시 북구 신안동장 발령
2017년 현재 신안동장 재직중
2003년에 크리스찬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2005년에 사진개인전 “풍경속의 풍경”-북구청갤러리
2012년에 사진개인전 “풍경속의 세상”-자미갤러리
2016년에 개인시화전 “짧지만 강하다” -자미갤러리
저서
상추 속 어른벌레의 몽상(시집 1996)
풍경속의 풍경2(사진집 2002)
슬픔에도 기회를 주게(시집 2017)
목 차
겨울나무
내 강물같은 사랑
퇴거
스타킹론
아버지의 고백
애인
소나기
너무 아픈 사랑노래
시월의 노래
일요일,홀로 집에 남아 있으면
봄.비.온.다.
성장기
버릇
그녀의 에로티즘
끈
실종
아침식당에 홀로 찾아가
단예점빵
벚꽃이 소복소복 눈처럼 쌓이면
내 생의 허무방정식
수치에 대하여
참,우울하고 슬픈 새벽을 가졌네
익명이 정답이다
낙화
봄날유희
무리수
방정맞은 생각
각화저수지
대하여 세글자로 들춰 본 세상
멋진 연애의 상상
생이 상스러워도
도강
울엄니
치마와 바지
들국화
생이 난처해질 때
사랑에 관한 핸드폰 문자서비스
우리 이별의 인우보증
당신의 부재
밑그림
행로
영농일기
생의 충만에 대하여
십이월
다시 세모에서
학생부군신위
당신이 알려주라
설야
옥수수밭에서 힘을 주다
갇힌 봄 풀어놨더니
산수동오거리
이별수첩
막차에 오르다
편지
까발려진 가계
슬픔에도 기회를 주게
버리고가기
생존
김밥
바다는-
사랑만하다 죽은 자의 피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였음을
주유소에서
작가의 말
본문 中
십원동전 들고 찾아가 점빵문 열어제치면
뒤안에서 냉갈속에 눈물 찔끔거리며
솔깽이 뚝뚝 분질러가며 냄비밥 짓다가
쇠앙치눈에 낀 눈꼽자국같은 눈 비비던 단예아짐
-아이구,강아지 뭣 먹을랑가!
- 단예아짐(부분)
연립주택 베란다를 차고오르던 바람이
빨랫줄의 흰 속치마 안에서
다소 음란한 체위를 하고 있어요
이웃한 와이셔츠 오른팔마저
부풀은 속치마 안으로 손을 넣네요
골목안 모텔만 내려다보더니
지들도 부적절한 관계에 눈이 익었을까요?
- 봄날유희(부분)
녹 슨 수문 아래 빨래터 아낙네의 손길 아래
간밤의 마을소문들이 빨래의 묵은 때와 섞여 씻겨나가면
주변 산들은 슬며시 내려와 물가에 제 얼굴을 비치며
볼에 묻은 산불의 흔적을 부지런히 지우려 했던 풍경들-
- 각화저수지(부분)
저녘식탁에서 아들이 흘린 밥알을 주우며
어떤 소비도 수확이 주는 위대함을 능가할 수는 없다며
죄없는 새끼들에게 코리아경제의 설을 풀던
똥폼잡는 가장의 어설픈 가정경제론에 대하여
때밀이에게 몸을 맡기고
비정규직 동정론을 펼치지만
벽에 붙은 세신료 가격표를 보고는
넘 비싸다고 투덜거리는 추접함에 대하여
관리비 체납된 국민기초수급자 앞에서
그 게으름을 먼저 질책하고 있는
다소 냉소적인 내 못된 표정에 대하여
- “대하여” 세글자로 들춰 본 세상(부분)
아침 준비하는 새댁 목에 남아 있는 간밤의 스키드마크/출근길 사거리 한복판에 멈춰버린 고물 자가용/줄 나간 스타킹을 신고 열변 토하는 여강사/간밤 어느 취객의 토사물을 무심코 밟았을 때/불륜과의 정사뒤에 주섬주섬 속옷을 챙겨입을 때/오매불망 첫사랑을 찜질방에서 만났을 때/동물원 기린의 상처난 목/물 간 생선을 조명으로 캄푸라치하는 어물전주인의 상술/만원버스에서 뒤바꿔진 서류가방/아들방을 청소하다 나온 춘화(春畫)
- 生이 난처해질 때(부분)
저녘노을에 걸린 겨울새의 붉은 깃털처럼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설레임들이 빛바랜 사진처럼 혹독한 고통으로 바래어 갈 때,당신은 물풀처럼 자라난 무관심을 내 가슴에 심어주고 말없이 떠났습니다.그대가 떠나고 난 뒤 내가 짊어져야 했던 외로움의 무게는 바늘이 부러질만큼 한계체중을 벗어났고, 무기력해진 하루하루들은 어둠속에서 잘못 채운 단추처럼 서툰 비대칭으로 혼미의 하루하루를 보내게 만들었습니다.당신과 이별하고 난 뒤 고통의 나날을 견딜 수는 있었지만,그 뒤 한번도 전해오지 않는 당신의 근황-언 강에 돌을 던지면 쩡~쩡 갈라지는 얼음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라도 들리건만 당신소식을 전해 들을 수 없음은 내 가슴의 슬픔들을 횟배앓이 하듯 잦은 시름으로 흐트러 놓았습니다.
- 우리 이별의 인우보증(부분)
짝사랑했던 여자의 부음(訃音) 한 통이
당신의 사랑론에 파열음(破裂音)을 전해도
화장실 좌변기에서의 당신의 힘쓰기가
싸가지 없는 대장균을 온 집안에 내퍼질러도
난감해 하지마라
교통사고 현장을 감식하는 경찰의 손 끝에
방금 죽은 자의 목소리가
늘어뜨린 줄자에 센티미터 간격으로 걸려있어도,
십년만에 걸려온 동창생의 전화 목소리에
“보증,좀”하는 애처러움이 정신을 번쩍 들게해도
당황해 하지마라
- 당신이 알려주라(부분)
버려진 장롱안에서 철사가 휜 어머니의 틀니조각이 나왔다.
아들이 폼나는 이태리식당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와인잔 기울일 때 울엄니는 고향뒷산 수수밭에 앉아 물말은 보리밥에 묵은 김치 얹혀 드셨다.사사로 만든 인공니로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음식물을 그냥 유보했을까? 아들위한 잡곡수확 욕심에 휜 허리 더 휘시고 지나가는 산바람은 철없는 아들을 위해 속깊은 훈계를 하였다.
- 까발려진 가계(家系)(부분)
난 당신이 내개 던지는 사소한 말투의 뉘앙스에서 파도가 밀려드는 철 지난 바닷가 백사장으로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찬연한 햇살의 정화된 색체를 미리 들춰 볼수가 있었고,간혹 당신의 미소가 의미하는 상상력이 주는 혼돈에 내 맹목적이고 조바심 섞힌 구애의 농도를 창호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간헐적으로 그려내 보이곤 했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호흡속에 들어있는 정갈한 산소입자의 농도는 갈수기 저수지 수로에 흘러드는 물꼬 터 준 농부의 은총 같기도 하고,수백만년 빙하시대에 매몰된 맘모수가 자기 몸속에 숨겨둔 채 양각화한 어마어마한 세월의 실체를 그제서야 학자들에게 학술적 자료로 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 사랑만하다 죽은 자의 피(부분)
잠버릇 고약한 내 옆에 당신이 눞는다면 난 석고상처럼 온밤을 숨소리도 고르게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잠 잘 수 있습니다.더러 그대 고운 손이 내 가슴에 얹혀 애정을 나타내면 심장소리 볼륨도 낮춰서 그대 잠을 숙면으로 인도할 수 있습니다.먹물같은 어둠속에서 무언가 반짝였습니다.내 얼른 다가가서 들여다봤더니 언젠가 그대와 첫 입맞춤 할 때의 그대 눈빛이 그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내 얼른 그 눈빛 가만히 모셔와 이불속에 숨겨두고 밤새 고이고이 들여다 봤습니다
-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였음을(부분)
첫댓글 한번 사서 볼게요~~